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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심상정 아닌 '조승수 진보신당', 부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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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심상정 아닌 '조승수 진보신당', 부활할까?

[분석] '흥행' 원하는 대중…'없어질 당'이 아님 증명해야

6.2지방선거 과정에서 진보신당은 정치적으로 만신창이가 됐다. 일부 지역 의회에서 성과를 냈지만 당의 정치적 상징인 심상정 전 공동대표가 경기도지사 후보직을 사퇴하는 과정에서 해당행위로 징계를 받았다.

민주당과 후보단일화를 거부한 노회찬 대표도 상처만 남겼다. 옳고 그름을 떠나 야권에서는 노 대표의 '고집'을 비난했다. 진보신당은 지지율 3.6%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종아리를 걷어야 했다.

이제 전 대표 둘은 당직에서 멀어졌다. 게다가 노 대표는 내년 3월 예정인 전당대회를 조기 개최키로 하고 자신의 임기 4개월을 반납했다. 오는 15일 진보신당 3기 대표에 독자출마해 당선이 확실시 되는 조승수 후보의 어깨는 무겁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7%를 기록한 진보신당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역동할 현실 정치에서 자칫 '고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노회찬의 진보신당, 진보신당의 조승수…취약한 인지도

일단 방향은 잡았다. "사회연대국가 복지 연합", "당을 강화하면서 진보대연합으로", "2012년 보수-자유-진보3분 구도" 조승수 후보가 의욕적으로 내건 슬로건이다.

진보의 체력을 기르고,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주장하는 야권 연대에 앞서 제진보 정당을 통합해내는 '진보대통합'이 '조승수 체제'의 1차 목표인 셈이다. 노회찬, 심상정의 진보대통합의 대전제에 동의하겠다는 의미에서 일종의 '계승'이고, '묻지마 반MB연대'는 거부하겠다는 의미에서 민주노동당과 거리를 뒀다.

▲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 후보(가운데) ⓒ뉴시스

그러나 실현은 간단치 않은 문제다. 당 내에서도 '통합파'보다는 '독자파' 쪽에 치우친 것으로 평가받는 조 후보의 이같은 구상은 당의 '체력'을 바탕으로 해야 가능한 일이다. 또한 당의 '체력' 측면에서 가장 큰 문제는 조승수 후보의 정치적 무게와 인지도의 부재다.

과거에는 '진보신당은 노회찬, 심상정의 당'이라는 독특한 인식이 대중에 어필했던 측면이 많았다. 그러나 진보신당의 새 얼굴이 될 조승수 후보의 대중적 인지도는 당내 유일한 현역 국회의원임에도 불구하고 전임 대표들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또 진중하고 조용한 의정활동을 펼치는 조 후보의 정치 스타일 역시 승부에 강한 전임 대표들과 차이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민주 "진보신당이 현실 정치 세력으로서 영향력이 있나?"

인물론도 인물론이지만 당 자체의 문제도 있다. '2012년 보수-자유-진보' 3분 구도를 주장하는 진보신당의 입장에서는 아쉬울 게 없지만, 당장 현실 정치 속에서 하나의 '세력'으로 인정받아야 할 진보신당의 입지는 그리 탄탄하지 못하다.

게다가 민주당의 '전횡'으로 귀결된 6.2지방선거라고 하더라도, 당시 진보신당이 선거연합에서 배제됐다는 현실적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민주당 고위 당직자는 최근 사석에서 "지금 시점에서 진보신당이 현실 정치 세력으로 어떤 영향력이 있을까"라고 의문을 표했다. 한나라당의 고위 관계자도 "요즘 민노-진보신당 싸움을 보면 우리가 신경 안 써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현실정치의 무대에서 진보신당이 상대해야 할 거대 정당들이 진보신당의 존재 자체를 미미하게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일방적으로 선거연합에서 배제된 데 따른 '승자의 논리'일 수 있지만 당의 존재감 차원에서는 치명적인 문제다.

북한 정권 3대 세습 논쟁, 진보신당에 기회 될까?

이같은 한계 극복을 위한 시간은 많지 않다. 사람들의 시선은 이미 2012년 초에 있을 19대 총선, 그리고 2012년 말 대선에 가 있다.

'진보대통합'의 대상인 민주노동당은 어떤가. 손학규 대표가 민주당 대표로 선출되자마자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반MB 야권 연대 공고화'를 강조했다. 향후 전개될 진보대연합 과정에서 6.2지방선거를 넘어서는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분위기도 형성돼 가는 중이다. 피로가 쌓인 대중들도 지금 흥행을 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진보신당은 '흥행'은 커녕 '생존'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남들보다 한 발자국 뒤진 상황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사실상 '재건'이 필요한 진보신당이 스스로 내건 '진보대통합'의 1차 목적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이번 '북한 3대 세습' 논쟁이 호기가 될 수도 있다. 진보신당이 민노당과 차별화를 꾀하고 대립구도를 확립시켜 북한에 비판적인 진보세력을 결집시키면 나름대로 '몸집'을 키울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진보진영 내 북한 3대 세습 비판 논쟁이 여러모로 민주노동당을 고립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는 현 상황에서, 확실한 차별화를 통해 상대적으로 여론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는 조승수 후보를 2008년 분당 사태에서 '선도 탈당'의 깃발을 들었던 인물로 꼽는 민주노동당 주류 인사들의 심기를 거스를 수 있다는 부작용도 엄존한다.

북한의 3대 세습을 연일 비판하고 있는 조 후보는 진보신당의 '독자성' 강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논쟁은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진보신당의 브랜드를 키워 민주노동당과 대등한 관계에 서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을 넘어야 할 지는 조 후보의 손에 달려 있다.

아울러 "한나라당을 비롯해 정치권 전반이 좌클릭 했다"는 조중동 프레임의 허구성도 간파해야 한다.

무엇보다 '조승수 체제'가 진보대통합을 상정하고 있다면 '통합파'와 '독자파'의 휴전 상태에 있는 당 화합이 1차 목표다. 또 6.2지방선거 과정에서 상처입은 심상정 전 대표, 노회찬 대표를 추스르는 일도 당연히 포함된다. 동시에 두 전임 대표에 비견할 수 있는 '스타성'을 키워가는 것 역시 정치인 조승수에게 주어진 과제다. 이제 조승수와 진보신당은 '한 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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