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적인 관점에서 볼 때, 북한의 이러한 주장이 얼마나 사실에 부합하는지 판단하는 건 쉽지 않다. 우선 한국과 미국·중국이 관측한 인공지진 규모가 다르다. 한국 기상청은 5.7이라고 했지만, 중국 지진관측망과 미국 지질조사국은 6.3으로 봤다. 이를 폭발력으로 환산하면 최소 50~100kt에서 최대 400~800kt에 달한다. 통산 지진 규모가 0.2 증가할 때마다 폭발 위력이 2배 정도 증가한다는 원리에 따른 추정이다.
이러한 추정에 따르면 북한의 6차 핵실험은 최소한 증폭핵분열탄이거나 심지어 수소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북한의 핵무기연구소는 "(6차 핵) 시험을 통하여 수소탄 1차계의 압축기술과 분열연쇄반응시발조종기술의 정밀성을 재확인"하였다고 했는데, 이게 사실이라면 원자탄을 기폭장치로 사용하는 수소탄일 가능성에 더 무게가 쏠린다. 수소탄 개발의 성패는 핵분열 반응을 일으키는 원자탄의 정밀성과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수소탄의 압축도 사이에 고도의 알고리즘을 확보하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또한 6차 핵실험 직전에 수소탄이라고 주장한 호리병 모양의 물체를 공개했다. 일단 사진 상으로 보면 이 물체의 크기가 별로 크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물체가 6차 핵실험에 사용된 것과 동일한 것이라면, ICBM 탑재도 그 문턱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북한이 공개한 물체의 무게는 300kg 안팎으로 추정해볼 수 있는데, 이 정도로 소형화되었다면 ICBM 장착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이 핵탄두, 특히 수소탄 장착 ICBM 보유에 성공했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이번 핵실험의 정확한 내용이 아직 알려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현재 북한의 단계는 연구개발에서 시험으로 넘어간 상황이고 이를 전력화하기 위해서는 생산 및 추가 시험, 그리고 실전 배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최근 들어 폭주 기관차의 속도를 높이고 있는 것일까? 일단 "대륙간탄도로케트 시험발사 준비 사업이 마감단계에 이른 것"이라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를 복기할 필요가 있다.
이 발언 속에는 조속히 "핵무력건설"을 마무리짓겠다는 집착이 담겨 있다. 또한 "핵무력건설"을 완성해야 병진노선의 다른 축인 "경제건설" 및 외교적 협상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은 이 과정에서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 등장과 한국의 문재인 정부 출범도 자신들의 전략적 선택을 바꿀 만한 변수로 여기지 않았다. 북한의 눈에는 새로운 한미 정부들도 오바마-이명박·박근혜 시기의 "전략적 인내"를 답습하고 있는 것으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미일 대 중·러 사이의 갈등도 북한엔 호재로 작용했다. 주변국들이 동상이몽에 빠져 있는 사이에 북한은 핵무장 완성의 꿈을 키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핵보유국을 향한 김정은 정권의 집착은 너무나 강했고, 이를 꺾고자 했던 국제사회의 선택은 효과가 없었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셈법을 바꾸겠다며 매번 "역사상 가장 강력한 안보리 결의"를 채택했지만, 북한은 시장화와 국산화를 두 축으로 삼아 제재의 내구력을 키워왔다. 그리고 국제사회는 이제 마땅한 수단이 없다며 좌절감을 표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자신감에 충만해 있다. 혹자의 말처럼 "북한은 이겼고 미국은 진 셈"이다. 적어도 북핵 문제를 둘러싼 게임에선 이러한 진단이 지나치지 않는다.
하지만 쉽게 변할 수 없는 것도 있다. 북한이 아무리 핵 능력을 강화해도 한미동맹의 북한에 대한 군사적 우위는 바뀌지 않는다. 대북 군사적 억제력은 이미 충분히 구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드 배치나 전술핵 재배치는 '자위적' 조치가 아니라 '자해적' 조치가 될 것이라는 점도 여전하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은 이미 갖고 있는 군사적 힘을 유지·보완하면서 당분간 핵보유국 북한과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비핵화는 장기적인 목표로 설정하고 말이다. 이게 답답하고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점도 부인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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