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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거부 심리'를 자극하는 통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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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거부 심리'를 자극하는 통일세

[김종배의 it] MB發 통일세엔 노림수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오늘 말했다. "통일세를 지금 당장 국민에게 과세할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거듭 확인한 것이다. 통일세 문제를 처음 제기한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은 '논의'를 제안했지 '징수'를 제안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맥락은 전혀 변하지 않았지만 뉘앙스는 미묘하게 변했다. 광복절 경축사에서 주도적으로 논의를 제안하던 모습에서 "정당이든 국회든 각계 관계자든…(통일세) 이야기가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도록 장을 만든 것"(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이라며 한 발 빼는 모습으로 변했다.

그럴 만하다. 얻은 게 없다. 다른 건 몰라도 정치적인 면에선 얻은 게 없다. 통일세 논의를 제안하는 바람에 '평화 관리도 못하면서 무슨 통일 준비냐'는 힐난을 자초했고, 징세 논란 때문에 친서민 정책에 흠을 내는 손실도 입었다. 국민 심저에 조세저항 심리, 나아가 정권에 대한 반감을 심은 것이다.

하지만 일면이다. 정치적으로 얻은 건 없을지 몰라도 이념적으론 적잖은 소득을 올렸다. 아이러니하게도 통일세를 꺼내듦으로써 분단 고착 희구 풍토를 '진작'시켰다.

1인당 5180만원이라는 금액이 유도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통일세 논의 제안 직후에 공개된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의 추산치인 1인당 5180만원의 통일비용이 국민의 저항 심리를 자극한다. 가뜩이나 먹고살기 힘든데 무슨 통일비용이냐는 국민의 불평을 유발한다. 점진적 통일에 비해 북한 급변사태에 따른 급격한 통일에 들어가는 비용이 7배 높다는 미래기획위원회의 추산치가 또한 자극한다. 그럴 바에는 통일보다 분단이 낫다는 즉자적인 반응을 끌어낸다. 국민을 통일에서 분단으로 밀어내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오전 광화문에서 열린 제65주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통일세 도입을 주장했다. ⓒ뉴시스

억측일지 모른다. 이런 분석이 임태희 청와대 비서실장이 전한 대통령의 진심을 왜곡하는 것인지 모른다. "남북통일까지 완성돼야 진정한 광복이 아니겠느냐"는 대통령의 "역사인식"을 폄훼하고, "그렇게 염원하는 통일 비용 부담은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는 점을 알린" 소명의식을 훼절하는 것인지 모른다.

하지만 아니다. 정부기관의 통일비용 추산법과, 그걸 활용하는 대통령의 태도가 그건 아니라고 말한다.

미래기획위원의 추산법은 두 가지. 북한이 점진적인 개방을 한 뒤 통일되면 2040년까지 약 379조원(국민 1인당 779만원)이 들어가는 반면 급변사태에 따라 급격히 통일될 경우 약2525조원(1인당 5180만원)이 든다고 추산했다. 두 경우 모두 비용을 '가급적' 많게 추산한 것이다.

통일부가 세 가지 통일비용 가운데 하나로 내세운 통일 후의 '정치·군사·경제·사회통합비용'이 '과다 추산'의 예다. 통일부는 동·서독의 화폐통합을 예로 들면서 통합비용에 엄청난 돈이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통일 당시 서독 마르크 가치의 3분의 1이던 동독 마르크를 1대1로 바꿔준 예를 든 것이다.(조선일보 보도)

맞다. 독일은 무리하게 화폐를 조속히, 등가로 통합함으로써 민간자본을 사회통합비용으로 끌어들이는 길을 좁혀버렸다. 동독의 임금수준을 작위적으로 올려 상대적 저임금 요인을 스스로 없앴고 결과적으로 민간자본의 동독 투자를 막고 그만큼 국가재정을 더 쏟아버리는 우를 범했다. 그런데도 통일부는 전철을 되밟으려 한다. 경제(화폐)통합 속도를 늦춰 독일의 사례를 극복할 생각은 하지 않고 실패모델을 그대로 차용해 통일비용을 필요 이상으로 끌어올린다.

이명박 대통령은 여과없이 받아들였다. 줄일 여지가 다분한 통일비용 추산치를 액면가 그대로 받아 통일세 논의의 근거로 삼았다. 추산치에 따라 통일세가 아니라 남북협력기금 확대 운용 방법을 대안으로 모색할 수 있는데도 통일비용은 천문학적이라는 대전제를 세운 뒤에 국민에게 '허리 조여' 구호를 제창케 했다.

통일비용 추산도 그렇고, 통일세 신설 필요성도 그렇고 모두가 정도 이상으로 과장돼 있는데도 가감없이 유포해 국민의 부담감, 나아가 공포감까지 확장시켜버린 것이다.

혹시 모른다. 정도 이상으로 확장된 국민의 부담감과 공포감이 의외의 판을 만들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성급한 통일 논의보다는 현실적인 평화 관리에 진력해야 한다'는 목소리, '그러니까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책을 접으라'는 목소리가 높아질지 모른다.

하지만 이 역시 아니다. 필요조건은 갖춰졌지만 충분조건은 갖춰지지 않았다. 야당의 역할이다.

민주당은 일거에 내친다. 이명박 대통령의 통일세 논의 제안을 '뜬금없다'거나 '자가당착'이라며 대놓고 내친다. 통일세 신설보다 기존의 남북협력기금 활용이 우선이라는 언급은 내놓으면서도 평화 관리를 위해 남북협력기금을 어떤 용도로, 얼마만한 규모로 재조성할지 대안을 내놓지 않는다. 이렇게 굴러온 '호기'를 무용지물로 만든다.

그래서 전선은 단순하다. 대안 논쟁이 아니라 거부 투쟁으로 전선이 단순화되고 논의는 소모적으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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