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준 반대 입장을 27일 재천명했다. 박지원 민주당 비대위 대표는 이날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가장 중요한 총리는 어떤 경우에도 양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김태호 총리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예상보다 높기 때문이다. 민주당 자체 여론조사에서 국민 61%가 김태호 총리 인준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리로 적합하다는 의견은 23%에 불과하다. 이처럼 강한 반대 여론은 '실력저지도 불사하겠다'는 민주당의 뒷배가 되고 있다.
"총리는 대통령 다음으로 중요한 자리, 맑지 않은 사람 안 된다"
박지원 대표는 이날 SBS, CBS 라디오에 잇따라 출연해 민주당이 임명에 반대하는 '0순위'를 묻는 질문에 "총리는 대통령 다음으로 중요한 자리인데 맑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수십만 공무원에게 맑게 일하라고 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도 "김태호 후보자는 실정법 7가지를 위반하고 국회에서 위증까지 했다"며 "본인의 검찰 내사기록과 한국은행 환전기록을 어제까지 청문특위에 제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는 하지 않고 이곳저곳에 전화해서 '인준해주면 잘 하겠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총리 일을 할 사람을 인준해 줘야지 안할 일 하는 사람을 인준해 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이 "총리만 인준해 주면 다른 장관 몇 명은 고려해 보겠다"고 제안했다는 이른바 '빅딜'에 대해서도 박 대표는 "어떻게 총리직이 정치적 거래로 인준될 수 있냐"며 일축했다.
박 대표는 "야당이 원칙과 명분을 져버리면 국민에게 무엇을 요구할 수 있겠냐"며 "('빅딜설'은) 논리적으로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빅딜'은 한나라당과 청와대에서 원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단 민주당은 이날 오전 11시로 예정된 청문특위에서 다른 야당 의원들과 힘을 합쳐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을 막는다는 방침이다. 총리 인준안의 본회의 상정 자체를 막겠다는 것이다.
본회의에 상정될 경우 대응 방안에 대해 박 대표는 "김 후보자는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반대하고 있다"며 "원칙적 문제인 만큼 청문보고서 채택 이전에 본인이나 대통령이 사퇴나 임명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유선진당도 "청문회장에서 거짓말하고 숨긴 김태호, 총리 자격 없다"
자유선진당도 이날 김태호 후보자 인준 반대 입장을 정리했다. 선진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어 이른바 '김·신·조(김태호·신재민·조현오) + 이재훈' 4명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입장을 정리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는 "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여러 차례 거짓말을 하고 사실관계를 숨겼다"며 "이는 총리로서 결정적 결격 사유로 거짓말하는 총리는 국정을 맡을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거짓말하고 숨기는 것은 공직자로서 가장 무거운 결격사유"라고 덧붙였다.
자유선진당은 이들에 대해 자진 사퇴나 대통령의 임명 철회를 촉구했다. 권선택 원내대표는 "우리 당은 이명박 정부의 발목을 잡을 생각이 전혀 없지만 우리는 국민 의사에 반하는 후보자가 임명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총리 인준 반대 54.4%…한나라당 지지자도 '찬성' 절반 못 미쳐
김태호 후보자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은 여러 여론조사에서 확인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6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700명을 상대로 전화 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태호 후보자에 대한 인준 반대는 54.4%로 나타났다.
반대 의견은 민주당 자체 여론조사보다 다소 낮지만 찬성 의견 역시 민주당 여론조사보다 낮게 나왔다. 국회 인준에 찬성하는 의견은 21.1%에 불과했다.
가장 찬성률이 높았던 한나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찬성 의견은 42.8%로 절반이 되지 않았다. 한나라당 지지층의 30.3%가 총리 인준을 반대했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77.4%가, 민노당 지지층에서는 71.8%가 반대했다.
연령별로는 40대에서 67.5%로 반대가 가장 많았다. 30대는 58.6%, 20대는 50.5%였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6.7%포인트였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