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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사정 태풍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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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사정 태풍이 몰려온다

[김종배의 it] '결과'가 아니라 '단서'를 주목하라

이제 알겠다. 김준규 검찰총장이 8월 30일 열린 전국 특별수사 전담 부장검사 회의에서 "검찰의 칼날인 특수부는 구조적 부패의 고리와 비리사슬을 끊고 부정한 돈의 흐름을 차단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국민은 강력한 법 집행으로 사회질서와 국가기강을 바로잡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한 이유가 뭔지 이제 알겠다.

오늘 여러 언론이 보도했다. 대검 중수부가 지난 8월부터 대기업 두세 곳의 비리를 포착해 내사를 벌여왔으며 조만간 본격 수사에 나설 것이라고 한다. 수사 대상 기업은 한화그룹과 태광그룹보다 규모가 큰 곳이며, 수사 파급력도 두 그룹 수사보다 훨씬 큰 '핵폭탄급'이라고 한다. 구체적인 혐의점도 흘러나온다. 계열사가 역외펀드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 그리고 대형 빌딩 건설과 관련해 리베이트를 뿌렸다는 의혹 등이라고 한다.

검찰은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서울서부지검의 태광그룹과 한화그룹 수사는 예고편일 뿐 더 큰 '건', 더 많은 '건'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관심사는 검찰의 대기업 수사가 정치권에 미칠 파장이다. 11월 중순에 열리는 G20 정상회의 이후에야 본격화할 검찰의 대기업 수사가 어디까지, 어느 정도의 강도로 정치권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검찰의 대기업 수사 초점이 비자금에 맞춰져 있고, 그 초점이 결국 정관계 로비로 이동할 것이라고 보면 이는 반드시 짚어야 하는 문제다.
ⓒ연합

내년 상반기 정국을 휘감을 것이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대기업 수사가 족히 몇 달은 걸릴 것이라고 예상하면, 그 기간 동안 정치권이 낮은 포복자세로 전방경계를 할 것이라고 예상하면 그렇다. 내년 상반기부터 정치의 계절이 열릴 것이라는 일반적인 관측과는 달리 빙하기가 도래할 수도 있다.

여야를 가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어렵지 않게 내다볼 수 있다. 검찰 수사에 사정 이미지가 새겨지는 순간 여야-전정권과 현정권 형평성 문제가 부상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로비가 '주광성'을 띤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한 정치의 계절이 열리면 여권 내 계파 대립과 세력 조정이 극심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 두 개의 전제를 종합하면 검찰의 대기업 수사가 결국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기반 강화에 일조할 것이라는 결론을 쉽게 도출할 수 있다. 차기를 향한 정치권 움직임을 옥죄면, 여권 내 이완 요소를 차단하면 그 소출은 고스란히 청와대로 흘러가기에 그렇다.

이것 만이 아니다.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 특별감찰반과 감사원 공직감찰본부장실이 3급 이상 고위 공무원과 지방자치단체장, 공기업 임원 등을 대상으로 고강도 사정을 벌이고 있다는 또 다른 뉴스도 그렇게 말하고 있다. 청와대는 집권 후반기 레임덕을 경계하면서 집권 기반 강화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큰 이견이 없다. 지극히 상식적인 분석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내년 상반기에 처리해야 할 정치적 과제 또한 크다. 개헌의 경우 청와대에서 소극적 입장을 밝혔다니까 논외로 하더라도 이명박 대통령이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한 게 있다. 정치 선진화 과제로 제시한 선거구제 개편과 행정구역 개편이다.

상충한다. 정치권에 빙하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예측과 정치 선진화 과제가 충돌한다. 선거구제-­행정구역 개편을 이루려면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국회 주도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는 점과 내년 상반기에 정치 빙하기가 도래할지 모른다는 점이 충돌한다.

이 같은 모순을 푸는 방법은 달리 없다. 둘 중 하나다. 청와대가 겉과 달리 속으로는 선거구제-­행정구역 개편 과제를 포기했다고 이해하는 방법이 하나이고, 국회가 아닌 청와대 주도의 개헌과 선거구제-­행정구역 개편을 꾀하고 있다고 이해하는 방법이 다른 하나다.

전자는 일단 논외로 하자. 어차피 선거구제­-행정구역 개편 문제는 청와대가 아니라 국회 몫이니까 청와대가 포기하든 말든 그건 주된 고려대상이 아니다. 문제는 후자다. 청와대가 선거구제-­행정구역 개편 환경을 인위적으로 조성하고, 나아가 논의 방향을 한쪽으로 끌고 가면 뒤탈이 커진다. 왜곡과 혼란 현상이 나타날 게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멈추자. 분석은 여기서 멈추자. 더 이상의 분석은 논리적 비약에 버금가는 예상의 비약인지도 모른다. 단서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분석은 대대적인 사정이 공평무사하게, 그리고 한 점 의혹 없이 진행된다는 단서를 깔고 있기 때문이다.

이 단서가 충족되지 않으면 내년 상반기에 정치 빙하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예측도, 청와대가 정치선진화를 주도할 것이라는 관측도 부질없는 짓이 되고 만다. 오히려 거꾸로 정치 전성기가 열리고 청와대 배제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해외 도피 중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에 대해 손 놓고 있는 검찰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고, 태광그룹 수사가 개시되자마자 청와대와 방송통신위 로비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고려하면 먼저 짚어야 하는 문제는 사정의 결과가 아니라 사정의 단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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