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에 국정원도 연루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여권 내 권력 투쟁 양상도 새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 지식경제부 2차관 자리에 내정된 박영준 국무차장을 중심으로 한 '영포(영일포항 출신)라인'의 여당 의원 불법사찰 논란이 사그러들 조짐을 보이자, 사찰 대상자로 지목된 소장파 의원들이 '국정원 연루설'을 제기하며 논란에 다시 불을 지피는 형국인 것이다.
불법사찰 피해자로 알려진 한나라당 정태근 의원은 16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사실상 총리실-청와대의 '영포라인'이 국정원을 동원해 자신의 부인을 사찰했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있는 관계자가 '국정원에 알아보니 국정원 직원의 (정 의원 부인에 대한) 사찰이 있어서 바로 그 사찰을 중단시켰다'고 했다"고 밝히며 "일단 사찰이 있었다는 것은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공직윤리지원관실을 운영했던 그것을 주축으로 해서 사적으로 권력을 운영하는 세력이 자신들이 갖고 있는 각종 정보기관의 네트워크를 이용한 사찰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보여진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이 "사적으로 권력을 운영하는 세력"이라 지칭한 것은 지난 2008년 권력 사유화 논란의 장본인이었던 이상득 의원과 박영준 지식경제부 2차관 내정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박 내정자를 이 대통령이 '재신임'함으로써 "권력 사유화 논란의 '몸통'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주를 이루던 상황에서 정 의원의 국정원 연루 주장은 '권력 투쟁 3라운드'의 시작으로 보일 수 있다.
불법사찰 문제를 촉발시켰던 장본인인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 등을 고소한 같은당 남경필 의원도 "국정원에서 만든 보고서가 올라갔다는 얘기를 수차례 들었다"며 국정원 연루설을 주장하고 있다.
정 의원은 "국정원 직원이 사적으로 사찰업무에 동원이 되는 것, 저는 이것을 분명히 바로 잡는 것이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도 그렇고, 국민의 자유의 행복이 최대한 보장되는 그런 정부가 되도록 하는 것"이라며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유린하는 일들을 방치하는 일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이 문제를 철저하게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일부 언론은 정 의원의 부인이 부사장으로 있는 이벤트 업체가 부당한 이득을 올리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가 정 의원의 항의를 받고 정정보도를 했다. 이는 증권가 사설 정보지 등에도 언급된 내용이었는데, 이같은 근거 없는 루머가 제기되던 시점과 국정원 직원의 불법 사찰 시점이 일치한다는 것이 정 의원의 주장이다.
정 의원은 친이계 중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의 '직계'로 꼽히며, 정두언, 남경필 의원 등과 함께 '권력 사유화 파동'을 일으켜 이상득 의원의 2선 후퇴를 이끌어냈던 장본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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