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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보다 어렵다"…8.8 개각 청문회 '최고 한 마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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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수능보다 어렵다"…8.8 개각 청문회 '최고 한 마디'는?

[말, 말, 말] 주옥같은 작품들의 경연, 여러분께서 가려 주세요

그야말로 화려한 말의 향연이었습니다. 8.8 개각 인사청문회 이야기입니다. 위장전입같은 엄연한 실정법 위반이 자녀 교육을 위한 '맹모 삼천지교'로 둔갑하고, 웬만한 복부인은 명함도 못 내밀것 같은 장관 후보자의 배우자가 '열심히 살아온 분'으로 포장되는 세상이군요.

한 밤에도 30도를 넘나드는 폭염에 지친 우리 모두에게 이번 인사청문회는 울지도, 웃지도 못할 한 편의 블랙 코미디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프레시안>은 이번 인사청문회 국면을 수놓은 숱한 '말'들 가운데, 최고의 한 마디를 선정해 보기로 했습니다. 편의상 우선 몇몇 후보작을 엄선해 독자 여러분께 내놓습니다.

판단은 물론 독자 여러분의 몫입니다. 다만 임산부나 노약자 등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부작용이 우려되는 분들은 일독하지 않길 권합니다. 어디까지나 웃자고 시작한 일이니까요. 마음의 준비는 되셨나요? 자 그럼, 시작합니다.

○…"도지사가 여관에서 잘 수는 없지 않느냐"

그 첫머리를 장식할 주인공은 단연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입니다. "몇몇 장관 후보자들이 핵심일 것"이라는 당초의 예상을 깨고 주옥같은 작품들로 이번 인사청문회의 하이라이트를 화려하게 장식하셨습니다. 과연 대권을 꿈꾸는 큰 정치인다운 배짱과 포부라 아니할 수 없겠습니다.

김 후보자는 배우자의 인사청탁-뇌물수수 의혹을 제기한 야당 의원을 향해 "아내가 펑펑 울었다, 아내에게 사과하라"며 아내를 향한 무한한 사랑을 드러내 뭇 여성들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그 사랑이 얼마나 지고지순했던지, 191만 원 짜리 핸드백도 아깝지 않더이다. 물론 그 핸드백을 언제·어디서 샀는지, 현찰로 계산했는지 아니면 신용카드로 계산했는지를 기억하지 못하는 점은 옥의 티라고 하겠습니다. 설마 결혼기념일 선물마저 '스폰서' 받으신 것은 아니겠지요. 암요, 당연히 그렇게 믿습니다.

도청 직원을 가사도우미와 운전사로 일하게 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뻣뻣한 김 후보자도 고개를 숙여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가 걸작입니다. "혼자 생활하면서 아침은 늘 된장찌개나 라면을 끓여먹고 다녔다, 그래서 라면박사라는 얘기도 들었다"고 합니다. 혼자서 라면도 끓여 드시는 '라면박사'께서 유독 잠자리에 대한 취향만은 고상하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하루에 97만 원짜리 고급 호텔에 투숙했다는 지적에 김 후보자는 "도지사가 여관에서 잘 순 없지 않느냐"며 까칠한 반응을 보이셨네요. "똥장군도 져 봤다"면서 애써 포장해 온 '서민 이미지'가 산산조각나는 순간이군요. 아이고, 이걸 어쩌나.

ⓒ프레시안(최형락)

야당 의원들의 의혹 제기에 대처하는 김 후보자의 맷집도 수준급입니다. 웬만한 일은 기억에 없으십니다. 큰 정치를 하시다보면 그럴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을 만난 시점에 대해서도 말이 바뀌는 것이라고 믿어 볼랍니다.

답답한 건 야당입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을 더듬어 보겠다"는 답변이 이어지자 분통이 터진 민주당 박영선 의원, 한 마디 던져 봅니다. "썩은 양파껍질을 벗기는 것 같다, 더듬이 총리냐!" 김태호 후보자, 질 수는 없겠죠, 쿨하게 응수합니다. "까도까도 나올 게 없다!"

'양파총리' 정운찬에 이어 '썩은 양파총리' 김태호는 그렇게 탄생합니다.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양파는 까도까도 나올 게 없죠. 나올 게 있는지 없는지는 마지막까지 까면서 확인할 일입니다. 하지만 어쩌죠? 양파에는 알맹이도 없거든요. 이거 참 빼도박도 못하고 '양파총리'의 적통을 계승하실 수밖에 없겠네요.

○…"딸이 왕따를 당해 위장전입", "나라를 위한 아이인데"

총리 후보자가 이렇게 분발하고 있는데, 그 분을 모셔야 할 장관 후보자들이라고 질 수는 없겠습니다.

우선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위장전입은 기본, 부동산 투기는 옵션입니다. 유력 대선후보의 참모로서 차량 스폰서를 받았던 과거사 정도는 대수로운 일도 아니겠습니다. 그런데 웬일일까요, "YTN 노조원들이 KTX 여승무원처럼 될 수 있다"고 기세등등한 협박도 마다하지 않던 '까칠재민', 신재민 후보자가 납작 엎드렸습니다.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아버지'로서의 절절한 부성애를 감지하지 아니할 수 없겠습니다. 위장전입 이유를 묻자 "딸 아이가 왕따를 당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합니다. 자녀를 위해서라면 엄연한 실정법을 어기는, 범죄를 저지르는 위험도 감수하겠다는 끝모를 애정!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국적을 취득한 딸을 언급하며 "나라를 위해 일할 아이"라고 울먹인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마르지 않을 모성애와도 견줄만 한 경지입니다. 아, 물론 그 '나라'가 미국은 아니겠지요?

