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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신기, 80만 팬과 함께 '제2의 서태지'로 거듭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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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신기, 80만 팬과 함께 '제2의 서태지'로 거듭나라"

[토론회] "동방신기 '노예 계약'은 인권문제로 접근해야"

동방신기와 소속사인 SM엔터테이먼트 사이의 갈등으로 연예계 '노예 계약'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연예 매니지먼트 시스템의 문제를 짚어보고 연예인과 기획사 사이의 새로운 계약 모델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문화연대는 14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체스코 교육회관에서 '동방신기 사태를 통해 본 연예 매니지먼트 시스템의 문제와 대안 모색'이라는 제목의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김대오 노컷뉴스 방송연예팀장, 김원찬 한국가수협회 사무총장, 박주민 변호사, 탁현민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동방신기 팬 김은아 씨가 패널로 참석해 3시간 동안 열띠게 진행됐다.

▲ 14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체스코 회관에서 연예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진단하는 토론회가 문화연대 주최로 열렸다. ⓒ프레시안

연예계 불공정 계약 문제는 지난달 31일 동방신기 멤버 5명 중 3명(영웅재중, 믹키유천, 시아준수)이 전속계약 효력 정지 가처분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들은 SM과의 계약서에서 △총 13년의 장기 계약(군 복무 기간은 제외) △50만 장 이상 음반 판매시에만 멤버 당 1000만 원을 받는 불공정한 수익 배분 (50만 장 이하 판매 시 한 푼도 수익 배분을 받지 못함) △계약 위반시에 계약 종료일까지 예상되는 수익의 3배가량 위약금 지불 △합의하에서의 계약 해지도 위약금 지불 등 불공정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소송의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아이돌 스타 2명, 불공정한 계약으로 자살 시도해"

이날 발제자로 나선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는 "동방신기가 SM과의 계약을 위반할 경우 물어야 할 위약금이 최소 4000억 원에서 최대 4800억 원에 이른다"며 "계약 내용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모두 소속사에 유리한 전형적인 노예 계약임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소속사가 연예인을 회사 행사에 무상으로 출연하게 한다거나 사생활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등, 연예인과 소속사의 '봉건적 관계'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인권 문제"라며 "한국의 연예기획사들은 부적절한 계약을 통해 아이돌 스타를 키운 뒤 그들의 인기를 기반으로 상장 주식 가격을 올리는 것에만 혈안이 돼 있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월급여제+인센티브'방식을 '노예 계약'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김대오 노컷뉴스 방송연예 팀장은 "언론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소속사와의 노예 계약 때문에 자살을 시도한 아이돌 스타가 2명이나 된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비교적 어린 나이에 데뷔한 연예인들이 활동 도중 다시 학교에 돌아가고 싶거나 연예인 생활을 그만두고 싶어도, 소속사와의 장기 계약과 위약금 때문에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장기 계약에 따른 인권 문제를 지적했다.

역시 토론자로 참석한 동방신기 팬 김은아 씨는 "데뷔 이후 68개월 동안 동방신기는 앨범을 45장 발매했고, 콘서트를 무려 103회나 열었다. 그러나 상상을 초월하는 스케줄 때문에 1년에 쉴 수 있는 날은 2주가 채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어 "(이번 동방신기 사태를) 소속사와의 '밥그릇 싸움'으로 보지 말고, '인권 문제'로 문제로 봐 달라"라고 호소했다.

박주민 변호사는 법원 판례를 들어 "연예기획사가 아무리 포괄적으로 소속 연예인에 대한 권한을 위임 받았다고 하더라도, 연예인이 개별 영화나 광고에 출연하는 것은 따로 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연예계의 봉건제적 인간관계와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한, 한국 대중문화는 전근대적 시스템에 발목 잡힐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소속사와의 갈등으로 해산 위기를 맞은 인기 그룹 동방신기. ⓒ뉴시스

"동방신기, 대자본과 미디어에 종속된 연예계 관행과 과감히 단절해야"

이번 동방신기 사태가 대형 엔터테이먼트 자본을 중심으로 한 파행적인 한국 연예계 풍토의 일부라는 지적도 나왔다.

탁현민 한양대 문화컨텐츠학과 겸임교수는 "제2의 동방신기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대형 연예제작사와 이와 결탁한 미디어를 통해 스타가 되는 시스템 자체를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탁 교수는 "유행가 '허그'는 따지고 보면 '동방신기의 허그'가 아니라 'SM의 허그'"라며 "창작의 권리와 능력이 대부분 기획사에 기울어져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연예인은 곧잘 상품의 판매자나 단순한 소모품으로 전락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동방신기 사태는 자본과 미디어에 종속된 한국의 대중문화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자질있고 능력있는 연습생들이 거대 기획사에서 트레이닝을 받고 그들과 결탁한 미디어를 통해 손쉽게 성공하려는 방법을 버리고,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아나서는 멋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탁 교수는 "19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대형 기획사가 아니라 음반사가 소속 가수들과의 불합리한 계약으로 온갖 착취를 저질렀으나, 이 관행을 과감히 깬 사람이 바로 서태지"라며 "동방신기의 팬이 정말 80만 명이라면, 서태지가 그랬던 것처럼 동방신기가 대형 기획사와 단절하고 자신의 음악적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동방신기가 대형 기획사를 등에 업지 않고도 성공하다면, 이는 한국 음악계의 판도를 바꾸는 엄청난 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원찬 한국가수협회 사무총장 역시 "연예 자본의 구조화된 관행과 커넥션을 끊어내지 않고는 제2, 3의 동방신기 사태가 반복될 것"이라며 "관련 법안을 만들어 기획사가 적절한 자격을 갖추지 못하면 엔터테이먼트 사업을 할 수 없도록 하고, 모든 연예기획사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만든 표준계약서를 의무적으로 도입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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