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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살아있는 세포를 몸 안에 넣어 병을 치료한다"

[송기원의 포스트 게놈 시대] 세포 치료제 시대

지난 7월 12일 미국에서는 생명과학이나 의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뿐 아니라 소아 백혈병 환자들과 그 부모들에게 아주 큰 기대를 갖게 하는 중요한 뉴스가 보도되었다. 미국 식품 의약 안전청(FDA, Food and Drug Administration)의 항암제 심의위원회가 노바티스(Novatis)사(社)가 개발한 보통 CAR-T(Chimeric Antigen Receptor T-cell)라고 알려진 새로운 항암 면역세포 치료제의 허가를 만장일치로 추천했다는 것이었다. 뒤에 다시 설명하겠지만 간단히 이야기 하면 CAR-T란 암환자 개개인의 면역 T세포를 추출하여 암세포만 파괴할 수 있도록 유전적으로 변형하여 다시 주입하는 치료법이다. 이 뉴스를 읽으며 나는 이미 꽤 오래전부터 여러 시도가 있어 왔지만 크게 성공적이지 못했던 세포 치료(cell therapy)와 개인 맞춤형 치료가 이제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시대를 맞는구나 하는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 앞으로 몇 편의 연재에서는 세포 치료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관련 연구에 대한 내용을 써보려고 한다.


다 아시겠지만 세포는 생명체의 기능을 수행하는 기본 단위이고 우리 몸은 수십~수백 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세포 치료란 이 살아있는 세포를 직접 환자에게 주입하여 병을 치료하려는 모든 시도를 일컫는다. 황우석 사건으로 우리 국민들에게 익숙한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도 일종의 세포 치료이다.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세포 치료의 경우가 백혈병을 근원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골수이식이다. 골수에는 우리의 혈액을 타고 돌아다니는 다양한 혈액 세포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줄기세포가 존재하는데 건강한 골수를 이식함으로서 이 골수에 있는 줄기세포가 이식되어 건강한 혈액세포들이 만들어 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골수 이식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세포 치료는 효과적으로 작용하면 병의 원인이 되는 기능에 이상이 생긴 생체의 세포를 정상적인 기능의 세포로 대치할 수 있으므로 병의 원인을 없앨 수 있어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 즉, 현재 대부분의 약이나 치료제가 증상을 완화시키는 작용을 한다면 세포 치료는 성공할 수 있다면 병의 원인을 제거하여 완치시킬 수도 있는 새로운 개념의 치료법이라고 볼 수 있다. 세포 치료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인체가 아닌 실험실에서 살아있는 세포를 선별하고 증식시키거나 치료 효과를 더 높이기 위해 세포의 특성을 변화시키는 다양한 처리를 한 후 인체에 주입하게 되면 이를 세포치료제라고 한다.


