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산하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 코이카)의 실장급 간부가 인턴 여직원을 준강제추행한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24일 "올해 3월 코스타리카에 복무점검을 갔던 A실장이 현지에서 근무하던 사무소장, 인턴 등과 함께 회식을 했는데 만취한 인턴 여직원을 본인 방으로 데려가 추행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에 따르면 A실장과 직원들은 이날 밤 11시까지 회식자리를 가졌는데 해당 인턴 직원은 본인 집을 찾지 못할 정도로 만취상태였다. 이에 회식 자리에 있던 다른 직원이 이 인턴 직원을 점검 차 출장을 나온 여성 직원의 호텔 방으로 일단 데려가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 A실장에게 여직원의 방으로 인턴 직원을 데려다 주라고 인계했다.
그런데 A실장은 인턴 직원을 본인의 방으로 데려갔다. 인턴 직원의 행방 확인 차 직원들이 A실장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았고, 직원들이 A실장의 방문을 두드려도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그러던 도중 A실장과 연락이 닿았는데, A실장은 이 직원에게 인턴 직원이 본인의 방에 없다고 말했다.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다른 직원들은 호텔 직원에게 부탁해서 마스터키로 A실장의 방을 열어달라고 했고, 방문을 열 찰나에 A실장이 문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인턴 직원은 이 방 침대에 누워있었다.
직원들이 A실장에게 왜 거짓말을 했냐고 따지자 A실장은 본인도 술이 너무 취해서 경황이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 당국자는 "취해서 경황이 없다는 사람이 전화도 받았다. 게다가 거짓말도 했다"며 "형법에 근거한 준강제추행"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변호사에게 자문한 결과 당연히 검찰에 고발해야 할 사안이라는 결론이 나왔다"며 "준강체주행으로 대검찰청에 오늘 고발장을 접수했다"고 말했다.
5개월이나 지난 뒤에 검찰 고발이 이뤄진 이유에 대해 이 당국자는 코이카 내부의 판단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건을 인지했을 때 바로 고발하고 중징계가 들어갔어야 했는데 본부에서 A실장을 면직시켰다"며 코이카 내부에서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코이카 자체 규정으로는 비위 조사 중에 있는 사람은 면직을 시킬 수 없다. 그런데 코이카의 (인사 부문을 담당하는) 인재경영실의 실장이 면직이 곧 징계라고 판단하고 상부에 보고를 하지 않고 처리해버렸다"며 인재경영실장에 대해 징계 권고를 내렸다고 밝혔다.
그는 "코이카 감사실에도 감사를 지시했으나 감사실이 해당 규정의 해석을 잘못해서 문제가 없다는 감사 보고서를 내놨다"며 "이에 감사실장에 대한 징계도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당시 김인식 코이카 이사장에게는 이러한 사안들이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당국자는 "김 이사장은 면직 문제에 대한 보고는 받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인재경영실장이 이사에게도 보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당시 회식에 참석했던 분들의 증언과 CCTV 등으로 볼 때 (A실장에 대한) 준강제추행 혐의는 충분히 인정된다. 코이카 내부에서도 잘못 처리됐음을 인식하고 있다"며 "강경화 장관은 엄정한 처벌을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나랏돈 빼돌린 전직 대사도 물의
한편 외교부의 전직 대사가 계약서를 이면으로 작성해 공금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성비위뿐만 아니라 외교관 근무 기강 자체에 대한 문제 역시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이 당국자는 "중동 지역의 공관장 중 한 명이 관저 임차 계약을 이면으로 체결했다. 계약서 상의 금액과 실제 계약 사이에 차액이 있었다"며 "이렇게 해서 2년 동안 2만 6000여 달러, 우리 돈으로 약 3000만 원을 횡령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면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는 부임 당시 정식 공관장이 아니었고 곧 정식 공관장이 될 상황에 놓여 있었다"며 "이에 정식 공관장이 되기 전까지 외교 활동으로 소요되는 비용을 본부로부터 지원받아야 하는데 대사가 아니기 때문에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일부 자금을 빼돌리게 됐다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하지만 어떤 목적이든 국가를 상대로 사기를 쳐서 차액을 가져가는 것은 범죄"라며 "대검찰청에 오늘 아침 업무 사기 횡령으로 고발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 대사는 외교 활동보다는 본인 주택에 가정부나 청소부 등을 고용하기 위해 빼돌린 자금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당국자는 "인건비 외에 나머지는 외교 행사에 쓰였다고 했지만 제출된 자료를 보면 신빙성을 얻기가 어려웠다"며 "그나마도 빼돌린 금액의 절반은 현금으로 썼다. 결국 사적으로 국비를 썼다고 결론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가를 속였기 때문에 수법으로 보면 업무상 횡령이 된다"며 "업무 사기 횡령으로 오늘 대검찰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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