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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의 조기 지명철회에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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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의 조기 지명철회에 반대한다

[김종배의 it] 따질 것 따지고 가릴 것 가려 뿌리를 뽑아야

가관이다.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의 '막말'에 끝이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천안함 희생자 유족에 대한 막말만이 아니다. 물포에 최루액을 넣어 쏘면 효과가 좋다며 "물포 맞고 죽는 사람 없지 않나"라고 말했고, 미국의 경우 시위대가 폴리스라인을 넘으면 "개 패듯이 경찰봉을 사용"한다며 대한민국 경찰은 "인권 마인드도 있(다)"고 했다. 또 경찰이 청와대 인근에서의 분신 기도를 제지한 걸 치하하면서 "분신 (기도자가) 만약 죽었으면 우리나라 국민들 정서를 보면 엄청나게 또 온갖 유언비어를 만들어 내서 공격을 하고 비난을 할 거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가관이기에 하는 말이다. 서둘러 끝낼 일이 아니다.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 지명을 서둘러 철회해 없던 일로 할 게 아니라 청문대에 세워 끝까지 공론화 해야 한다. 지명철회를 하더라도 그 뒤에, 청문회에서 따질 것 따지고 가릴 것 가린 다음에 해야 한다. 그의 말에 천천히, 오래오래 곱씹어야 하는 대목이 적잖게 숨어있기에 그렇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차명계좌가 발견돼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렸으며, 권양숙 씨가 민주당에 얘기해 특검을 못 하게 했다는 그의 말은 경찰의 정보 수집 실태와 정보 판단 수준을 엿볼 수 있는 창이다. '노무현 수사'를 전담했던 대검 중수부 관계자들이 한결같이 부인하는 사안을 누굴 통해 어떻게 들었는지를 캐야 경찰의 정보 수집 실태를 엿볼 수 있고, '노무현 서거'와 동시에 '노무현 수사'가 종결돼 버렸는데도 어떤 근거로 특검제 도입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는지를 캐야 경찰의 정보 판단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의 '막말'에 끝이 없다.ⓒ뉴시스
이것만이 아니다. "물포에 최루액을 넣어 쏘면 효과가 좋다"거나 "물포 맞고 죽는 사람 없지 않나"라는 등의 말도 캐야 한다. 죽지만 않으면 온갖 방법을 다 써서 시위 진압을 해도 된다는 얘기인지를 따져야 한다. 그래야 경찰의 시위 진압 방식의 끝이 어디인지를 알 수 있다. 촛불시위 때 이미 사용한 '최루 물포' 방식이 어디까지 나아갈지를 가늠할 수 있다.

미국은 폴리스라인을 넘은 시위자에게 "개 패듯이" 경찰봉을 사용한다는 그의 말 역시 마찬가지다. 조현오 후보자는 이런 미국 경찰보다 한국 경찰이 더 "인권 마인드도 있(다)"는 식으로 말했는데 끝까지 물어야 한다. 폴리스라인 월경은커녕 인도에 서서 시위를 구경하던 시민까지 마구 폭행한 한국 경찰의 전력은 도대체 뭐냐고 물어야 하고, 그가 미국보다 우월한 것으로 평가한 한국 경찰의 "인권 마인드"가 뭔지를 따져야 한다.

더 있다. 그의 막말 만이 아니라 그의 전력까지 따져야 한다. 그가 서울경찰청장으로 있을 때 발생한 서울 양천경찰서 고문사건에 대해 책임 지지 않는 자세가 타당한 것인지, 자기 직속 부하들이 고문범죄를 저질렀는데도 자신은 치안총수로 승진하는 게 타당한 것인지, 고문이 발생한 원인을 그의 실적주의 탓으로 돌리는 부하 경찰서장을 내몬 게 타당한 것인지를 따져야 한다.

물론 변명할 것이다. 합리화할 건 합리화 하고 털고 싶은 건 털려고 할 것이다. 그렇게 청문회를 통과의례로 삼으려 할 것이다. 그래도 해야 한다. 그를 청문대에 세워야 한다. 지명철회를 하면 조현오 개인의 거취로 한정되지만 청문대에 세우면 한국 경찰, 나아가 그들을 지휘하는 여권 전체의 '인권 마인드'를 살필 수 있다. 시위대가 죽지만 않으면 '최루 물포'와 같은 강경진압도 괜찮다는 조현오 후보자의 '마인드'가 확인됐는데도 청와대는 끝까지 "경찰청장으로서의 인식과 직무수행과 직결되는 문제로 연결시킬 필요까지는 없다"고 우기는지를 살펴야 하고, 한편으론 강경진압을 주창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인권 마인드"를 읊조리는 경찰청장 후보자를 여당이 두둔하는지를 살펴야 한다. 그렇게 청문회를 연 다음에 여당에 청문회 경과보고서 채택 거부에 동참토록 요구하고 청와대에 인사조치를 압박하면 청문회가 통과의례가 될 일은 없다.

전범이 될 것이다. 조현오 후보자를 세워 그의 막말 속에 깔려있는 인식수준을 드러내고, 최종적으로 그런 인식수준을 문제 삼아 낙마를 끌어내면 후임 경찰청장에 대한 직무 적합성을 재는 잣대로 활용할 수 있다. 청문회에서 한 말 다르고 경찰청장이 돼서 보이는 태도 다른 후임 경찰청장이 나오면 정치적 탄핵의 근거로도 활용할 수 있다.

결국은 경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조현오 후보자를 본보기 삼아야 경찰을 바로 서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그랬다. "인터넷에서 급속도로 국민들 마음에 경찰에 대한 반감을 갖도록, 반정부 정서를 갖도록 적극적으로 획책하는 게 법질서 파괴세력의 실체"라고 했다.

"경찰에 대한 반감을 갖도록…획책하는 게 법질서 파괴세력의 실체"라면 조현오 후보자는 "법질서 파괴세력"을 자극하고 양성하는 주범이다. 근거 없는 낭설을 퍼뜨리고, 국민을 유언비어나 만들어 퍼뜨리는 호사가로 폄하하고, 시위 구경꾼마저 "개 패듯이" 패놓고 한국 경찰의 "인권 마인드"가 높다고 우기는 사람이 치안총수로 버티는 한 "경찰에 대한 반감"은 인지상정일 테니까, "법질서 파괴세력"의 '발호'는 필연일 테니까.

잡초 제거법은 빨리 쳐내는 게 아니라 뿌리를 도려내는 것이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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