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조현오 경찰청장,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25일 단독 처리했다. 민주당 등 야당은 한나라당의 밀어붙이기에 반발해 "보고서 채택을 거부하겠다"며 모두 퇴장했다.
사실상 청와대의 의중을 충실히 따른 것으로 보여 '거수기 논란'도 확산될 전망이다. 조 후보자 등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던 한나라당 의원들이 모두 '적격'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野 "날치기 상정…조현오 보고서 처리는 무효"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조현오 후보자 청문보고서를 단독으로 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 퇴장했다. 야당 행안위원들은 이후 기자회견을 갖고 "조현오 청문회보고서 채택은 날치기 상정이므로 전면 무효"라고 주장했다.
교육과학기술위원회도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이주호 후보자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을 논의했으나 민주당이 "무양심, 무소신, 무책임의 세 가지 심각한 지적을 하면서 청문회 보고서 채택을 거부한다"며 퇴장했고, 한나라당은 정족수가 미달되는 상황에서 의원 사보임(상임위 변경)으로 의석을 채워 넣으면서까지 단독 처리를 강행했다.
진수희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도 이날 오전 야당의 반발 퇴장 속에 한나라당이 단독처리했다.
'막말 파문'으로 물의를 빚었던 조현오 후보자의 경우 야당이 "꼭 물러나야 할 후보자"로 지목해 강하게 반대했던 인사다. 조 후보자는 천안함 희생자 유가족들을 동물에 비유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근거 없는 의혹 등을 공개석상에서 발설해 야당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조 후보자는 천안함 유가족들에게 사과하는 자리에서 "격조 높게 울어 보라"는 항의를 받는 등, 여권에서조차 이번 청문 정국 여론 악화의 주범으로 지목됐었다.
이와 관련해 청문보고서 채택이 논란의 끝이 아닌만큼 "조 후보자 낙마 여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는 말들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주호 후보자는 논문 6차례 논문 중복 게재 등 '자기 표절' 의혹으로 야당으로부터 낙제점을 받았었다. 같은 이유로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 낙마를 주도했던 이 후보자는 본인의 논문 중복 게재에 대해서는 이중 잣대를 들이댄 셈이다. 한나라당은 이런 이 후보자를 '적격'으로 판단했다.
또한 재산 형성 과정의 의혹, 미국 국적 딸의 의료보험 무자격 이용 및 불법 취업, 다운계약서 작성, 동생 회사 특혜 의혹 등으로 논란을 빚었던 진수희 후보자도 한나라당의 비호로 국회 검증 과정을 넘어서게 됐다.
그러나 민주당은 김태호 총리 후보자를 포함해 부적격 후보자들에 대한 사퇴촉구 결의대회를 갖기로 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전현희 원내대변인은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병역기피, 탈세 등 4대 불법 필수과목에 논문표절이 더해져서 각종 불법비리로 넘쳐나는 청문회"라며 "'4+1' 이 중 하나라도 해당 후보자는 민심의 두려움을 깨닫고 당장 자진사퇴하거나 청와대가 이들의 후보지명을 철회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총리 청문 특위, 박연차 동행명령장 발부
이날 국무총리인사청문특위는 김태호 총리 후보자의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했던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등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박 회장이 이날 밤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청문회에 출석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사청문특위는 박 전 회장 외에도, 박 전 회장의 부탁을 받고 김 후보자에게 돈을 건넨 의혹을 받고 있는 뉴욕의 한인 식당 주인 곽현규 씨 등에게도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김태호 후보자는 지난 2007년 미국 방문 당시 박연차 전 회장의 부탁을 받은 뉴욕 한인식당 주인과 여종업원으로부터 수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이와 관련해 지난 1월 김 후보자는 무혐의로 내사종결 통보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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