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새로운 정황 나오자 종편도 적극 소개
이렇게 8월에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새로운 이슈가 연이어 화제가 되자 '5‧18 폄훼'의 대명사인 종편 시사 토크쇼도 5‧18을 많이 다뤘습니다. 특히 MBN은 총 6개의 프로그램에서 관련 이슈가 있던 날마다 빼놓지 않고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뤘습니다. MBN <아침&매일경제>는 8월 2일, 3일, 12일, 16일, 24일, 25일, MBN <뉴스와이드>는 8월 8일, 13일, 20일, 22일, 23일, 24일, MBN <뉴스&이슈>는 8월 8일, 11일, 21일, MBN <뉴스BIG5>는 8월 8일, 16일, MBN <뉴스파이터>는 8월 11일, MBN <시사스페셜>은 8월 13일에 광주민주화운동을 대담 주제 중 하나로 정했습니다. 8월 한 달 간 MBN은 6개 프로그램에서 총 19번이나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겁니다.
채널A는 7개 프로그램에서 13번 광주민주화운동을 두고 대담을 벌였습니다. 채널A <뉴스특급>이 8월 9일, 10일, 14일, 채널A <정치데스크>가 8월 9일, 10일, 23일, 25일, 채널A <뉴스TOP10>이 8월 9일, 11일, 채널A <토요랭킹쇼>가 8월 12일, 채널A <뉴스뱅크>가 8월 13일, 채널A <신문이야기 돌직구쇼>와 <이슈투데이>가 8월 16일에 다뤘습니다.
TV조선은 가장 무관심했습니다. TV조선은 3개의 프로그램이 각 한 번, 총 세 번밖에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루지 않았습니다. TV조선 <이것이정치다>가 8월 9일, <김광일의 신통방통>이 8월 16일, <뉴스퍼레이드>가 8월 23일에 관련 방송을 내보냈습니다.
달라진 종편…전반적 분위기는 '전두환 비판'
종편의 분위기는 불과 1년 전과 비교해도 많이 다릅니다. 지난해 5월 18일을 전후로 TV조선과 채널A는 "광주사태하고 나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전두환 씨의 주장을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에 '종북' 낙인을 찍었는데요. 전두환 씨가 광주 시민들과의 전쟁을 준비했다는 정황이 나온 이번 8월에는 무난한 방송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종편 3사가 다룬 주제는 시기별로 조금씩 다릅니다. 8월 초에는 영화 <택시운전사>의 개봉과 흥행, 전두환 씨 회고록의 왜곡, 전두환 회고록 판매 금지 조치가 주요 주제였고 8월 21일부터는 타 언론 보도에 따라 미 국방정보국 비밀문건, 신군부 전투기 광주 폭격 준비 증언 등 새로운 정황들이 다뤄졌습니다. 종편 패널들은 과거와 달리 전두환 씨의 날조를 강하게 비판하고 신군부의 학살 조치 정황을 상세히 전하는 등 상식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일부 방송에서는 여전히 '5‧18 폄훼'의 구태를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묻고 가야 한다'는 등 황당한 발언이 나오기도 했으며, 심지어 채널A는 전두환 씨와 이순자 씨의 '5‧18 왜곡 인터뷰'를 반복 노출하기도 했습니다.
1년 전 '이순자 씨 인터뷰' 우려먹는 채널A
올해 3월 채널A <정치데스크>(3월 24일)는 '단독'이라며 전두환 내외의 과거 사진을 보여주고, 이순자 씨와의 인터뷰를 공개했는데요. 당시 이런 방송이 무려 30분 이상 이어졌습니다. 8월 한 달 간 지난 3월 인터뷰는 물론, 지난해 5월에 진행한 인터뷰도 반복 인용했습니다. 채널A <정치데스크> 뿐만 아니라 <뉴스특급>, <뉴스TOP10>, <돌직구쇼> 등 채널A의 다른 프로그램들도 전두환 씨 회고록과 5‧18 진상규명 관련 내용을 다룰 때마다 해당 인터뷰를 인용했습니다. 심지어 "진실 공방"이라며 정부의 진상조사 지시와 전두환 씨 측의 입장을 동일선상에서 취급했고, 전두환 씨 측 인터뷰의 음성과 자막을 함께 내보냈습니다.
