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공식 당무 회의에 참석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친박(親朴) 진영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차기 대선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오 시장과 김 지사를 '박근혜 대항마'로 키워 내겠다는 친이(親李) 진영의 정치적 계산에 대한 거부감으로 해석된다. 급기야 지도부 회의에서 논란까지 벌어졌다.
"책임 망각한 대권주자 프로젝트" vs "왜 이렇게 속이 좁나"
27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친박계 서병수 최고위원은 "2012년 정권 재창출을 위해 잠재적 대권주자의 무한경쟁이 필요하다며 당무회의 참석을 주장하는 것 아닌가"라며 "차기 대권주자 프로젝트라는 것인데, 이는 정책정당으로 책임을 망각하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서 의원은 "시도지사 중 대권에 도전할 생각이 있는 사람은 대권 후보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자기 역할에 집중하고 성과를 만들어 지역주민에게 사랑받는 게 우선"이라며 "시도의 소통이 필요하다면 시도당 위원장이 참여하는게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 의원은 "시도지사는 국가공무원법에 따른 정무직 공무원인데, 당 공천으로 당선됐어도 정무직 공무원의 지위와 의무는 존중돼야 한다"며 "당 소속 장관을 당무회의에 참석시키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원희룡 사무총장은 "정치 행보라는 시선은 의도한 바가 아니며 (회의의) 횟수도 빈번하지 않을 것"이라며 "일상 당무에 관여하자는 게 아니라 수해가 난다든지 친서민·복지 정책의 전달이나 영남권 신공항 문제, 4대강 등 지자체가 정책결정을 쥘 수 밖에 없을 때 명시적인 근거 규정을 만들어 발언하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러한 방안을 제안한 당사자인 정두언 최고위원은 친박계의 반응 전반을 두고 "속이 좁다"고 표현하기까지 했다.
정 최고위원은 같은 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지방자치단체장들은 당의 중요한 자산"이라며 "시장경제의 핵심은 경쟁인데, 경쟁은 다양화될 수록 좋다"고 말했다.
지도부 내부에서 논란이 계속되자 절충안까지 등장했다. 나경원 최고위원은 "현안이 있을 때 지도부에서 시도지사의 회의 참석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고 안형환 대변인이 전했다.
결국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안 대변인은 "논의 끝에 안상수 대표와 원희룡 사무총장의 협의해 적절한 안을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로선 나경원 최고위원의 절충안 쪽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시각이 미묘하게 엇갈린다는 관측도 있다. 특히 김 지사는 그 동안 서울시에 비교해 경기도정이 언론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다는 시각을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다. 김 지사로서는 언론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중앙정치 무대의 보장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는 것.
반면 오 시장 측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당이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것인만큼 나쁘게 볼 필요가 없다"는 시각과, "행정을 책임지는 시도지사가 정치적인 면이 주를 이루는 당무회의에 굳이 참석할 필요가 있느냐"는 회의론이 공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입 여부를 두고도 당 내의 논란이 불거진 것처럼, 실제 시도지사의 지도부 회의 참여가 이뤄질 경우 차기 대선주자들의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여권 내의 분열이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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