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집권 후 첫 번째 맞는 8.15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북핵 문제와 과거사 문제 등에 대한 새 정부의 입장과 원칙을 총망라해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우선 "촛불 혁명으로 국민주권의 시대가 열리고 첫 번째 맞는 광복절"이라며 "국민주권은 임시정부 수립을 통한 대한민국 건국의 이념이 되었고, 오늘 우리는 그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세우려는 선대들의 염원은 백 년의 시간을 이어왔고, 드디어 촛불을 든 국민들의 실천이 되었다"고 했다.
또한 "항일독립운동의 이 모든 빛나는 장면들이 지난 겨울 전국 방방곡곡에서, 그리고 우리 동포들이 있는 세계 곳곳에서, 촛불로 살아났다"며 "우리 국민이 높이든 촛불은 독립운동 정신의 계승"이라고 했다.
1919년 상해 임시정부 수립 및 독립운동과 현 정부의 탄생 배경이 된 촛불 혁명의 이념적 근간으로 '국민주권'을 강조하며 문재인 정부의 역사적 정통성을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2년 후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이고 내년 8.15는 정부 수립 70주년"이라며 보수진영 일각의 건국절 논란을 다시 한 번 일축하기도 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모든 역사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며, 이 점에서 개인의 삶 속으로 들어온 시대를 산업화와 민주화로 나누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의미 없는 일"이라며 "대한민국 19대 대통령 문재인 역시 김대중, 노무현만이 아니라 이승만, 박정희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모든 대통령의 역사 속에 있다"고 화해와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독립운동가들을 더 이상 잊혀진 영웅으로 남겨두지 말아야 한다",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이 사라져야 한다"며 구체적인 보훈 정책을 언급했다.
우선 "독립운동가의 3대까지 예우하고 자녀와 손자녀 전원의 생활안정을 지원해서 국가에 헌신하면 3대까지 대접받는다는 인식을 심겠다"고 했다. 또한 "독립운동의 공적을 후손들이 기억하기 위해 임시정부기념관을 건립하겠다"며 "잊혀진 독립운동가를 끝까지 발굴하고, 해외의 독립운동 유적지를 보전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살아계시는 동안 독립유공자와 참전유공자의 치료를 국가가 책임지겠다. 참전명예수당도 인상하겠다"고 했고 "순직 군인과 경찰, 소방공무원 유가족에 대한 지원도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지난 역사에서 국가가 국민을 지켜주지 못해 국민들이 감수해야 했던 고통과도 마주해야 한다"며 "앞으로 남북관계가 풀리면 남북이 공동으로 (일제) 강제동원 피해 실태조사를 하는 것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재일동포의 경우 국적을 불문하고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고향 방문을 정상화할 것"이라고 했다.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문 대통령은 이어 북한 핵.미사일 개발로 고조된 한반도 위기와 관련해 "오늘날 한반도의 시대적 소명은 두말 할 것 없이 평화"라며 "한반도 평화 정착을 통한 분단 극복이야말로 광복을 진정으로 완성하는 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에 평화가 없으면 동북아에 평화가 없고, 동북아에 평화가 없으면 세계의 평화가 깨진다"며 "이제 우리가 가야할 길은 전 세계와 함께 한반도와 동북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의 대장정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 핵과 미사일을 "당면한 가장 큰 도전"이라고 규정하며 "정부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미국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안보위기를 타개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우리의 안보를 동맹국에게만 의존할 수는 없다.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달 '베를린 선언'을 통해 강조한 한반도 '운전석론'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무력화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전망을 일축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특히 "한반도에서 또 다시 전쟁은 안 된다.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고,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고 했다. 또한 "정부는 모든 것을 걸고 전쟁만은 막을 것"이라며 "어떤 우여곡절을 겪더라도 북핵 문제는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청와대와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이 북핵은 북한과 미국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던 것과 달리 북핵 문제에 관한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시사한 태도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은 "국방력이 뒷받침되는 굳건한 평화를 위해 우리 군을 더 강하게, 더 믿음직스럽게 혁신하여 강한 방위력을 구축할 것"이라며 "한편으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도록 군사적 대화의 문도 열어놓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한 제재와 대화는 선후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북핵문제의 역사는 제재와 대화가 함께 갈 때 문제해결의 단초가 열렸음을 보여주었다"고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북핵문제 해결은 핵 동결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며 "적어도 북한이 추가적인 핵과 미사일 도발을 중단해야 대화의 여건이 갖춰질 수 있다"고 했다. 또한 "북한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의 목적도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지 군사적 긴장을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 "즉각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와 핵 없이도 북한의 안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의 붕괴를 원하지 않는다. 흡수통일을 추진하지도 않을 것이고 인위적 통일을 추구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 붕괴론에 근거한 흡수 통일을 모색했던 이전 정부와 다른 접근법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 "통일은 민족공동체의 모든 구성원들이 합의하는 '평화적, 민주적'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며 "북한이 기존의 남북합의의 상호이행을 약속한다면, 우리는 정부가 바뀌어도 대북정책이 달라지지 않도록, 국회의 의결을 거쳐 그 합의를 제도화할 것"이라고 했다. 남북 합의의 제도화는 지난 6.15 기념사를 통해서도 언급한 바 있다.