아래 표는 상기한 세 사람의 인터뷰가 등장한 채널A 프로그램을 정리한 것인데요, 한눈에 보아도 상당히 많은 횟수에 걸쳐 전두환, 이순자, 김충립, 민정기 씨의 인터뷰가 보도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 최근에 진행된 것은 민정기 씨의 인터뷰뿐이고, 나머지는 지난 3월이나 지난해 5월 진행된 전두환‧이순자 씨 인터뷰로서 길게는 1년 3개월이나 지난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채널A가 전두환 씨 측 입장을 방송한 횟수가 8월 한 달에만 무려 열여섯 회에 이릅니다. 방송이 된 날짜 역시 8월 9일부터 23일까지로서, 한 달 내내 반복적으로 전두환 씨 입장을 유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채널A가 방송한 전두환 씨 측 입장을 보면 황당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이순자 씨는 지난해 5월 인터뷰에서 "저희 각하께서는요. 항상 광주에서 민주화운동하다가 희생된 시민들하고 또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명령에 의해서 광주의 치안을 유지하러 내려갔다가 희생된 계엄군 둘 다 희생자라고 생각하세요. 5·18재판에서 '광주에서 발포 명령자는 없었다' 하고 분명하게 재판결과가 나왔습니다. 광주사태에서 학살자라는 누명을 확실히 벗었고요. 광주에 가서 돌을 맞아서 모든 게, 5.18가족들과 오해가 말끔히 풀리고 정말 분이 다 풀린다면 뭘 못하겠어요. 각하가 망월동 묘지에 참배를 못 할 이유가 없잖아요"라고 말했는데요. 이 내용이 8월 한 달 동안 채널A <뉴스특급>(8월 9일), 채널A <정치데스크>(8월 9일), 채널A <돌직구쇼>(8월 16일)에 세 차례나 등장했습니다.
채널A는 전두환 씨 측근인 민정기(전 청와대 비서관), 김충립(전 수도경비사령부 보안반장)과 진행한 인터뷰 또한 지속적으로 수차례에 걸쳐 노출했습니다. 민정기 씨는 전두환 씨를 17년 동안 보좌한 인물로, 영화 <택시운전사> 속 발포 장면이 "날조"된 것이라 주장한 바 있습니다. 그런 민정기 씨가 "광주사태 당시에 벌어진 상황은 사건으로서는 엄연히 무력 폭동 아닙니까. 계엄군이 시민들을 공격하기 전에 먼저 계엄군이, 그 당시 공수부대원들이 공격을 받았거든요. 공수부대원들은 그냥 부동자세로 서 있는데, 그 사람들을 향해서 투석 공격을 해서 거기서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고 그러지 않았습니까"라고 인터뷰에서 발언한 부분 역시 세 차례나 전파를 탔습니다. 진행자나 출연자가 비판적인 의견을 견지하고 있었으나, 여전히 광주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로 폄훼하고, 학살의 책임을 부정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반박 입장'이라 부르며 방송에 반복적으로 등장시키는 것 자체가 매우 부적절합니다.
역사 왜곡하고 광주 모독한 인터뷰가 '반론권'? 채널A의 아전인수
채널A가 이렇게 전두환 씨 측 입장을 억지로 갖다 붙이는 방식은 전두환 씨 측 인터뷰를 '반론'이라고 포장하는 겁니다. 일례로, 채널A <정치데스크> 진행자 홍성규 앵커는 8월 23일 방송에서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조사 지시, 전두환 전 대통령을 향할 수밖에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전 전 대통령 측 입장, 저희 <정치데스크>가 직접 들어봤는데요. 한번 같이 들어보시죠"라고 말했습니다. 새롭게 드러난 광주 학살의 정황을 살펴보는 대신, 전두환 씨 측의 '반론권'을 최대한 보장하고자 한 겁니다.
이어서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과 진행한 전화 인터뷰가 나왔습니다. 민 씨는 문 대통령의 5‧18 특별조사에 대한 생각을 묻자 "글쎄요. 진상을 조사하면 좋지요"라고 운을 띄웠으나, "(전두환 전 대통령이) 전혀 그런 건 (공군 출격 준비) 아실 수가 없죠. 더군다나 공군의 일인데, 물론 그 당시 국군 보안사령부가 국군 보안사령부이기 때문에 육해공군 가릴 건 아니지만, 어떤 작전 사항에 관한 건 보안사가 취급하질 않고, 보안사에서 알 수가 없죠"라며 적극적으로 전두환 씨를 두둔했습니다.
