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은 이날 오전 열린 국회 본회의에 참석하는 대신 본회의장 앞에서 정부를 규탄하는 피켓 시위를 열었다. 한국당은 지난 1일 오후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해 경찰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 수사에 착수한 것을 이유로 다음날인 2일 정기국회 보이콧을 선언했었다.
한국당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 결과, 전날 이뤄진 북한의 6차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국회 보이콧을 풀지 않기로 했다. 다만 국방위원회, 정보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등 안보 관련 상임위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참석하기로 했다.
본회의장에 입장하던 일부 여야 의원들은 한국당의 '시위대'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시위 장면을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하자 "꺼져", "빨갱이" 등의 막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이 "북한이 쳐들어오는 판국에 '안보 정당'이 뭐하는 거냐"고 비꼬자 "배신자", "쓰레기" 등의 욕설로 응수하기도 했다.
이들이 본회의장 앞에서 든 피켓에는 "사드 배치 완결지어 국민 안전 확보하라"는 등 안보 관련 문구도 들어갔으나, 정작 이날 본회의에서 상정된 북한 핵실험 규탄 결의안 의결에는 한국당 의원들은 참여하지 않았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북한의 제6차 핵실험이 한반도의 안정과 동북아시아 평화를 위협하는 중대한 도발 행위임을 확인하고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통해 한반도의 긴장상태를 악화시킬 경우 북한 김정은 정권의 체제 유지를 결코 기대할 수 없음은 물론 국제적 고립과 자멸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의 대북 규탄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은 정세균 국회의장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 등 국회 원내교섭단체 대표들이 공동으로 발의했고, 재석 170석에 찬성 163, 기권 7로 가결됐다.
한국당은 이날 안보 관련 일정은 본회의장 앞에서 연 시위에 이은 '북핵 규탄 대회'로 마무리하고, 김장겸 사장 건 관련 일정을 대규모로 잡았다. 한국당은 이날 고용노동부와 대검찰청을, 다음날인 5일에는 청와대와 방송통신위원회를 항의방문하기로 했다고 정우택 원내대표가 의원총회에서 밝혔다.
김이수 인준안 불발…정기국회 전망은?
한국당의 국회 보이콧 여파로 여야가 처리에 합의했던 김이수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은 결국 처리가 불발됐다. 정세균 의장은 이날 본회의에서 의사일정 1, 2항이었던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 대북 규탄 결의안 건을 처리한 후 "의사일정 제3항(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을 상정할 순서이나. 이 안건에 대해서는 교섭단체 간 이견이 있다"며 "원만한 합의 처리를 위해 상정을 보류하겠다"고 말하고 산회를 선포했다.
당초 여야는 지난 1일 정기국회 개회식 후 원내대표 간 회동을 통해 이날 임명동의안을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하는 방식으로 처리하기로 잠정 합의를 했었다. (☞관련 기사 : 이유정 사퇴가 김이수 인준 표결에 미칠 영향은?)
그러나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정세균 의장을 찾아가 "이 문제만큼은 여야 4당이 합의해서 하는 게 좋겠다고 해서 결정을 미뤄 왔는데 결과적으로 '언론 장악 폭거'가 일어나 제1야당이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이 문제만큼은 4당이 다같이 참석한 상황에서 표결이든 뭐든 결정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상정 보류를 요구했다. 정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정기국회 첫 날 강행 처리를 하겠다는 것은 국회를 계속 파행으로 (몰고) 가겠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정 의장에게 상정 반대 의사를 전달했다. 바른정당은 김이수 후보자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밝혀 왔고, 김장겸 사장 체포영장 발부에 대해서도 한국당과 마찬가지로 비판적인 입장이다. .
반면 국민의당은 김이수 후보자에 대해서는 당론을 정하지 않고 의원들의 자유 투표에 맡기겠다는 입장이었고, 김장겸 사장 체포영장 건에 대해서도 민주당·정의당과 마찬가지로 "불가피한 조치"(1일, 최명길 원내대변인)라며 긍정적 태도를 취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김이수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를 앞두고 정 의장을 만나 "한국당의 국회 보이콧은 있을 수 없는 일로서 비판하지만, 제1야당이 없는 상태에서 헌재소장 문제를 처리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으니 며칠만 기다려달라고 했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국민의당이 이같은 입장을 정함에 따라, 민주당(120석)과 정의당(6석) 만으로는 의결 정족수인 국회 재적 과반(150석 이상)을 채울 수 없게 됐다. 정 의장이 상정을 보류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그러나 국민의당이 한국당의 국회 보이콧에 찬성한다는 입장은 아니고, 바른정당도 김장겸 사장 체포영장 발부에 대한 비판과는 별개로 국회 보이콧에는 동참하지 않기로 하면서 현재로서는 여야 교섭단체 4당 가운데 한국당만 국회 일정 참여를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박정하 바른정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 결과 브리핑에서 "완전히 국회 문을 닫으면 무책임하다. 국회 전면 보이콧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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