세포 치료는 인체에 넣어주는 세포가 어디서 유래했는가에 따라 몇 가지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자기 자신의 몸에 있는 세포를 분리하여 자신의 몸에 있는 이상을 치료하는 경우를 자가 세포 치료라고 하고, 다른 사람의 세포를 이용하는 경우를 동종 세포 치료(allograft)라고 한다. 우리의 몸은 자신과 타자를 구별할 수 있는 면역 기능을 가지고 있고 이는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다. 자신이 아닌 타자라고 의식하는 물질이나 세포가 체내로 들어오게 되면 몸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맹렬한 면역 반응을 통해 타자를 제거한다. 따라서 자신의 세포를 이용하는 자가 세포 치료는 이용하기가 용이하지만 동종 세포 치료는 면역 거부 반응으로 인해 치료법으로 개발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넘어야 할 기술적 장애가 많다. 현재 세포 치료제 개발은 자가 세포를 중심으로 많이 진행되고 있고 동종 세포 치료는 상대적으로 면역 반응이 제한적이라고 알려진 눈, 귀 그리고 특정 면역 세포에서 주로 시도되고 있다. 또 인체에 다른 동물의 세포를 이식하는 경우는 이종 세포 치료라고 하는데, 사람 세포와 비교해 이식을 위한 세포를 동물로부터 상대적으로 얻기 쉽다는 장점 때문에 19세기 이래로 꽤 긴 역사를 가지고 계속 시도되어 왔다. 그러나 면역 거부 반응뿐 아니라 동물 마다 유전체 내에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는 바이러스 문제 등 치료법으로 개발되기에는 여러 가지 위험 요소와 기술적 장애가 많아 현재 적극적으로 시도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세포 치료는 또한 이식하는 세포의 종류에 따라서 몇 가지로 나뉘고 그 목적이나 쓰임새, 문제점도 다르다. 하여 먼저 세포의 종류에 대해 설명하려고 한다. 우리는 수정란이라는 하나의 세포에서 시작되어 발생한 개체이다. 초기 수정란은 분열을 통하여 개수를 늘리지만 이 상태에서는 세포 하나하나가 완벽한 전체 개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이 상태를 배아줄기세포라고 한다. 그래서 배아줄기세포가 발생과정에서 분리되면 일란성 쌍둥이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발생을 계속 할수록 세포의 자기 복제에 의해 전체 세포의 수는 늘어가지만 특정 기능의 조직과 기관이 만들어지기 위해 반대로 세포의 가능성은 그 기능에 따라 제한되게 된다. 이 과정을 분화라고 한다. 즉, 배아줄기세포는 분화가 전혀 진행되지 않은 상태의 세포이고, 발생과정을 한마디로 용약하면 세포의 증식과 분화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발생과정이 끝나 태어난 사람의 몸에는 세포의 분화를 통해 적어도 200여 개의 다른 종류의 세포가 존재하면서 생명 유지를 위해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완전히 발생이 되어 태어난 후에도 우리 몸은 다이나믹하게 변화하는 상태이다. 우선 성인이 될 때까지 성장이 이루어지며, 눈으로 보이는 성장이 끝나 어른이 된 후에도 인체의 각 조직에서 특정 기능을 수행한 낡은 세포들은 시간이 지나면 계속 새 세포로 바뀌고 있다. 이는 분화된 각 조직에 아직 분화하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는 줄기세포가 존재하면서 계속 증식과 분화를 수행하고 있는 덕분이다. 이렇게 발생이 끝난 개체의 각 조직이나 장기에 존재하는 줄기세포를 배아줄기세포와 구분하여 성체줄기세포라고 한다. 성체줄기세포는 배아줄기세포가 갖는 모든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자가 증식을 할 수 있는 기능과 특정 조직의 다양한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쉬운 예가 앞의 골수이식에서 이야기했던 골수에 있는 줄기세포인 조혈줄기세포(hematopoietic stem cell)이다. 이 세포는 인간 전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은 없지만 혈액에 있는 적혈구와 모든 백혈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 외에 이미 분화가 되어 몸에서 특정 기능만을 수행하고 시간이 지나면 사멸하는 세포를 체세포(somatic cell)라고 한다. 적혈구와 백혈구 등도 일종의 체세포이다.

세포 치료는 크게 줄기세포를 이용하는 경우와, 체세포를 이용하는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줄기세포를 이용하는 세포 치료도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하면 배아줄기세포치료제,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하면 성체줄기세포치료제로 나뉜다. 체세포(somatic cell)를 이용하는 치료제는 현재 혈액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면역세포를 이용하는 세포 치료가 가장 많이 시도되고 있고 이를 따로 면역세포치료제라 하는데, 글머리에 언급한 CAR-T도 면역세포치료제의 한 종류이다. 이밖에도 체세포를 이용한 세포 치료로 관절염 치료를 위한 연골세포, 실명을 치료하기 위한 각막세포, 당뇨병을 치료를 위해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islet 세포 등 다양한 체세포를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 경주되고 있다.


세포 치료는 기능이 정상적인 세포를 넣어주어 기능이 망가져 질병을 유발시킨 세포를 대치해 체내 기능을 회복시킨다는 원리이다. 따라서 세포 치료는 원리만 놓고 보면 아주 간단해 보이지만 인체에 적용하는 과정은 간단치가 않다. 일단은 체세포건 줄기세포건 세포의 기능을 유지한 채로 몸에서 분리해 내는 것이 어렵고 분리하더라도 그 수가 매우 적다. 또한 세포는 살아있는 개체이므로 인체로 넣어 주었을 때 우리가 기대한 기능만을 수행하도록 제어하기가 매우 어렵다. 세포를 몸에서 분리하고 다시 집어넣는 모든 과정 동안 바이러스나 세균에 의한 감염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 모든 과정이 감염에서 절대 안전한 무균상태의 특별한 환경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대량생산이나 대중화가 가능했던 기존의 약이나 치료법과는 달리 개인의 증상과 치료 목적에 따라 또 면역 억제 반응을 최소화하기 위해 개인 맞춤형으로 만들어져야 하는 특성이 있다. 이런 많은 어려움들을 극복하고 세포를 치료제로 개발하고자 하는 노력은 지금 치열하게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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