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고시 2부 합격자 41%, 외교부 고위직 자녀"

홍정욱 "또다른 특혜 의혹"…행안부, 외교부 감사 확대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딸 특채 의혹으로 끝내 사의를 표한 가운데 외무공무원 선발전형 중 하나인 외무고시 2부시험 합격자의 41%가 외교부 고위직 자녀인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예상된다.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이 5일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97년부터 2003년까지 22명을 선발한 외시 2부시험에서 모두 9명이 전·현직 장·차관과 3급 이상 고위직 자녀인 것으로 밝혀졌다. 외무고시 2부시험은 외국에서 초등학교 이상의 정규과정을 6년 이상 이수한 자로 응시자격을 제한하고 시험과목도 1부시험의 절반에 불과해 형평성 논란이 일어 2004년 폐지됐다.

홍 의원은 "외교부에서 지금까지 고위직 외교관 출신 자녀 30명이 근무하고 있거나 근무를 했던 것으로 집계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또 특별채용으로 외교부에 들어온 직원 7명 중에는 전직 대사를 포함해 고위직 출신 인사의 자녀 4명이 2등 서기관과 과장 등으로 재직하고 있다. 유명환 장관의 딸을 포함한 3명은 사직했다.

홍 의원은 "언어능력과 외교적 감각을 갖춘 외교관 자녀를 역차별할 필요는 없지만 특정전형 합격자의 41%가 외교관 자녀라면 국민정서상 수용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선발 과정의 특혜 의혹이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오는 2013년부터는 외시가 폐지되고 '외교아카데미'를 통해 외교관을 선발하게 되는 만큼 차제에 제도의 투명성을 더욱 철저히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파문을 계기로 정부는 외교부에 근무하는 다른 외교관 자녀의 채용 과정에 대해서도 감사를 확대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특별 감사팀은 최근 외교부에 채용된 다른 외교관 자녀와 관련된 인사 기록을 제출받고 이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 외교부에 근무하는 계약직 직원 가운데 외교관 자녀들이 특혜를 받은 사례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행안부는 특히 유 장관의 딸 채용 과정과 관련해 외교부가 1차 공고 때 대상자 전원을 탈락시키고 2차 공고를 낸 과정과 다섯 명의 면접관 중 두 명을 외교부 간부로 구성한 것과 관련해 당사자들에 대한 집중적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