또한 문 대통령은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재강조하며 "남북간의 경제협력과 동북아 경제협력은 남북공동의 번영을 가져오고, 군사적 대립을 완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아직까지 반응을 보이지 않는 인도적 남북 협력 문제에 대해서도 "이산가족 문제와 같은 인도적 협력을 하루빨리 재개해야 한다"며 "이산가족 상봉과 고향 방문, 성묘에 대한 조속한 호응을 촉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2020년의 도쿄 하계올림픽, 2022년의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한반도와 함께 동북아의 평화와 경제협력을 촉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스포츠 협력에 동참을 촉구했다.
"한일 관계 걸림돌은 일본 정부의 역사 인식"
한일 관계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당면한 북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을 위해 양국 간의 협력을 강화하지 않을 수 없다"며 셔틀외교 확대를 언급하면서도 "그러나 우리가 한일관계의 미래를 중시한다고 해서 역사문제를 덮고 넘어갈 수는 없다. 오히려 역사문제를 제대로 매듭지을 때 양국 간의 신뢰가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말해 한일 위안부 협상에 대한 재검토 의지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등 한일 간의 역사문제 해결에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국민적 합의에 기반한 피해자의 명예회복과 보상, 진실규명과 재발방지 약속이라는 국제사회의 원칙이 있다"며 "일본 지도자들의 용기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일본의 많은 정치인과 지식인들이 양국 간의 과거와 일본의 책임을 직시하려는 노력을 해왔다"고 일본의 과거 침략사를 인정한 무라야마 담화, 고노 담화 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역사인식이 일본의 국내 정치 상황에 따라 바뀌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한일관계의 걸림돌은 과거사 그 자체가 아니라 역사문제를 대하는 일본정부의 인식의 부침에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문재인 대통령의 8.15 광복절 경축사 전문.
제 72주년 광복절 경축사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해외에 계신 동포 여러분,
촛불혁명으로 국민주권의 시대가 열리고
첫 번째 맞는 광복절입니다.
오늘, 그 의미가 유달리 깊게 다가옵니다.
국민주권은 이 시대를 사는 우리가 처음 사용한 말이 아닙니다.
백 년 전인 1917년 7월, 독립운동가 14인이 상해에서 발표한
‘대동단결 선언’은 국민주권을 독립운동의 이념으로 천명했습니다.
경술국치는 국권을 상실한 날이 아니라
오히려 국민주권이 발생한 날이라고 선언하며,
국민주권에 입각한 임시정부 수립을 제창했습니다.
마침내 1919년 3월, 이념과 계급과 지역을 초월한
전 민족적 항일독립운동을 거쳐,
이 선언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하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국민주권은 임시정부 수립을 통한 대한민국 건국의 이념이 되었고,
오늘 우리는 그 정신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세우려는 선대들의 염원은
백 년의 시간을 이어왔고,
드디어 촛불을 든 국민들의 실천이 되었습니다.
광복은 주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름 석 자까지 모든 것을 빼앗기고도
자유와 독립의 열망을 지켜낸 삼천만이 되찾은 것입니다.
민족의 자주독립에 생을 바친 선열들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독립운동을 위해 떠나는 자식의 옷을 기운 어머니도,
일제의 눈을 피해 야학에서 모국어를 가르친 선생님도,
우리의 전통을 지켜내고 쌈짓돈을 보탠 분들도,
모두가 광복을 만든 주인공입니다.
광복은 항일의병에서 광복군까지
애국선열들의 희생과 헌신이 흘린 피의 대가였습니다.
직업도, 성별도, 나이의 구분도 없었습니다.
