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자질 논란이 불거지면서, 원내3당인 국민의당과 5당인 정의당이 박 후보자에 대해 '지명 철회'로 입장을 정했다. 보수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아직까지 박 후보자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지만, 이들이 문재인 정부에 대해 거의 모든 사안에서 비판적 태도를 취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국민의당과 정의당의 반대로 인해 박 후보자의 국회 청문회 통과 가능성은 크게 낮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30일 경기 양평 워크숍 현장에서 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문재인 정부 인사 난맥상이 도를 넘었다"며 "기대 속에서 야심차게 출범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 실망을 넘어 절망을 금할 수 없다"고 박 후보자를 직접 겨냥했다. 안 대표는 "이 분야의 수많은 인재를 제쳐 놓고, 현장 전문성도 없고 과학자임에도 '창조론' 논란을 일으킨 사람을 굳이 초대 장관 후보로 내세운 이유가 무엇인지, 이 정부의 인사 원칙이 무엇인지 정부는 확실히 밝혀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 후보자는 진화론을 부정하는 '창조과학' 관련 단체 전력이 논란이 된 데 이어, 이날 언론 보도를 통해 이승만·박정희 정권의 독재를 미화하고 1948년 건국설을 주장하는 '뉴라이트' 사관(史觀)에 기운 연구 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이 추가로 밝혀지기도 했다. (☞관련 기사 : 박성진, '창조과학' 이어 뉴라이트 사관 논란까지)
안 대표는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많은 자격 미달 인사가 있었음에도 불구 우리 당은 협조할 만큼 협조했다"며 "이제 보다 엄격한 잣대를 꺼내들고 국민적 기준에서 냉정히 판단할 때가 됐다"고 본격 공세를 예고했다.
국민의당은 이날 오전 손금주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대통령은 박 후보자 지명을 즉각 철회하라"고 공식 요구하기도 했다. 손 대변인은 "인사 난맥이 산 넘어 산"이라며 "과학자임에도 '창조론' 논란을 일으켰던 박 후보자가 이번에는 뉴라이트 사관이다. 문재인 정부 주변에 아무리 인재가 없어도 어떻게 이런 사람을 임명하겠다 할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손 대변인은 박 후보자의 연구 보고서를 "1948년 정부 수립을 '건국'으로 보고, 이승만 정부의 독재를 지지하고, 박정희 정부의 새마을 운동을 '진정한 신분 계층 제도의 타파'라고 평가한 보고서"라고 규정하며 "박근혜 정부의 8.15 건국절 제정과 친일·독재 미화 역사 교과서에 동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 대변인은 "업무에 대한 전문성도, 기본도 없이 자리만 좇는, 심지어 역사관과 생각마저 의심스러운 폴리페서"라고 박 후보자를 맹렬하게 비난하며 "대통령은 즉시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고, 문 대통령 지지자 그룹 밖의 능력 있는 분들에게 눈을 돌리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대체로 정권에 협조적이었던 정의당마저 '뉴라이트' 논란은 참아 넘기지 못했다. 정의당은 최근 정치 쟁점이 되고 있는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 등 문재인 정부의 인사에 대부분 찬성 입장이었지만, 안경환 법무, 조대엽 노동장관 후보자와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인선에는 반대했고 이들 3명은 결국 낙마했다. 때문에 '정의당이 반대하면 낙마한다'는 뜻에서 일본 원작의 인기 만화에 빗대어 '정의당 <데스 노트>'라는 말까지 나왔다.
추혜선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논평에서 "박 후보자는 지난 2015년 초 작성한 연구보고서에서 1948년 건국설에 찬동하며 이승만 독재를 불가피한 것으로 간주했다. 또 박정희 정부의 새마을 운동을 신분 계층 제도의 타파라고 주장하는 등 케케묵은 뉴라이트적 사관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며 "개혁을 주도해야할 자리에 적폐를 가져다 앉히려고 한 셈"이라고 비판하고, "박 후보자의 즉각적인 지명 철회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추 대변인 논평을 통해 "박 후보자는 이미 다운계약서 의혹과 자녀 이중국적 의혹이 불거지는 등 인사청문회에서 난항을 빚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제는 인사청문회에 오를 자격조차 없음이 드러났다"고 박 후보자를 '무자격 후보'로 규정하며 "박 후보자의 역사관은 문재인 정부의 철학에도 부합하지 않을 뿐더러, 대한민국 헌법 정신에도 완전히 어긋난다. 국정의 한 축을 책임질 장관으로서는 완전히 실격"이라고 주장했다.
정의당은 나아가 "벌써 몇 번째 인사 실패인가. 한두 번은 불찰과 실수라고 이해할 수 있지만 반복된다면 무능"이라며 "청와대 인사수석은 거듭되는 인사 실패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박 후보자를 넘어 청와대까지 겨냥했다.
보수 야당들 가운데에서는 바른정당 하태경 최고위원이 이날 당 회의 발언을 통해 "박 후보자의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찬양은 저희(보수) 입장에서도 '레드 라인'을 넘어섰다"며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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