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로 숨진 피해자 유가족들에게 "정부를 대표해 고개 숙여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남은 진상 규명 작업에 박차를 가할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16일 세월호 유가족 207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난 자리에서 "오늘 여기까지 오기까지 너무나 많은 시간이 걸렸다. 늦게나마 마련된 이 자리가 여러분들에게 위로가 되고 희망을 주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무엇보다 귀하게 여기는 나라다운 나라를 반드시 만들어서 기필코 세월호 참사의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34일 만인 지난 2014년 5월 19일 눈물을 흘리며 "모든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다"고 사과를 한 바 있지만, 이후 "청와대는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는 등 정부 책임을 극구 부인한데 이어 세월호 진상 규명 작업에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두고 과거 정부의 적폐를 대표적으로 드러낸 세월호 참사를 환기시킨 대목은 새 정부의 '적폐 청산' 의지를 거듭 강조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이게 나라냐'는 탄식을 부를 정도로 기본적 역할을 회피했던 과거 정부의 세월호 참사 대응에 대한 반성과 함께 남은 진상규명 작업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분명한 것은 그 원인이 무엇이든 정부는 참사를 막아내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선체 침몰을 눈앞에서 뻔히 지켜보면서도 선체 안의 승객을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했을 정도로 무능하고 무책임했다"고 했다.
또한 "유가족들을 따뜻하게 보듬어주지도 못했고 오히려 국민들을 편가르면서 유가족들에게 상처를 안겨줬다"며 "정부의 당연한 책무인 진실규명마저 회피하고 가로막는 비정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세월호) 선체 수색이 많이 진행됐는데도 아직도 다섯 분 소식이 없어서 정부도 애가 탄다"며 "정부는 가족들이 여한이 없도록 마지막 한 분을 찾아낼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족들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3년이 넘는 지금까지도 세월호를 내려놓지 못하고 가슴 아파하는 이유는 미수습자 문제 외에도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부분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라며 "세월호의 진실을 규명하는 것은 가족들의 한을 풀어주고 아픔을 씻어주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다시는 그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을 수 있는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교훈을 얻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그런 마음으로 세월호의 진실 규명을 위해서도 정부가 국회와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말해 2기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관련 법안 처리를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이른 시일 안에 2기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가 다시 출범해 끝내지 못한 세월호 진실 규명을 반드시 해야 한다"면서 2기 특조위 구성을 공약한 바 있다.
그러나 2기 특조위 관련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된 상태로,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특조위를 새롭게 구성하는 문제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혀 난항이 예상된다.
유가족들 "독립적이고 강력한 2기 특조위가 제대로 진상 밝혀야"
이런 가운데 이날 문 대통령과 만난 전명선 4.16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그에 따른 응당한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며 "그것은 바로 2기 특별조사위원회의 재건"이라고 못을 박았다.
그는 "오늘 이 자리가 세월호 참사의 과제를 해결해나갈 제대로 된 시작을 세상에 알리는 자리가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전 위원장은 특히 "박근혜 정부가 불법 부당하게 자행한 수사방해와 은폐조작행위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고 그 어떤 영향도 받지 않는 강력한 법적 조사기구를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최근 정부 차원의 조사기구를 논의하며 노력해왔던 취지와 힘을 온전히 2기 특조위에 집중시켜 독립적이고 강력한 법적 권한을 가진 국가 차원의 조사기구로서 2기 특조위가 진상을 제대로 밝혀나갈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협조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피해자에 대한 최대의 치유와 회복을 통해 국민을 주인으로 섬기도록 국가의 태도를 바로 세워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전 위원장은 이어 "지금 미수습자 가족들의 소원이 유가족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얼마나 기가 막힌 현실이냐"며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가고자 하는 게 당연한 일인데 지금도 우리 아이들은 자신이 살던 고향 안산으로 다시 돌아가지 못한 채 다른 지역에 흩어져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5.18의 아픔을 간직한 5월의 광주가 곧 민주화의 성지로 승화됐듯이, 우리 아이들과 함께 안산은 4.16 안전공원의 건립과 함께 안전생명의 교육도시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며 "안산공동체 회복과 4.16 재단 설립을 통해 안전한 대한민국을 이뤄나갈 토대들이 마련되도록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문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유가족들과의 만남 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들은 "청와대를 들어오면서 눈물을 흘렸다. 이렇게 쉽게 청와대 문이 열릴 수 있었는데, 그동안 왜 그렇게 오래 걸렸는지를 생각하니 억울함과, 또 이렇게 청와대 문을 쉽게 열어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감사함에 눈물이 났다"고 했다고 전했다.
유가족들의 발언을 일일이 경청한 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참사 초기부터 지금까지 아픔을 함께해 왔고, 앞으로도 함께하겠다"며 "미수습자의 수습에 대해 말씀하시면서 우리도 유가족이 되고 싶다고 절규하셨는데, 이것보다 더 절망적인 소원이 어디 있겠는가. 정부가 끝까지 미수습자의 수습을 위한 수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또한 "진상규명과 관련해서도 강력한 법적 권한을 갖는 2기 특별조사위원회가 정부보다 더 효율적일 것이고, 또 1기 특별조사위원회를 이어가는 의미도 있다"며 "이런 특별법의 국회통과가 잘 될 것으로 믿고, 또 노력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선체 보전과 관련해서도 "정부도 세월호가 안전체험과 교육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가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동안 대통령에게 하소연이라도 해보고 싶다는 여러분의 뜻을 받들어 늦었지만 오늘 이렇게 시작하게 됐다"면서 "오늘 여러분의 의견을 듣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출발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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