의열단원이며 몽골의 전염병을 근절시킨 의사 이태준 선생,
간도참변 취재 중 실종된 동아일보 기자 장덕준 선생,
무장독립단체 서로군정서에서 활약한 독립군의 어머니 남자현 여사,
과학으로 민족의 힘을 키우고자 했던 과학자 김용관 선생,
독립군 결사대 단원이었던 영화감독 나운규 선생,
우리에게는 너무도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있었습니다.
독립운동의 무대도 한반도만이 아니었습니다.
1919년 3월 1일 연해주와 만주, 미주와 아시아 곳곳에서도
한 목소리로 대한독립의 함성이 울려 퍼졌습니다.
항일독립운동의 이 모든 빛나는 장면들이
지난 겨울 전국 방방곡곡에서,
그리고 우리 동포들이 있는 세계 곳곳에서, 촛불로 살아났습니다.
우리 국민이 높이든 촛불은 독립운동 정신의 계승입니다.
위대한 독립운동의 정신은
민주화와 경제 발전으로 되살아나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희생하고 땀 흘린 모든 분들,
그 한 분 한 분 모두가 오늘 이 나라를 세운 공헌자입니다.
오늘 저는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그리고 저마다의 항일로 암흑의 시대를 이겨낸 모든 분들께,
또 촛불로 새 시대를 열어주신 국민들께,
다시금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저는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이 날이
민족과 나라 앞에 닥친 어려움과 위기에 맞서는
용기와 지혜를 되새기는 날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존경하는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경북 안동에 임청각이라는 유서 깊은 집이 있습니다.
임청각은 일제강점기 전 가산을 처분하고 만주로 망명하여
신흥무관학교를 세우고, 무장 독립운동의 토대를 만든
석주 이상룡 선생의 본가입니다.
무려 아홉 분의 독립투사를 배출한 독립운동의 산실이고,
대한민국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상징하는 공간입니다.
그에 대한 보복으로 일제는 그 집을 관통하도록 철도를 놓았습니다.
아흔 아홉 칸 대저택이었던 임청각은
지금도 반 토막이 난 그 모습 그대로입니다.
이상룡 선생의 손자, 손녀는
해방 후 대한민국에서 고아원 생활을 하기도 했습니다.
임청각의 모습이 바로 우리가 되돌아봐야 할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일제와 친일의 잔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고,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지 못했습니다.
역사를 잃으면 뿌리를 잃는 것입니다.
독립운동가들을 더 이상 잊혀진 영웅으로 남겨두지 말아야 합니다.
명예뿐인 보훈에 머물지도 말아야 합니다.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이 사라져야 합니다.
친일 부역자와 독립운동가의 처지가
해방 후에도 달라지지 않더라는 경험이
불의와의 타협을 정당화하는 왜곡된 가치관을 만들었습니다.
독립운동가들을 모시는 국가의 자세를
완전히 새롭게 하겠습니다.
최고의 존경과 예의로 보답하겠습니다.
독립운동가의 3대까지 예우하고
자녀와 손자녀 전원의 생활안정을 지원해서
국가에 헌신하면 3대까지 대접받는다는 인식을 심겠습니다.
독립운동의 공적을 후손들이 기억하기 위해
임시정부기념관을 건립하겠습니다.
임청각처럼 독립운동을 기억할 수 있는 유적지는
모두 찾아내겠습니다.
잊혀진 독립운동가를 끝까지 발굴하고,
해외의 독립운동 유적지를 보전하겠습니다.
이번 기회에 정부는
대한민국 보훈의 기틀을 완전히 새롭게 세우고자 합니다.
대한민국은 나라의 이름을 지키고, 나라를 되찾고,
나라의 부름에 기꺼이 응답한 분들의 희생과 헌신 위에 서 있습니다.
그 희생과 헌신에 제대로 보답하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젊음을 나라에 바치고 이제 고령이 되신
독립유공자와 참전유공자에 대한 예우를 강화하겠습니다.
살아계시는 동안 독립유공자와 참전유공자의 치료를
국가가 책임지겠습니다.
참전명예수당도 인상하겠습니다.
유공자 어르신 마지막 한 분까지
대한민국의 품이 따뜻하고 영광스러웠다고 느끼시게 하겠습니다.
순직 군인과 경찰, 소방공무원 유가족에 대한 지원도
확대할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 모두의 자긍심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보훈으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분명히 확립하겠습니다.
애국의 출발점이 보훈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지난 역사에서 국가가 국민을 지켜주지 못해
국민들이 감수해야 했던 고통과도 마주해야 합니다.