보도‧시사 프로그램은 특정한 사안에 대해 반론권을 보장할 의무가 있지만, 이는 합리적인 토론을 전제로 합니다. 이미 내란목적살인 등 13개의 '반란 혐의'로 사형을 선고 받았던 전두환 씨는 광주에 대해 애초에 반론할 의미도, 자격도 없다고 할 수 있죠. 게다가 전두환 씨와 그 측근들은 지금도 광주 학살의 책임을 부인하며 역사와 희생자들을 모독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채널A는 역사적 진실을 부정하는 자들의 주장을 '반론'이란 말로 포장하면서 채널A 스스로 역사를 왜곡한 셈이 됐습니다.
류여해, 5‧18 진상조사 지시에 "5·18 유공자 명단도 공개하라"
전두환 씨 측 인터뷰를 과도하게 반복 노출한 채널A 외에도 종편의 5‧18 관련 왜곡 사례는 더 있습니다. 채널A <정치데스크>(8월 23일)의 경우, 류여해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을 출연시켜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을 모욕할 기회를 줬습니다. 심지어 류여해 씨는 '채널A 객원기자'라는 배지를 달고 나왔는데요. 이는 자유한국당과 류 씨의 입장이 곧 채널A의 입장이라는 의미입니다. 류 씨는 뭐라고 말했을까요?
진행자 홍성규 앵커는 앞서 살펴본 민정기 씨의 전화 인터뷰를 보여준 후 "진상조사에 찬성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꺼풀 벗겨보면 당시 국군보안 사령관이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은 알지 못하는 내용이다. 이렇게 선을 긋는 모양새인데 류여해 최고위원은 어떻게 들으셨습니까?"라고 물었습니다. 이에 류여해 씨는 "저번에 회고록이 한번 나온 적이 있었어요. 저는 그때 그 당시에 왜 안 써도 될 것을 썼을까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 책은 필요하지 않은 책이라고 생각을 했"다며 전두환 회고록에 일면 부정적 견해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뒤이어 "이번에 5·18 부분을 정말 정확하게 진상규명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거기에 더 덧붙이자면 5·18유공자 명단도 정확하게 한 번쯤 완전히 오픈해서요. 명확하게 한 번 했으면 좋겠는데요. 특히 전두환 전 대통령은 이 부분에 관해서는 본인도 명확한 자신의 입장을 좀 내 놔야 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해 시청자를 경악케 했습니다. 느닷없이 '5·18 유공자'를 겨냥하며 유공자 명단에도 뭔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묘사한 겁니다. 이는 5‧18 유공자들이 부당하게 과도한 혜택을 받고 있다며 그 명단의 공개를 요청한 '박사모' 등 극우세력 및 일부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주장과 맞닿아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심각한 날조입니다. 5‧18 유공자들은 한국전쟁 유공자 등 다른 국가 유공자들과 똑같은 혜택을 받고 있으며 5‧18유공자 혜택을 받는 자녀들의 비율은 전체 국가 유공자 자녀들 중 1%에 불과합니다.
김용남, 문 대통령의 특별조사 지시는 "친여 언론과 짜고 치는 모양새"
MBN <아침&매일경제>(8월 24일)에서는 김용남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조사 지시는 친여 언론과 짜고 치는 모양새'라고 주장해 물의를 일으켰습니다.
김용남 씨는 "물론 역사적인 진실규명의 시효가 없는 건 맞습니다. 그런데 시기적으로 지금 우리가 앞에서도 다뤘습니다만 북핵 위기가 고조되고 있고, 이번 주 월요일부터 을지훈련 기간이잖아요. 그런데 지금 전쟁에 대비한 훈련을 하는 데에 있어서 그 와중에 37년 전에 헬기 기총 사격이 있었느냐, 아니면 전투기가 대기를 했느냐, 그거를 대통령의 특별 지시로 이 시점에 지시가 내려왔다는 게 조금 시기적으로 다소 뜨악한 면이 있습니다"라며 먼저 '북한의 위협이 있으니 진상규명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완전히 별개의 사안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며 5‧18 진상조사의 필요성을 폄훼한 겁니다. 북한이 아닌 우리 정부가 시민을 학살했다는 점에서 5‧18 진상규명은 상시적 안보만큼이나 중요하죠.
