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신당 새 대표선거에 조승수 의원이 단독 출마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16-17일 후보 등록을 앞두고 출마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심상정 전 대표, 정종권 부대표 모두 불출마 입장을 밝혔다. 조승수 의원은 16일 국회 정론관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가졌다.
한때 2008년 민주노동당과 분당 과정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했던 조승수 의원과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진보대통합이란 화두를 던지면서 경기도지사 후보를 사퇴했던 심상정 전 대표와의 '빅매치' 가능성이 급부상했으나, 심 전 대표가 14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불출마 입장을 밝힘에 따라 무산됐다. 이어 진보대통합에 적극적인 정종권 부대표도 출마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이번 당 대표 선거가 통합과 독자노선을 둘러싼 노선투쟁양상을 보이는 일은 면했다. 하지만 이는 역으로 그간 지방선거 이후 계속된 '통합 대 독자'라는 향후 당의 진로를 둘러싼 입장이 새 지도부 선출 이후에도 정리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조 의원은 16일 출마선언을 통해 "우리 앞에 놓인 것은 통합이냐 독자냐 하는 양자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연합을 어떻게 하여 진보신당의 노선과 문제의식을 최대화하느냐는 지혜로운 실천"이라고 지나치게 대립적인 논쟁으로 가는 것을 차단하고 나섰다.
하지만 최근 트위터를 통해 불붙었던 '김규항-진중권 논쟁' 등을 볼 때, 통합과 독자를 둘러싼 당내 논란은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화약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 의원의 단독 출마로 당 대표 선거 과정에서 이 논란이 지지부진할 경우, 오히려 논란의 불씨를 새 지도부에서도 계속 안고 가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민주대연합이 아닌 진보대연합"
이미 당 대표선거 출마 입장을 밝혔던 조승수 의원은 16일 오전 공식 출마선언을 했다. "가난한 이들의 곁으로 돌아가는 진보신당"을 핵심 캐치프레이즈로 정했다. 조 의원은 "진보대연합과 진보대혁신으로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보수-자유-진보의 삼분구도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특히 진보진영의 연합과 관련해 "통합이냐 독자냐라는 잘못된 논쟁틀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며 "진보신당은 결코 좁은 울타리 안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을 것이지만 조급함에 밀려 남들이 내세우는 당위에 말려들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논의구조가 지나치게 대립적, 갈등적 양상을 보이는 것에 대해 선을 긋고 생산적인 논쟁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다만 진보대연합의 범주에 있어 "민주대연합이 아니라 진보대연합"이라면서 오른쪽 끝이 국민참여당이나 민주당 개혁파 등 자유주의 세력이 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조 의원은 "진보신당의 활로는 기성정치권 우두머리끼리의 이합집산이 아니라 정치세력화를 모색하고 있는 다양한 진보세력, 녹색당 추진세력, 진보학계와 시민사회단체, 노동운동 혁신세력을 아우르는데서 찾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부유세-무상급식이 당세가 높을 때 만들어졌나?"
또 조 의원은 진보신당이 최근 처한 어려움과 관련해 "저는 이런 어려움이 사상적 불철저함이나, 정책의 부실함이나, 전술적 오류나, 선거에서 졌기 때문에 생겨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십수 년 전 진보정당의 창당에 나설 때 우리는 언제나 가난한 이들과 함께 했는데데 어느 사이 우리는 이런저런 정치집단의 힘을 빌려오고, 유권자를 현혹할 그럴듯한 말과 차림새를 가다듬고, 선거에 이기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요즘 보수 여야 정당들이 앞 다투어 내세우고 있는 부유세, 무상교육, 무상의료, 복지 확대, 무상급식, 공공보육, 영세자영업자 보호, 임대차 보호 등은 모두 진보정당이 우리 사회에 처음으로 던졌던 화두"라면서 "이제 시대의 조류에 휩쓸려 따르고 있는 진보정당의 정책들은 여러 명의 국회의원들이 있고, 당세가 드높을 때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하나 같이 당이 어렵고 가난할 때, 우리가 누구이고 누구 편을 들어야 할지 한 점의 혼란도 없었을 때 만들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지금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 우리가 누구였는지를 다시금 깨닫는다면 진보신당은 떨쳐 일어날 수 있다"며 "지금 누군가가 제게 진보신당에게 가장 절박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가난한 이들의 곁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힘주어 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심상정 전 대표는 14일 자신의 홈페이지와 당 게시판에 글을 올려 선거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심 전 대표는 "지방선거 과정에서 비롯된 당원들 마음 속 상처는 아직 다 아물지 않았다"며 "내게는 당원들과의 신뢰를 다시 세우는 것이 앞선 일이라 생각한다"고 불출마 이유를 설명했다.
오는 10월 11일부터 15일까지 5일간 당원총투표를 통해 결정되는 대표선거는 조 의원이 단독 출마할 경우 찬반을 묻는 투표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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