아쉬운 대목, 물론 있습니다. 기자시절 장상 국무총리 후보자의 위장전입 문제를 신랄하게 비판한 신재민 후보자입니다. 그 시점에 이미 자신은 4번째의 위장전입을 마친 이후였다죠? 낙하산 사장을 거부하며 농성하던 YTN 노조원들을 향해 "박쥐처럼 살지 말라"고 호통을 칠 정도로 도덕적 소신이 뚜렷한 분이니 뭔가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야당 의원들, 이유를 재차 추궁합니다. 눈에 띄게 당황해 하는 신재민 후보자, "제 눈의 들보를 보지 못했다"는 말과 함께 고개를 떨굽니다. 그런 '기자 선배'를 지켜보는 후배들의 가슴 속에서도 묵직한 것 하나가 덜그럭, 움직이는 것만 같습니다.

보다 못한 민주당 최문순 의원, 8.8 개각 전반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일갈합니다. "지금 조폭, 칠성파 중간보스 뽑자는 것인가!"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한나라당 소속 모 청문위원의 지원사격, 가히 블록버스터급입니다. 배우자를 둘러싼 각종 투기 의혹을 두고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부인이 참 열심히 살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아! 그렇습니다. 당신의 남편이 정권의 실세가 아니라면 그것은 대체로 당신이 열심히 살지 아니한 책임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렇다고 남편들도 배우자 탓만 할 게 아닙니다. 벌어들인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쓰는데도 현금 자산은 늘어만 가는 기적을 행하지 못하는 당신이라면 말이지요.

ⓒ프레시안(최형락)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번 인사청문회 국면에서 '쪽방투기' 문제로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탄 분이십니다. 그런데 "집사람이 노후대비용으로 그렇게 했다"며 배우자 탓을 하네요. 김태호 후보자의 아내 사랑 정신을 좀 배우셔야겠어요.

악질적인 부동산 투기뿐 아니라 차관에서 물러난 직후 국내 최대 로펌의 고문으로 취직해 수억 원의 자문료까지 챙겼군요. 아마도 본인이 여기까지 올 것이라는 생각은 못했던 것일까요? 이재훈 후보자는 고개를 가로젓습니다. '장관 자리에 설 줄 몰랐느냐'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이런 말을 남기십니다. "장관은 모든 공무원들의 꿈이다." 도대체 누가 이재훈 후보자의 머리 속에 이런 꿈을 '인셉션'한 겁니까? 누구든 빨리 '킥' 좀 해 주세요.

청문회가 시작하기도 전에 '막말 동영상'으로 민심을 달군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 얼씨구, 자신의 최고 업적으로 '쌍용차 사태 진압'을 꼽았군요. 이미 "미국 경찰은 폴리스라인 넘으면 개패듯이 경찰봉을 사용한다, 미국 경찰은 인권 마인드도 없다"는 명언을 남긴 조 후보자는 발언 취지를 묻자 엉뚱하게도 "미국 경찰에 대단히 미안하다"라는 반성문을 내놓기도 합니다.

여기까지 놓고 보니 총리·장관 후보님들의 됨됨이, 그 인격의 사이즈에 감동하다 못해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네요.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청와대 김희정 대변인이 상큼한 부연 설명을 남겨 주십니다. "좋은 분들을 고르고 골랐다." 아무렴요, 올 연말 한국에서 열릴 G20 정상회의를 이끌 내각이기도 하지요? 과연 '국격 코리아'의 위상을 세계 만방에 떨칠 위인들이십니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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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프레시안>이 독자 여러분께 자랑스럽게 내놓은 주요 인사들의 발언록이랍니다. 솔직히, 후보작들을 엄선하는 일에도 대단한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워낙 아름다운 작품들이 많아서 말이지요.

온라인 투표도 진행합니다. 클릭(http://twtpoll.com/kv6u9a)하시면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미 투표에 참여하신 분들도 한 작품만 고를 수 있다는 냉정한 현실에 안타까움을 토로하시더군요.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쟁쟁한 어록이어서 고민을 많이 했다(@cozy73)", "수능보다 어렵다(@sumyeonlara)", "너무 힘들다(@mycrom)"는 여러분의 말씀. 깊이 공감합니다.

▲ <뜨거운 여행>(손문상·박세열 지음, 텍스트 펴냄). ⓒ텍스트
온라인 투표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신 뒤, 프레시안 트위터(http://twitter.com/PRESSIAN_news)에 올려 놓은 공지 글을 '리트윗(RT)'하신 분들 중에서 10분을 추첨해 선물도 드립니다. 선물은 프레시안의 손문상 화백과 정치팀 박세열 기자가 함께 쓴 70여 일 간의 좌충우돌 남미 여행기, <뜨거운 여행>(도서출판 텍스트)입니다. 마감 시점은 별도의 공지를 통해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RT만 하고 투표는 하지 않는 분들, 위장전입으로 간주하겠습니다. 고위공직 후보자가 아니라면, 처벌될 가능성 매우 높습니다.

혹시 아직 트위터를 배우지 못하셨다고요? 이번 기회에 한 번 시작해 보시는 게 어떨까요. 복잡하고, 어렵다고요? 생각보다 쉽습니다. 컴퓨터 전원도 못 켜던 이명박 대통령께서도 시작한 트위터 아니겠습니까. 간단해요, 정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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