이어서 김 씨는 "그리고 무엇보다도 모양새가 이게 전투기 대기에 대한 소위 뭐 친여 성향의 언론보도가 있은 지 하루 조금 지나서 바로 대통령의 특별지시로 내려왔거든요. 모양새는 영 안 좋습니다. 이건 뭐랄까요? 짜고 친다고 할까요?", "모양새도 대단히 부적절한 건 틀림없는 사실인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요컨대, '친여성향이 보도를 하자 문 대통령이 조사를 지시했으니 짜고 치는 모양새'라는 겁니다. 광주 학살의 새로운 정황을 보도한 언론에 '친여 성향'이라는 정치색을 덧씌운 것부터가 부적절한데요. 이런 왜곡된 전제로부터 문 대통령의 조사 지시까지 마치 '음모'가 있는 것처럼 묘사한 겁니다. 이는 근거 없는 비방입니다. 언론이 국가 주도 학살의 새로운 정황을 보도했을 때 정부가 진상조사를 지시하는 것은 상식에 가깝습니다. 김 씨에게는 이런 상식도 모두 ‘정치적 이념’으로만 보이는 모양입니다.
5‧18 진상규명, "안 되면 불명으로라도 정리"해야?
MBN <뉴스와이드>(8월 24일)는 ""5‧18 특별조사' 시작 과거 정부 '진실규명' 흐지부지됐던 이유는?"이라는 꼭지를 달고 5‧18 특별조사 소식을 20분 넘게 보도했습니다. 김형오 진행자는 "해병 사단까지도 이제 추가 투입하는 문건이 좀 공개가 됐습니다"라며 문건을 소개한 뒤, 패널들에게 의견을 물었습니다. 이날 대부분의 출연자는 신군부 세력에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지만, '이번이 마지막 조사여야 한다'는 수상쩍은 주장을 펼친 사람들도 있습니다.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은 "(구)야권이 10년 집권을 하고, 이제 세 번째 집권인데요. 아직까지도 정리가 되지 않고 또 정반대의 시각에서 극우적인 시각에서 또 광주사태를 바라보면서 북한군이 개입했다, 주장하는 사람들이 아직 있어요. 그렇다면 이런저런 걸 다 해서 이번에는 있는 대로 마무리를 하고 그것이 조사가 안 되거나 밝혀지지 않는다면 불명으로라도 이렇게 정리를 해야지 언제까지 매번 이럴 거냐. 조금 있으면 이 관련된 분들이 다 사망을 할 거예요. 그러면 그때는 규명하기가 더 어려워질 거 아닙니까? 그러면 이번에는 끝내야죠"라고 말했습니다. 이미 날조로 밝혀진 '북한군 개입설'을 하나의 합리적 반론으로 취급하면서 '양쪽 의견이 충돌하면서 진실이 드러나지 않으니 이젠 그만해야 한다'고 주장한 겁니다.
전계완 씨 "못 밝히면 덮고 가자. 미래로 향하자"
MBN <뉴스와이드>(8월 24일)에 출연한 전계완 <매일신문> 객원논설위원도 부적절한 발언으로 빈축을 샀습니다. 진행자 김형오 앵커는 "그동안 여러 차례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진실이 밝혀지지 못했습니다. 기무사 보존 자료를 확인하면 과연 진실이 밝혀질 것인지. 흐지부지했던 이유는 무엇이고 이번에는 제대로 밝힐 수 있을 것인지 같이 의견을 들어보겠습니다"라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전계완 씨는 '진상규명이 되기 어려우니, 덮고 미래로 향하자'는 황당한 주장을 내놨습니다.
전 씨는 "가해자 또는 가해 세력의 대변인 역할을 했던 보수 정치 세력은 이 문제가 북한과 막연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 때문에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선거 때마다 광주 민주화운동을 거론하는 것이 오히려 호남에는 유리하지만 전국적으로 보수 세력에 훨씬 더 더 유리하도록 만드는 그런 정치적인 액션들을 취했다"며 보수진영을 비판한 뒤, "진보 정치 세력들은 광주의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 자신들에게 정치적 불리함이 있을 것 같으니까 역사적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그 당위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오히려 그 반대쪽에 있는 세력과 정치적 타협을 해 왔다"라며 진보 진영의 책임도 물었는데요. 이어서 "지금 이 순간에 가장 중요한 것이 진상을 규명한다, 책임자 처벌을 한다는 것인데 지금까지 수도 없이 조사를 해왔지만 책임자 처벌을 하지 못했다. 증거가 이번에는 그러면 나올 수 있느냐? 매우 어렵다는 거예요. 그러면 지금 이 순간에 이 문제가 나와서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지만, 이것이 정말 정치를 배제한 역사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써 나온 것이냐. 아니면 이것 또한 정치적으로 활용되면서 뭔가 지금 과거에 대한 진실규명, 적폐 청산, 이런 것들과 연관되어서 하는 것은 아닌지 우리가 언제까지 이 과거 문제를 가지고 계속 다루고 다루고… 그리고 언제까지 필요할 때 정치권에서 드러내면서 할 것인지 이 문제를 정말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이번에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못 밝히면 덮고 가자. 미래로 향하자, 이런 정도의 자세로 가야지. 분위기로 보면 뭔가 의도가 있으면서 가는 것 아니냐는 이런 부분들을 확실하게 제거하면서 진상규명을 해 나가야 한다, 이 말씀을 드리겠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전계완 씨의 말은 '보수와 진보 모두 5‧18을 정치적으로 이용했고 이 때문에 진상규명이 되기 어려우니 덮고 가자'는 겁니다. 국가폭력을 밝히는 일을 두고 적폐청산과 연관된 '정치적 활용'을 운운하는 것 역시 어처구니없는 논리일 뿐입니다.
