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손학규 2등 할 줄 알아"…손학규 "3등 아니고?"

양당 대표 신경전…손학규, '여야 대표 정례회동' 제안 거절

안상수 : "나는 사실 (손학규 대표가) 2등할 줄 알았다."
손학규 : "왜요? 3등은 아니고요?"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와 손학규 민주당 신임대표가 7일 처음 만나 농담 섞인 신경전을 벌였다. 당 대표 선출 축하 인사에서부터 두 사람은 팽팽하게 맞섰다.

축하 인사에 덧붙여 안상수 대표는 손 대표가 "조직이 약하다고 해서 (1위할 줄은 몰랐다)"는 말을 했고, 손학규 대표는 "2등할 줄 알았다니 하는 말인데 역시 민심이 무섭다는 생각"이라고 역공을 펼쳤다.

안 대표는 "조직이 센 사람이 1등하리라 생각했는데 손 대표가 당선돼서 반갑고 좋아했다"며 손 대표의 '약점'인 한나라당 출신 경력을 거론했다. 안 대표는 "경기도에서 국회의원 같이 한 사람이고 옛날부터 합리적이어서 여야 관계가 상생의 정치로 가지 않을까 반가웠다"고 인사치레를 한 뒤 "그런데 처음부터 너무 공격적으로 나와 헷갈린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이에 "취임 초에 너무 강하다고 하는데 강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국민의 목소리"라며 "나는 민심을 반영한 당심에 의해 당선된 것인만큼 내 입에서는 민심과 당심이 자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맞받아쳤다.

안 대표는 "합리적인 분이시니 이제 상생의 정치를 펴는 것이 어떻겠냐"고 재차 '화해 분위기' 조성에 공을 들였지만 손 대표는 물러서지 않았다. 손 대표는 "상생이라는 표현이 자칫 오해가 될 수 있다"며 "국민은 (여야가) 서로 짝짜꿍 되는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함께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되려 "여당이기 이전에 삼권분립의 민주주의 원칙에 좀 더 충실하게 국회가 정부의 잘못이나 문제를 지적하고 견제하는 본래의 기능에 충실하자"고 제안했다. 손 대표는 "야당이 불필요한 싸움을 하지 않도록 당이 청와대나 정부의 잘못을 견제하고 고쳐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 "국민 속으로는 내가 먼저 했다" vs. 손 "그때는 내가 산 속에 있어서"

민주당 전당대회 순위를 놓고 벌어진 신경전에 이어 "국민 속으로"의 저작권을 놓고 설전도 벌어졌다. 안 대표는 "(손 대표가 수락 연설에서)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고 했던데 내가 석달전에 당 대표 당선 일성이 '국민 속으로'였다"며 "내 걸 모방한 것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에 손 대표는 "그때는 내가 산 속에 있어서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만 답했다.

오히려 손 대표는 "시장 한 바퀴 돌아보고 떡볶이 사먹는 것이 국민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며 "사진 기자가 찍는 국민 속으로가 아니라 사진에 찍히지 않는 마음 속의 국민에게 들어가는 정치를 하자"고 제안했다.

안상수 대표의 "정례회동" 제안도 손 대표는 거부했다. 안 대표는 "상생정치를 위해 두 당의 대표가 월 1회 정도 정례회동을 하자"고 제안했지만 손 대표는 "원내 기능에 당이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로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여당엔 '날 세우고' 야당엔 '손 내미는' 손학규 "가시밭길 같이 헤쳐 나가자"

손 대표는 이날 안상수 대표 외에도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공성경 창조한국당 대표를 잇따라 만나 인사를 했다.

손 대표가 한나라당에 몸담았을 당시 당 총재였던 이회창 대표에게는 "선진당의 대표로서가 아니라 국가의 지도자로서 국민의 존경을 받는 역할을 해 왔다"며 "앞으로 잘 지도해주시고 정치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때 조정역할을 해 달라"고 깍듯한 인사를 건넸다.

이회창 대표도 "아주 좋은 분이 당 대표가 됐다"며 "새로운 개념의 대표로 민주당의 평판과 지지도를 확 높인 것 같다"고 손 대표를 추켜세웠다.

같은 경기고등학교 동문인 노회찬 대표와 만나서는 동문 사실을 강조하며 '진보정당과의 인연 쌓기'에도 충실했다. "고등학교 때 유신반대 운동하면서 선배님들이 옥고를 치르셨는데 그저 선배님 믿고 가다보니 앞에 안 보이셨다"는 노 대표의 날선 인사에도 손 대표는 "가시밭길을 같이 헤쳐 나가자"며 손을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