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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으로 가는 '486 드라마'…'숙주 정치'ㆍ'하청 정치'의 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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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으로 가는 '486 드라마'…'숙주 정치'ㆍ'하청 정치'의 끝은?

[분석] '계파'에 발목잡힌 민주당 486의 '정치 실험'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우리 세대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우리 세대 정치를 시작하겠다"던 민주당 내 486(40대, 1980년대 학번, 6월 항쟁 세대)의 야심찬 도전이 시작부터 모양새를 구겼다.

약속했던 '후보 단일화'가 목표에 도달하기는커녕 첫 발부터 삐걱대면서 좌초했기 때문이다.

이미 사퇴한 백원우 후보와 예비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해 단일 후보의 위상을 갖게 된 이인영 후보를 제외한 또 다른 486 후보가 약속을 번복했다. "비공식적으로 확인한 예비 경선 순위를 믿을 수 없다", "백원우 후보가 사퇴하면서 단일화는 사실상 이미 끝난 것 아니냐"는 논리가 등장했지만 최재성 후보가 본인 스스로 서명한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물론 13일 밤부터 모든 일정을 중단하고 거취 고심에 들어갔다는 최재성 후보 측이 사퇴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이인영 후보만 남게 돼 사실상 단일화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단일화의 주체인 한 후보가 깔끔하게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장고'를 한 것 자체로 이인영 후보는 '단일 후보'라기 보다는 '유일하게 홀로 남은 후보'로 이미 격하됐다.

이 같은 드라마의 각본을 쓰고 연출까지 했던 486 전·현직 의원들의 모임 '삼수회'가 첫 회 방영과 함께 공언했던 "아름다운 드라마"는 컷 오프 전원 생존을 다룬 2회를 넘기면서 온갖 이전투구와 권력 다툼이 난무하는 "막장 드라마"가 돼 버린 셈이다.

"아름다운 드라마" 꿈 꿨으나 "막장 드라마"로 변질된 486의 '후보 단일화'

▲ 민주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거 예비 경선 전, '후보 단일화'를 약속하는 486 전현직 의원들의 모습. 왼쪽부터 백원우 의원, 최재성 의원, 이인영 전 의원.ⓒ연합뉴스
"하청 정치를 끝내고" 새로운 대안 세력으로 확실하게 자리 잡으려던 486 그룹의 야심한 계획은 용두사미로 끝났다.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잡음으로 '486 단일후보'가 된 이인영 후보의 본선 바람몰이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들 486은 본인들이 비판했던 "기성세대의 구질구질함"을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음을 만천하에 공표했다. 목표와 방법을 명시한 약속을 놓고도 그에 따른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버티는 사람이 발생한 것이 핵심적인 예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정치학 박사)는 "(최재성 후보가 사퇴해서) 단일화가 설령 된다 하더라도 그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변수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없어 보인다"며 "단일화는 그 자체가 아니라 과정과 이유가 의미 있고 영향력이 있어야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박상훈 대표는 "각자 이런 저런 이유를 얘기할 수 있겠지만 넓게 보면 사소한 문제인데 그것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내부 의사소통의 구조를 갖고 있다면, 486에게 특별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가에 대해 깊이 회의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무엇을 실현하기 위한 단일화인지 아무도 알 수가 없었다"

보다 원론적인 지적도 있다. "과정에 앞서 이유를 알 수 없는 단일화였다"는 것이다. 사회디자인연구소 김대호 소장은 "486들이 매우 싫어한다는 정동영은 그래도 '역동적 복지국가'와 부유세'라는 새로운 철학, 가치, 비전을 들고 나온 데 반해 486은 그런 것 하나 없었다"고 비판했다.

김대호 소장은 "과거에는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가 명확해 나라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비전 제시가 별로 필요 없었을 수도 있지만 지금의 정치인이나 정치세력에게는 나라 현실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비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상훈 대표 역시 "486은 '우리 시대의 정치'를 말했지만 정작 그 내용은 존재하지 않았다"며 "저 사람들이 단일화를 하면 이런 것들이 이뤄질 수 있겠다라는 기대를 전혀 불러일으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예견된 486의 실패…"정치참여 이후 그들의 선택은 언제나 당권파였다"

이런 486의 실패는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 486 그룹은 현실 정치에 뛰어들면서 이른바 '숙주'를 찾는데 골몰해 왔다. 그것이 때로는 한나라당 소속이었던 손학규 전 대표이기도 했고, 지난 2년 동안은 '무색무취'라고 평가되는 정세균 전 대표이기도 했다.

박상훈 대표는 "486이 몇 가지 가닥으로 나뉘어 정치 참여를 했고 그 중 주류는 본인들이 독자적인 비전을 통해 자체 세력을 만들기 보다는 힘의 변화에 따라 편의적 선택을 해 왔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보니 묘하게도 그들이 선택한 세력은 언제나 당권파였고 이런 경향은 최근 굳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대호 소장도 "현실 정치에서 성공한 486의 칼은 단결, 연대, 제휴, 통합, 참여, 센 놈에게 업혀가기 등으로 표현되는 '정치공학'이었다"고 평가했다.

독자적인 세력화 노력보다는 기존에 존재하는 '대세'를 따라 주류에 편승해 갔던 486의 역사는 뒤늦게 뛰어든 독자세력화의 발목을 잡는 데까지 이르렀다. "공통의 가치"를 주장하는 삼수회의 단결을 방해하고 '새로운 정치세력'의 이미지를 먹칠한 것은 그 '계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정세균 전 대표 등 주류와 가깝고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정세균 측와 연대한 최재성 후보가 김근태 직계이면서 현재 민주당의 '빅3' 누구와도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이인영 후보의 '단일 후보 추대'를 인정할 수 없다고 버티는 데는 힘의 균형을 원하는 정세균 측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파다하다.

486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이 싸늘한 이유다. 박상훈 대표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486에게 절반은 기대하고 절반은 회의했다면 시간이 갈수록 실망이 더 짙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냉정하게 얘기하자면, 한국 정치 현상을 설명하는 데 486이라는 이름은 너무 지엽적인 변수가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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