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 2인자로 불리는 이재오 특임장관이 바쁘다. 취임 인사차 야당을 잇따라 방문하고 있다. 전날 복숭아 스무상자를 들고 민주당 의원 워크숍을 찾은데 이어 1일 자유선진당, 진보신당 지도부를 찾았다. 스스로 자신의 역할에 대해 "옛날 정무장관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고 밝힌 이 장관은 야당 방문을 통해 이 대통령의 '메신저'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장관은 취임 후 지하철 출근을 통해 이 대통령이 후반기 국정운영 기조로 내놓은 '친서민'의 모범을 보이고도 있다.
이날 진보신당을 찾은 이 장관은 "개헌을 하려면 지금 적기라고 생각한다"며 이 장관에게 맡겨진 주요 임무 중 하나로 점쳐지던 개헌론에 대해서도 불을 지폈다. 이 장관은 "임기 초반에 제안하면 오히려 장기집권하려고 한다고 하니 손도 못 댈 것이고, 이제는 대통령이 다시 출마할 것은 아니니까 비판이 적지 않겠냐"며 "국회에서 어떻게 할지 봐야할 것 같다. 무리하게 할 수는 없지 않나"고 왜 지금 개헌이 적기인지 밝혔다.
그는 "선진국으로 가려면 권력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며 "개헌, 선거구제, 정당제도, 행정구역 이렇게 묶어서 선진국형 정치개혁이 필요하다는 게 대통령 생각"이라고 이 대통령의 의중을 전했다.
그는 선거구제 개편의 필요성에 대해 "특정지역에서 특정정당이 당선이 안 된다"며 "한나라당은 호남에서, 민주당은 영남에서 안 된다. 이런 선거제도가 갈등과 대립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그는 "권역별 정당명부제를 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가야하지 않은가 생각된다"고 방안을 제시했다.
이 장관은 '개헌과 선거구제를 연동하면 선거구제 개편이 오히려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의 지적에 대해 "선거구제 개편은 진짜 반대가 많다"며 "큰 정치틀을 바꾸면서 선거구제를 바꿔야 한다고 접근해야 할 것 같다"고 역설했다.
노회찬 대표는 이 장관에게 "진보신당에 오시니까 옛날 고향생각 나시지 않냐. 무단가출한지 오래됐는데"라고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이 장관이 과거 진보신당인 민중당 출신이라는 점을 꼬집은 발언이다. 이 장관은 "진보신당 찾아오는 게 별로 쑥스럽지는 않다"고 응수했다.
박지원 "정략적 개헌 아니라면 응하겠다"
한편 이재오 장관이 본격적으로 제기한 개헌 문제에 대해 민주당 박지원 비대위 대표는 1일 "정략적 개헌이 아니라 국가 백년 대계를 생각하는 개헌논의가 필요하다면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정략적으로 특정인을 막는 그런 개헌문제는 일체 응하지 않겠다"고 단서를 달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꺼내든 개헌논의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면 응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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