광복 70년이 지나도록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고통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강제동원의 실상이 부분적으로 밝혀졌지만
아직 그 피해의 규모가 다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밝혀진 사실들은 그것대로 풀어나가고,
미흡한 부분은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마저 해결해야 합니다.
앞으로 남북관계가 풀리면
남북이 공동으로 강제동원 피해 실태조사를 하는 것도 검토할 것입니다.
해방 후에도 돌아오지 못한 동포들이 많습니다.
재일동포의 경우 국적을 불문하고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고향 방문을 정상화할 것입니다.
지금도 시베리아와 사할린 등 곳곳에
강제이주와 동원이 남긴 상처가 남아 있습니다.
그 분들과도 동포의 정을 함께 나누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해외 동포 여러분,
오늘 광복절을 맞아
한반도를 둘러싸고 계속되는 군사적 긴장의 고조가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분단은 냉전의 틈바구니 속에서
우리 힘으로 우리 운명을 결정할 수 없었던
식민지시대가 남긴 불행한 유산입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스스로 우리 운명을 결정할 수 있을 만큼
국력이 커졌습니다.
한반도의 평화도, 분단 극복도,
우리가 우리 힘으로 만들어가야 합니다.
오늘날 한반도의 시대적 소명은 두말 할 것 없이 평화입니다.
한반도 평화 정착을 통한 분단 극복이야말로
광복을 진정으로 완성하는 길입니다.
평화는 또한 당면한 우리의 생존 전략입니다.
안보도, 경제도, 성장도, 번영도
평화 없이는 미래를 담보하지 못합니다.
평화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반도에 평화가 없으면 동북아에 평화가 없고,
동북아에 평화가 없으면 세계의 평화가 깨집니다.
지금 세계는 두려움 속에서 그 분명한 진실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가야할 길은 명확합니다.
전 세계와 함께
한반도와 동북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의 대장정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지금 당면한 가장 큰 도전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입니다.
정부는 현재의 안보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미국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안보위기를 타개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안보를 동맹국에게만 의존할 수는 없습니다.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정부의 원칙은 확고합니다.
대한민국의 국익이 최우선이고 정의입니다.
한반도에서 또 다시 전쟁은 안 됩니다.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고,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습니다.
정부는 모든 것을 걸고 전쟁만은 막을 것입니다.
어떤 우여곡절을 겪더라도 북핵문제는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이 점에서 우리와 미국 정부의 입장이 다르지 않습니다.
정부는 국제사회에서 평화적 해결 원칙이 흔들리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을 한층 강화할 것입니다.
국방력이 뒷받침되는 굳건한 평화를 위해
우리 군을 더 강하게, 더 믿음직스럽게 혁신하여
강한 방위력을 구축할 것입니다.
한편으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도록
군사적 대화의 문도 열어놓을 것입니다.
북한에 대한 제재와 대화는 선후의 문제가 아닙니다.
북핵문제의 역사는 제재와 대화가 함께 갈 때
문제해결의 단초가 열렸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시험을 유예하거나 핵실험 중단을 천명했던 시기는
예외 없이 남북관계가 좋은 시기였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럴 때 북미, 북일 간 대화도 촉진되었고,
동북아 다자외교도 활발했습니다.
제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반도 문제의 주인은 우리라고 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북핵문제 해결은 핵 동결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적어도 북한이 추가적인 핵과 미사일 도발을 중단해야
대화의 여건이 갖춰질 수 있습니다.
북한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의 목적도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지
군사적 긴장을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이 점에서도 우리와 미국 정부의 입장이 다르지 않습니다.
북한 당국에 촉구합니다.
국제적인 협력과 상생 없이 경제발전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대로 간다면 북한에게는 국제적 고립과 어두운 미래가 있을 뿐입니다.
수많은 주민들의 생존과 한반도 전체를 어려움에 빠뜨리게 됩니다.
우리 역시 원하지 않더라도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더욱 높여나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즉각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와
핵 없이도 북한의 안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가 돕고 만들어 가겠습니다.
미국과 주변 국가들도 도울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천명합니다.
우리는 북한의 붕괴를 원하지 않습니다.
흡수통일을 추진하지도 않을 것이고
인위적 통일을 추구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통일은 민족공동체의 모든 구성원들이 합의하는
‘평화적, 민주적’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북한이 기존의 남북합의의 상호이행을 약속한다면,
우리는 정부가 바뀌어도 대북정책이 달라지지 않도록,
국회의 의결을 거쳐 그 합의를 제도화할 것입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밝힌 바 있습니다.
