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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를 죽인 김두관, 김태호가 살린 이광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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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태호를 죽인 김두관, 김태호가 살린 이광재

[분석] 사라진 '40대 총리'와 재부상한 야권 '신40대 기수'

결국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발탁된 지 21일 만에 자진 사퇴했다. 그는 7.28 재보선 승리의 기세를 몰아 야심차게 내놓은 8.8개각의 '꽃'이었다. 39년만의 '40대 총리'로 중앙정치에 화려하게 데뷔할 수 있었던 그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 부적절한 관계 등 각종 의혹과 거짓말로 국회 인사청문 과정을 통과하지 못하고 낙마했다.

결국 김 후보자는 40대 총리라는 '영예' 대신 인사청문회 도입 후 세 번째로 인준을 받지 못한 총리 후보자라는 '멍에'를 지게 됐다. 이로 인해 '소장수의 아들'로 태어나 자수성가해 30대에 도백이 돼 여권의 젊은 재목으로 주목받던 김 후보자는 정치적 재기를 도모하기 힘든 큰 상처를 입었다. 동시에 김 후보자를 통해 '젊고 참신한 내각'을 꾸리려던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구상도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었다. 이번 김 후보자의 낙마의 주요 원인이 한나라당 내부의 반발이었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레임덕이 사실상 시작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김태호 후보자는 '40대 총리'로 영예 대신 낙마한 총리후보자로 멍에를 지게 됐다. ⓒ프레시안(최형락)

'MB 분신' 김태호의 낙마, 가속화되는 'MB와 차별화'

김 후보자의 낙마는 이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향후 정국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또 김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차기 대권 주자 중 한명으로 키우기 위해 전격 발탁한 인사라는 점에서 차기 대권구도에서 변화가 불가피하다.

박근혜 전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카드로 여겨졌던 김 후보자에 대해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각종 비리와 부적절한 처신이 드러나자 친박계 내에선 "괜히 긴장했네"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6.2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뒤 친이계 대권주자로 급부상했던 김문수 경기지사는 김 후보자 발탁에 노골적인 반감을 표출했었다. 김 지사는 "갑자기 자고 나니까 총리가 나타나는데 이게 정상이냐"며 김 후보자를 정면으로 겨냥한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후 김 지사는 청와대의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 대통령의 겨냥한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결국 그의 '비난 섞인 경고'가 현실이 됐고, 김 지사는 친이계 대권주자이면서 동시에 이 대통령과 '선 긋기'에 성공했다.

또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난하게 통과한 이재오 특임장관도 김 후보자 덕에 주가가 더 올랐다. 이번에 인사청문회를 거친 10명의 총리 및 장관 후보자 중에 야당에서 반대하지 않은 3명 중 하나가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였다. '정권 2인자'라는 점도 위장전입, 탈세, 논문표절 등 후보자들의 각종 불법 사실 속에서 큰 흠결이 되지 않았다. 8.8 개각 당시에는 가장 논란이 일었던 인사였지만, 정작 청문회를 거치면서 그의 '도덕성'이 장점으로 부각됐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났던 김 후보자가 숙박비가 97만 원이나 하는 특급호텔을 이용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서민 총리'라는 이미지가 탈각된 반면 이재오 후보자는 '친서민' 이미지가 강화됐다.

이 대통령 본인이 성장과정 등의 유사성을 언급하면서 "분신 같다"고 평했던 김 후보자의 낙마로 이 대통령을 등에 업은 여권의 차기주자 등장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김 후보자의 낙마로 가장 큰 상처를 입은 것은 본인과 그를 전격 발탁한 이 대통령이었다. 김 후보자의 도덕적 흠결은 묘하게 이 대통령의 도덕적 흠결과 겹쳐졌다. 그의 낙마로 여권 대권주자들이 이명박 대통령과 '차별화'를 가속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지낸 김종인 전 의원도 박 전 대표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과 차별화하지 않으면 2012년 대선에서 어렵다"고 내다봤다.

