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영리병원 도입 등 의료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는 건강보험 통합 1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지방선거의 무상급식 공약에 이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가 보편적 복지정책의 핵심을 부각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사회도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특히 의료비가 가계에 미치는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병원비 걱정 없는 건강한 생활은 국민들의 삶의 질과도 직결된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에 <프레시안>과 진보신당은 공동기획으로 '병원비 걱정 없는 사회'를 총 여섯 차례에 걸쳐 연재합니다.보건의료단체와 진보신당 건강위원회 소속 전문가 등이 현재 추진 중인 의료 민영화의 문제점과 이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1. 병원비 걱정에 불안한 국민, 건강보험까지 위협하는 민간의료보험!
대세는 실손형 민간의료보험?
민간의료보험 시장은 얼마나 될까? 보험협회에 의하면, 보험료 기준으로 2009년 민간의료보험의 시장은 약 12조 원이라고 한다. 이는 30조 규모 전국민건강보험의 40%에 이르는 규모이다. 특히, 실손형 민간의료보험 시장의 증가 속도가 매우 가파르다는 점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2009년 기준, 실손형 보험시장의 규모는 2조5000억 원 정도이나, 이는 2005년 실손형 보험시장을 풀어준 보험업법 개정을 계기로 급격하게 증가해 5년 사이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동 기간에 정액형의 증가가 미미한 수준에 그친 것을 보면, 조만간 실손형이 대세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할 듯하다.
2005년 보험업법 개정, 민간의료보험 시장을 바꾸다
일반적으로 민간의료보험 상품은 보험금 지급방식에 따라 정액형과 실손형으로 구분한다. 정액형은 가입자가 약정한 질병에 걸릴 경우 약정된 금액을 보상하는 상품이고, 실손형은 의료기관을 이용할 때 들어간 실제 의료비용을 보상해주는 상품이다. 정액형 상품으로 대표적인 것이 시중에 주로 팔리는 암보험이나 중증질병보장보험이다. 그리고 손해보험회사에서 판매하는 상해보험이 실손형의 대표적인 상품이다.
그동안 한국은 암보험과 같은 정액형 상품이 주로 판매되어 왔고, 실손형 보험은 주로 집단 가입 방식의 손해보험에 국한되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2005년 정부가 보험업법을 개정하면서 민간의료보험 시장에 지격변동이 일어나게 됐다. 가입 대상이 개인으로 확대되고 생명보험회사도 실손형 상품을 팔 수 있게 되면서 실손형 보험이 주 상품으로 확장되었다.
건강한 고소득계층, 국민건강보험에 불만 품나
그런데 실손형 상품은 정액형과 달리 건강보험에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 건강에 부정적일 가능성이 크다. 건강하고 상대적으로 고소득계층인 실손형 상품 구매자의 경우 소득에 따라 부과되는 건강보험의 보험료에 대한 불만이 커지게 되고,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를 위한 보험료 인상에 동의하지 않고 저항할 가능성이 더 커지게 된다.
이는 건강보험의 재정 불안정성을 커지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건강보험의 재정 불안정성이 증가하게 될 경우 보장성이 축소될 가능성이 커지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저소득층은 의료비 부담 증가와 보장성 축소라는 이중의 부담을 떠안게 되는 것이다.
2.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법안
한나라당+민주당, 민간의료보험에 날개를 달다
민간의료보험은 보험 자본의 이해와 정치권에 포진한 의료민영화론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지속적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정권 출범부터 실손형 민간의료보험의 보장 범위를 제한하려는 시민단체의 보험업법 재개정을 무산시켰다. 그리고 오히려 금융사기를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민간의료보험의 대리인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금융위원회에 건강보험에서 엄격하게 보호, 관리되어야 할 개인의 질병정보를 가져올 수 있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한나라당을 통해 발의하였다.
그런데 민간 의료보험을 활성화하려는 노력은 정부여당에 그친 것이 아니었다. 참여정부 때 의료민영화론자에 포섭되어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정책을 추진한 원죄가 있는 민주당(당시 열린우리당)의 일부 의원들이 최근 민간의료보험회사에 진료비에 대한 직접 청구와 심사 권한까지 부여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나서면서 민간보험사 편들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민영의료보험의 보험금 청구 및 지급에 관한 법률'이 그것이다.
민간보험회사에 당신의 질병정보를 갖다 바치실 건가요?
'환자가 직접 보험회사에 청구하는 불편함을 줄이고 돈을 주는 당사자가 의료기관의 부당한 진료를 감시하겠다는 데에 타당한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실체적 진실을 가리는 사탕발림에 다름 아니다. 만약 그러한 방식으로 제도 개편이 이루어진다면, 개인의 질병정보를 민간의료보험회사에 고스란히 갖다 바치는 꼴이 되어 보험회사의 이윤을 위해 개인의 질병정보가 악용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또 미국의 예에서 드러나듯이 민간보험회사의 이윤을 늘리기 위해 의사에게 부당한 압력 행사가 가능해지고 그로 인하여 환자의 진료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더욱이 이것은 수십 년 간 사회적 합의로 형성된 단일한 국가의료보험인 건강보험 체계를 근간에서 뒤흔들 수 있는 파괴력을 갖고 있다. 의료기관에 대해서 건강보험이 국민의 대표 기관으로서 단일한 권위를 가지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제도가 현실화된다면 더 이상 민간의료보험은 건강보험의 보충적이고 부수적인 의료보험이 아닌 건강보험의 대당으로 자리 잡게 될 공산이 크다.
3. 민간의료보험 대신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광범위한 비급여 구조는 국민 부담의 원인
사실 정부와 민간보험회사가 추진하고자 하는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정책의 배경일 뿐 아니라 수많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데는 본질적으로 건강보험의 비급여 구조가 있다. 초음파, 간병,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등의 광범위한 비급여 구조로 인해 국민 의료비 부담은 커지고, 국민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민간의료보험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민간의료보험 가입자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건강보험에 대한 국민의 신뢰관계와 충성도는 약화될 수밖에 없었고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위한 보험료 인상에 대한 거부감을 커지게 만들었다. 당연히 재정불안정성의 위험이 더 커지게 된 것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이 어울릴 법한 상황이다.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해야 민간의료보험 설자리 없어져
어디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까? 층층이 쌓여 있는 먼지들을 털어내야 하겠지만, 비급여 구조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 과제이다. 지금처럼 무엇 무엇은 건강보험에서 보장해주는 방식이 아니라, 미용성형처럼 비필수 일부 항목을 제외한 모든 항목에 대해 건강보험에서 보장해주는 방식으로 전면적인 보장성 확대가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 시민사회 진영에서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과 '100만 원의 기적'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강조점은 조금 다를 수 있지만,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전면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엔 어떠한 이견이 없는 듯하다. 건강보험의 비급여 구조가 완전히 없어진다면 민간의료보험은 설 자리가 없어지게 된다. 민간의료보험은 여전히 존재하는 성형미용 등과 같은 건강보험에서 제외된 서비스에 대한 보장이나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는 질병으로 인한 가계 소득 상실에 대한 보장 영역으로 자신의 역할을 규정지어야 한다. 그래야만 누구나 평등하게 양질의 보건의료서비스를 편안하게 누릴 수 있는 길이고, 국가적 사회적으로 총 의료비를 적정하게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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