남북간의 경제협력과 동북아 경제협력은
남북공동의 번영을 가져오고, 군사적 대립을 완화시킬 것입니다.
경제협력의 과정에서 북한은
핵무기를 갖지 않아도 자신들의 안보가 보장된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될 것입니다.
쉬운 일부터 시작할 것을 다시 한 번 북한에 제안합니다.
이산가족 문제와 같은 인도적 협력을 하루빨리 재개해야 합니다.
이 분들의 한을 풀어드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산가족 상봉과 고향 방문, 성묘에 대한 조속한 호응을 촉구합니다.
다가오는 평창 동계올림픽도
남북이 평화의 길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남북대화의 기회로 삼고, 한반도 평화의 기틀을 마련해야 합니다.
동북아 지역에서 연이어 개최되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2020년의 도쿄 하계올림픽,
2022년의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한반도와 함께 동북아의 평화와 경제협력을 촉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저는 동북아의 모든 지도자들에게
이 기회를 살려나가기 위해 머리를 맞댈 것을 제안합니다.
특히 한국과 중국, 일본은 역내 안보와 경제협력을 제도화하면서
공동의 책임을 나누는 노력을 함께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뜻을 모아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해마다 광복절이 되면 우리는
한일관계를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일관계도 이제 양자관계를 넘어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협력하는 관계로 발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과거사와 역사문제가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지속적으로 발목 잡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정부는 새로운 한일관계의 발전을 위해
셔틀외교를 포함한 다양한 교류를 확대해 갈 것입니다.
당면한 북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을 위해서도
양국 간의 협력을 강화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한일관계의 미래를 중시한다고 해서
역사문제를 덮고 넘어갈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역사문제를 제대로 매듭지을 때
양국 간의 신뢰가 더욱 깊어질 것입니다.
그동안 일본의 많은 정치인과 지식인들이
양국 간의 과거와 일본의 책임을 직시하려는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 노력들이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에 기여해 왔습니다.
이러한 역사인식이 일본의 국내 정치 상황에 따라
바뀌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한일관계의 걸림돌은 과거사 그 자체가 아니라
역사문제를 대하는 일본정부의 인식의 부침에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등 한일 간의 역사문제 해결에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국민적 합의에 기한
피해자의 명예회복과 보상, 진실규명과 재발방지 약속이라는
국제사회의 원칙이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이 원칙을 반드시 지킬 것입니다.
일본 지도자들의 용기 있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해외 동포 여러분,
2년 후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내년 8.15는 정부 수립 70주년이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진정한 광복은,
외세에 의해 분단된 민족이 하나가 되는 길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진정한 보훈은,
선열들이 건국의 이념으로 삼은 국민주권을 실현하여
국민이 주인인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것입니다.
지금부터 준비합시다.
그 과정에서, 치유와 화해, 통합을 향해
지난 한 세기의 역사를 결산하는 일도 가능할 것입니다.
국민주권의 거대한 흐름 앞에서 보수, 진보의 구분이 무의미했듯이
우리 근현대사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세력으로 나누는 것도
이제 뛰어넘어야 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역사의 유산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모든 역사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며,
이 점에서 개인의 삶 속으로 들어온 시대를
산업화와 민주화로 나누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의미 없는 일입니다.
대한민국 19대 대통령 문재인 역시
김대중, 노무현만이 아니라 이승만, 박정희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모든 대통령의 역사 속에 있습니다.
저는 우리 사회의 치유와 화해, 통합을 바라는 마음으로
지난 현충일 추념사에서 애국의 가치를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이제 지난 백년의 역사를 결산하고, 새로운 백년을 위해
공동체의 가치를 다시 정립하는 일을 시작해야 합니다.
정부의 새로운 정책기조도 여기에 맞춰져 있습니다.
보수나 진보 또는 정파의 시각을 넘어서
새로운 100년의 준비에 다함께 동참해 주실 것을 바라마지 않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 우리 다함께 선언합시다.
우리 앞에 수많은 도전이 밀려오고 있지만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고 헤쳐 나가는 일은
우리 대한민국 국민이 세계에서 최고라고 당당히 외칩시다.
담대하게, 자신 있게 새로운 도전을 맞이합시다.
언제나 그랬듯이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하나가 되어 이겨 나갑시다.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완성합시다.
다시 한 번 우리의 저력을 확인합시다.
나라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독립유공자들께
깊은 존경의 마음을 드립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7년 8월 15일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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