5‧18 진상규명이 '정치적 수단'? 종편 패널들의 '색안경'
그동안 확인할 수 없었던 기밀문서들과 새롭게 등장한 증언·자료들을 기반으로 이루어진 특별조사 지시를 "정치적 수단"으로 규정하는 패널은 전계완 씨나 황장수 씨만이 아닙니다. MBN <아침&매일경제>(8월 25일)에 출연한 소종섭 전 <시사저널> 편집국장 역시 비슷한 뉘앙스의 발언을 했는데요.
소종섭 씨는 "역사적인 사실을 밝힐 필요가 있다는 데는 반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부분은 동의를 할 텐데, 이러한 부분들이 전면에 부각되는 것이 과연 지금 시점에서 바람직하냐. 오히려 우리 국가의 앞으로의 산적한 과제들 이런 부분에 집중을 기울이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 과거에 역사적인 사실을 밝히는 부분은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것을 이제 하나의 정치적인 흐름으로 만들어 가는, 이런 부분이 그렇게 바람직한가? 여기에 대해서 조금 다른 생각들을 야당들은 가지고 있지 않나. 이런 생각을 갖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저도 개인적으로는 사실은 어떤 과거사 규명 이런 부분에 너무 정권이 힘을 많이 쏟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을 합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역사적 사실은 밝혀야 하지만 정권이 너무 힘을 쏟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인데요. 논리 자체가 모순입니다. 이어 소종섭 씨는 "역사적인 진실 그리고 훗날에 어떤 역사가들의 평가를 위해서는 사실 관계를 분명히 밝히는 것은 필요하다"면서도 "그런데 그것을 너무 이렇게 막 요란하게 있지 않습니까? 정치적인 어떤 공세의 성격이라든지 이렇게 가져가기보다는 차분하게 시간을 갖고 하나하나 이렇게 만들어가는 이런 부분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한다", "그런 부분들을 너무 정권 차원에서 하나의 정치적인 뭐라고 할까요? 큰 과제로 막 이렇게 추진해가는 거. 그건 조금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라며 재차 정권 차원의 큰 과제로 다루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표했습니다. 그러나 5·18은 민주주의를 훼손한 세력에 맞선 시민들을 국가가 폭력으로 진압한 일로, 이에 대한 진상규명이 정부 차원의 '큰' 과제가 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렇게 종편에서는 여전히 5‧18 진상규명을 폄훼하고 '정치적 사안'으로 축소시키는 왜곡이 넘쳐 나고 있습니다. 종편은 방송사로서 출연자들의 부적절한 발언을 적극적으로 차단하고 규제할 의무가 있습니다. 지난 8월 24일, 5·18 기념재단은 '국방부 5·18 진상조사 환영, 5·18 진상규명특별법 제정 촉구'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오월단체는 "국회에서 5·18 진상규명특별법을 제정하여 조사권과 기소권 등 법적 강제력을 가진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하고 이를 통해 정부가 공인하는 보고서가 채택되기를 바라"며 "(특별조사 지시는) 시대적 요청에 따른 것으로 이제는 국회가 답해야 할 차례"라고 강조했습니다. 역사적 과제로 주어진 5월의 진실을 밝히는 일은 이번에 밝히지 못한다고 해서 묻어두고 갈 수 있는 일이 아니며, 반드시 국가 차원의 진상규명을 통해 '국가 폭력'의 과거를 청산해야 합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채널A, MBN, TV조선 시사토크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8월 1일부터 25일까지 모니터했습니다.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씨로 통일했습니다. 이봉우 활동가와 김한솔 인턴이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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