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박 차장과 가까운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정인철 전 기획관리비서관 등이 '영포목우회', '선진국민연대'의 유탄을 맞고 퇴진했지만 박 차장은 살아남은 것.
이미 짙었던 '생존의 징후'
▲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됐으나 이날 차관 인사에서 재신임된 박영준 지식경제부 제2차관. ⓒ뉴시스 |
박 차장과 가까운 장석명 공직기강팀장은 아예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승진했었다. 서울시 출신인 장 비서관은 공직윤리지원관실 민간인 사찰 등과 관련한 청와대 내부 조사를 담당한 인물이다. 이영호, 정인철 전 비서관의 자진 사의와 별개로 청와대 내부조사에서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영호, 정인철 두 사람도 청와대 자리만 잃었을 뿐 다른 불이익을 본 것은 없다. 이영호 전 비서관은 검찰에서 "나는 사찰을 지시한 바 없다"고 강력하게 주장했고,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도 "아무한테도 지시를 받은 바 없다"고 보조를 맞췄다.
"이 전 비서관이 공직윤리지원관실 워크샵에도 참석했다", "인사 전횡을 저질렀다"는 증언이 쏟아졌지만 별무소용이다. 정 전 비서관도 마찬가지다.
검찰이 공직윤리지원관실 관계자들만 기소하는데 그치면서 이영호 전 비서관은 무사했다. 민간인사찰과 박영준 차장의 연결고리가 떨어졌다는 이야기다.
선진국민연대 쪽의 민간 인사 개입 논란도 잠잠해진 지금 박 차장은 오히려 홀가분해진 상황이다.
핀치 몰린 '3인방'의 다음 카드는?
검찰 수사 결과에 격분하고 있는 남경필, 정두언, 정태근 등 '형님라인'과 각을 세워온 인사들의 대응이 주목된다.
"권력 사유화 유혹에 빠져든 소수세력이 '무리해서 확대한 자신들의 권력'을 지역적 인맥을 바탕으로 보호·유지하기 위해 국정을 농단하고 반인권적 불법행위를 자행한 것"이라는 정태근 의원의 성명은 이들의 현실인식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야당은 물론 여권 중도파에서도 "검찰 수사를 누가 믿겠냐"는 반응이 많았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은 대체로 몸을 사리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이 대통령이 박 차장을 이처럼 재신임함에 따라 상황 전개를 짐작하긴 어려워졌다.
소장파들 입장에선 희생을 각오하고 확전에 돌입하든지, 체면이 깎이는 것을 각오하고 입을 다물든지 두 가지 선택지 밖에 없다.
정태근 의원은 박영준 차장이 지경부 차관으로 임명된 것에 대해 "정무적 활동이 불가능한 곳으로 배치하고자 한 고심을 읽을 수 있으나 여러모로 걱정되는 바가 많다"면서도 "나는 불법 사찰의 전모를 밝히기 위한 검찰의 재수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한 바 있다. 앞으로 불법 사찰에 대한 몸통을 규명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는 개인 입장을 밝히며 호흡을 조절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권력 투쟁 양상도 섞여있지만 이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박 차장을 신임한다. '일을 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애초부터 내칠 가능성이 매우 작았다"고 말했다. 이상득 의원이 국내 정치에서 한 발 떨어져 일본과 리비아를 오가는 국외 광폭 행보를 보여온 것도 이 이야기와 궤를 같이 한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의 현 상황을 '일하는 형님 라인' 대 '떠드는 소장파'의 대립으로 인식할 수 있다. 누구를 선택할지는 불문가지다.
또한 대구경북의 언론들은 '영포목우회' 파동이 벌어진 직후 이상득 의원과 박 차장 라인을 엄호하면서 박근혜 전 대표 측과 'SD라인'의 대승적 화합을 주문한 바 있다.
수도권 중심 소장파와 이상득-박영준 라인의 갈등이 격화될 경우 여권의 갈등 구조는 의외로 다층화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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