'젊은 늙은이' 김태호가 살린 김두관-이광재

▲ 박지원 민주당 비대위 대표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 이광재 강원지사(오른쪽) ⓒ뉴시스
김 후보자의 낙마는 야권 권력지도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6.2 지방선거를 통해 부상한 야권의 40대 정치지도자들에 대한 대항마로 여권에서 꺼내든 카드였다. 하지만 김 후보자가 겉만 젊고 속은 나이든 정치인들 못지않게 부패한 "썩은 양파"라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안희정, 이광재, 김두관 등을 벤치마킹한 여권의 '신40대 기수' 전략은 실패했다.

공교롭게도 이 과정에 야권의 '신40대 기수'들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김 후보자의 특권의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여론의 가장 큰 공분을 불러일으켰던 일 중 하나가 도청 직원을 가사도우미와 부인의 운전수로 활용한 일이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제기한 이 의혹에 대해 김 후보자는 "한두 번 그랬을 뿐"이라고 발뺌했다. 하지만 강 의원이 경남도청에서 보내준 차량 운행일지 등 관련자료를 증거로 제시하자 김 후보자는 사실을 시인할 수 밖에 없었다.

김 후보자의 권력 남용에 대한 의혹이 청문회 과정에서 많이 드러난 것은 김 후보자가 도지사로 재직하면서 공무원노조를 강하게 탄압했기 때문이었다. 평소의 노동관에 따른 소신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그 후과는 김 후보자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노조를 통해 언론과 야권에 제보가 들어갔다. 여기에 더해 경남도청은 이를 입증하는 관련 자료를 은폐하거나 조작하지 않고 순순히 보내줬다. 현재 경남도지사는 김두관 지사다. 김 지사가 의도적으로 이에 관여했을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만약 여권 인사가 경남지사였다면 어땠을까. 청와대를 포함한 여권의 압력이 들어갔을 것이고, 경남도청이 자료를 순순히 보내주지 않았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김두관 지사가 김 후보자 낙마에 기여(?)했다면 이광재 지사는 김 후보자 덕분에 주가가 오른 경우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똑같은 의혹을 놓고 이광재 지사는 2심에서도 유죄를 선고 받아 도지사직 직무정지 상태인 반면, 김 후보자는 검찰에서 무혐의로 내사가 종결됐다. 야권에선 바로 박연차 전 회장과 김 후보자의 관계를 캐고 들어갔고 결국 박 전 회장을 둘러싼 의혹이 김 후보자 낙마에 결정적인 변수가 됐다. 박 전 회장을 처음 만난 시점에 대한 김 후보자의 거짓말이 확인되면서 '거짓말 총리'라는 꼬리표가 더 붙었다. 총리가 되더라도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된 의혹이 계속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난 상황에서 청와대도 임명을 강행할 수 없었다.

이런 가운데 헌법재판소가 지방자치단체장이 유죄를 선고받으면 상급심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직무를 정지시키는 지자체법의 위헌 여부를 다음달 2일 결정할 것으로 알려져 그 결과가 주목된다. 이 법이 위헌으로 결정되면 이광재 지사는 업무 복귀가 가능하다.

또 김 후보자가 지방 출장시 특급호텔을 애용해 호텔비로만 4800여만 원을 썼다는 점도 이광재 지사를 띄워주는 역할을 했다. 김 후보자는 잦은 호텔 이용에 대해 "도지사가 여관에서 잘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한 마디로 김 후보자의 '서민총리' 이미지는 산산조각이 났다. 특히 직무정지로 관사를 이용할 수 없게 된 이광재 지사는 강원도 춘천의 한 찜질방에 묵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김 후보자는 더욱 궁지에 몰렸다. <중앙일보>마저 칼럼을 통해 "김 후보자와 비교되는 인물이 이광재 지사다. 춘천시 칠전동의 한 찜질방을 찾아가 잠을 잤다. "정치적 쇼가 아니냐"는 물음에 이 지사는 "선거운동 때도 잘 곳이 없으면 자주 찜질방에서 잤다"고 짧게 답했다. '낮은 자세'에 관한 한 이 지사는 보통 고단수가 아니다"면서 김 후보자의 '높은 자세'에 대해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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