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5일 6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남북관계 변화의 전제조건으로 꼽았다.
이 대통령은 남북관계 발전 3단계로 '평화공동체' → '경제공동체 → '민족공동체'를 제시했다. 평화공동체는 공존단계, 경제공동체는 경제협력 단계, 민족공동체는 완전한 통일단계라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날 연설에서 이 대통령은 "통일을 대비해 이제 통일세 등 현실적인 방안도 준비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통일세'는 이날 대통령 연설에서 최초로 제기된 방안으로 그 구체화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한 이 대통령은 최근 간 나오토 일본 총리의 담화에 대해 "저는 이것을 일본의 진일보한 노력으로 평가한다"면서 "그러나 넘어야할 과제가 아직 남아있다. 이제 한일 양국은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새로운 100년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선거제도 개편 등 빨리 추진해야"
최근 '서민경제' 드라이브를 강력하게 걸고 있는 이 대통령은 이날 '공정한 사회'라는 개념을 들고 나왔다. 그는 "공정한 사회는 출발과 과정에서 공평한 기회를 주되, 결과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을 지는 사회"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탐욕에 빠진 자본주의는 세계와 인류를 위험에 몰아넣을 수 있다"면서 "우리는 시장경제에 필요한 윤리의 힘을 더욱 키우고 규범화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원론적 이야기지만 이 대통령이 이 정도로 자본주의의 맹점을 지적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또한 이 대통령은 "이미 극단적인 대결정치와 해묵은 지역주의를 해소하고, 지역 발전과 행정의 효율화를 위해서 선거제도와 행정구역 개편 등 정치선진화를 제안한 바 있다"면서 "급변하는 시대에 발맞춰 미래를 대비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추진해야 한다. 개헌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빈부격차의 함정이 체제를 위태롭게 할 것"
이날 연설은 새로운 의제의 제시라기 보다는 최근 이 대통령이 강조해온 내용들을 재정리하는 수준이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건국으로 우리 민족은 인류사의 보편적 길로 나아갈 길을 열었다"면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두 바퀴로 삼아 '발전의 신화'를 창조할 토대를 닦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저는 대통령이 되는 순간부터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선진화의 길로 가야 한다고 천명했다"고 말했다. 과거 정부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했고 이 대통령 자신은 새로운 역사적 사명을 지니고 있다는 자기 규정인 것.
이 대통령은 "그러나 저는 여전히 변화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다"면서 양극화 등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는 일자리와 교육, 문화, 보육, 복지 등 모든 분야에서 서민의 행복을 지원하는 데 더 많은 노력과 배려를 해 나갈 것"이라면서 "정부는 물론 시민사회, 정치권, 기업 모두가 각자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다 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의 시장 경제를 보다 튼튼히 하고, 자유민주주의를 더욱 적극적으로 실현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는 빈부격차의 함정을 피할 길이 없다. 분열과 갈등도 해결할 수 없다. 이는 우리가 지켜온 가치와 체제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학수 삼성전자 고문 등을 사면한 광복절 날 "시장경제를 튼튼히 하기 위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대목은 '당근과 채찍'이 이어질 것을 예고하고 있다.
"G20이 지구촌의 새로운 질서를 규정한다"
이 대통령은 "정부는 앞으로도 친서민중도실용 정책과 생활공감 정책을 더욱 강화하여
공정한 사회가 깊이 뿌리 내리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G20 정상회의에 대한 의미부여는 이날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이 회의는 지구촌의 새로운 질서를 규정하는 장이 될 것"이라면서 "우리는 서울 회의를 계기로 G20 이 명실상부한 지구촌의 문제 해결 기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는 서울 회의를 선진국과 개도국이 함께 번영할 수 있는 협력의 장으로 만들고자 한다"면서 "이는 '공정한 지구촌' 을 향한 대한민국의 제안이다. 21세기 대한민국의 국제적 책임이자 사명이다"고 까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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