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 UNICEF)과 세계식량계획(WFP)를 통해 북한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실행하기로 결정했다.
통일부는 21일 "새 정부 출범 이후 유니세프가 7월, WFP가 5월에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공여를 요청해 왔고, 이에 제286차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를 개최하여 이들 국제기구의 북한 모자보건‧영양지원 사업에 대한 남북협력기금 지원(안)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유엔아동기금(UNICEF)의 아동 및 임산부 보건의료, 영양실조 치료 등 지원사업에 350만 달러, 세계식량계획(WFP)의 탁아시설, 소아병동 아동 및 임산부 대상 영양 강화식품 지원사업에 450만 달러 지원(안)을 심의했다"고 설명했다.
통일부는 "교추협에서는 북한 주민의 인도적 상황 개선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분리하여 지속 추진한다는 기본 입장"에 합의했다며 "실제 지원 시기와 규모는 남북관계 상황 등 전반적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추진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원 시기와 규모를 확정하지 못한 것과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800만 달러의 공여 규모는 확정됐다"며 "다만 실제 지원 시기나 규모는 국제기구와 협의도 필요하고 이후 상황을 고려하겠다는 것"이라는 답을 되풀이했다.
이는 통일부가 "정치적 상황과 인도적 지원은 구분해 추진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남북관계나 국내 여론을 살피지 않고 추진하기는 어렵다는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통일부는 앞서 지난 18일 참고 자료를 통해 "북한 핵실험 직후이고 추가 도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시점에 대한 고민이 있었지만 인도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구분하여 추진한다는 원칙 하에 이번에 발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면서 통일부는 "아동의 건강한 출산‧성장에 직결되는 백신, 필수의약품, 영양식 지원은 시기를 놓칠 경우 회복이 불가능한 비가역성을 가지고 있어 중단 없이 사업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제기구가 자금 부족으로 대북지원 사업을 계속 축소해 오고 있는 상황에서 인도적 측면의 시급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통일부에 따르면 WFP의 경우 올해 2월부터 지원 제공량이 표준치와 비교해 66% 수준으로 감소했고 올해 5월부터는 유치원 아동 19만 명에 대한 지원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유니세프의 경우 2016년 하반기 백신 재고가 소진되면서 영양실조 치료 자금을 백신 사업으로 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는 "2017년 UN은 북한 주민 2500만 명 중 1800만 명을 식량 부족, 영양 결핍 및 필수 서비스 이용 접근 문제를 겪는 취약인구로 규정했고 이 중 1300만 명을 긴급 지원 대상으로 설정했다"며 "특히 아동 및 임산부의 사망률이 높아 이러한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통일부는 이번 결정이 국제사회의 제재 공조를 훼손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국제사회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 상황에서 대북 지원 사업을 지속해 왔다"며 "올해 9월 유엔 통계에 따르면 미국은 유니세프에 100만 달러, 러시아는 WFP에 300만 달러 등을 공여했다"며 국제사회도 대북 제제와 인도적 지원은 별개로 실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통일부는 "이번 지원은 △현금이 아닌 현물 지원, △아동‧임산부용 의약품, 영양식 등의 품목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전용 가능성이 없다"면서 "향후 국제기구의 체계적인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지원 물자가 지원 대상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사업을 철저히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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