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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욱의 축제 여행 에세이] ‘홍천 맥주 축제’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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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욱의 축제 여행 에세이] ‘홍천 맥주 축제’를 가다

동양 최대의 맥주공장이 있는 마을에 홍천사람들과 맥주공장 사람들이 만든 역발상의 맥주 축제

ㅡ사람들은 누구나 여행을 소비할 때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은 쾌락주의자인 에피쿠로스가 ‘행복=쾌락(즐거움)’이라는 관계에 공감하며 여행이나 축제를 즐길 때 “행복하다”고 말한다.

4일 저녁 7시. 나는 에피쿠로스의 말처럼 8월 여름휴가를 행복하게 소비하고 싶었다. 그래서 저물어 가는 해를 등지고 태백산맥 중북부에 있는 홍천의 맥주축제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오늘 한여름 저녁은 어쩌면 에피쿠로스의 맥주축제를 마시며 멋지게 즐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양양으로 가는 고속도로를 달린지 30분 만에 동홍천 IC로 빠져나오자 홍천강의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해가 저물 무렵. 저문 강에는 맥주축제의 불빛이 별처럼 쏟아졌다. 이미 휴가철을 맞은 많은 관광객들이 축제장을 펭귄떼처럼 종종걸음으로 옮겨 다녔다.


▲4일 저녁 7시. 홍천맥주축제 개막을 알리는 홍천강의 분수. ⓒ프레시안(서정욱)

세계최대의 맥주 축제인 옥토버페스트를 꿈꾸는 이 축제는 200년 맥주축제 역사를 가진 뮌헨 맥주축제와 비교가 안될만큼 많이 부족하지만 일단 붐비는 관광객 인파로 보아 하나씩 부조간 것들을 개선해 나간다면 가능성이 충붆ㄴ 축제라고 생각했다.

가족과 함께 관광을 온 아이들은 맥주 축제장 안에 만든 인공 분수에서 여름을 시원하게 날려 보내고 있었다.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배려가 곳곳에 남아 있어 좋았다.

▲4일 홍천강변에서 열린 홍천맥주축제장을 가족과 함께 찾은 아이들이 축제장안 분수대 속으로 들어가 여름 저녁을 시원하게 보내고 있다. ⓒ프레시안(서정욱)

축제 장 앞 홍천강에서는 보트를 타는 가족의 한 어린아이가 손을 흔든다. 모두가 잠시 평화롭고 행복한 저녁이다.

요즘처럼 스트레스가 많은 도시사람들에게 이런 환경을 만들어주는 홍천사람들이 있기에 이 저녁이 더 평화롭고 고맙다는 생각을 한다.

▲4일 홍천맥주 축제가 열리는 축제장 앞 홍천강에서 배를 타며 8월의 휴가를 보내는 가족들. ⓒ프레시안(서정욱)

어둠이 짙어지자 밤을 불태우는 화로불의 고기 타는 연기가 저녁을 태운다. 옹기종기 모여 앉은 사람들. 아직은 뮌헨맥주축제와 비교도 안되지만 그 부족함까지 모두 긍정적으로 포용하는 모두가 행복한 미소를 띤 얼굴이다.

그리고 젊은 연인들이 더 많은 맥주 축제. 얼음 빙수처럼 시원해 보이는 맥주 거품을 먹는 사람들 얼굴들이 정말 솔직한 행복이 보인다. 꼭 에피쿠루스의 행복 같다.

축제의 저녁이 깊어 갈수록 여기저기서 관광객들의 건배 삼창소리가 강물에 빠지고 있었다. 시원한 맥주 잔 사이로 독일 뮌헨의 맥주축제에도 등장한다는 소시지 대신 불타는 화로구이와 꼬치가 있었다.

▲홍천하이트맥주공장사람들이 당일 생산한 청정 홍천의 맥주를 마시며 즐거워하는 관광객들. ⓒ프레시안(서정욱)

조용한 홍천강이 이처럼 노오란 색깔을 가득 담은 유리잔에 하얀 거품을 함께 마신 역사는 처음이다.

나는 맥주 한 잔에 행복해 하는 수 만 명의 관광객들의 얼굴을 보며 생각했다.

단일 공장으로는 동양에서 제일 크다는 하이트 맥주 회사의 공장이 있는 인구 8만의 작은 읍. 그런 맥주공장이 있는 마을에 맥주 축제를 열겠다는 발상의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 하고 생각했다.

여기에다 홍천 원주민들이 직접 만든 수제 맥주가 함께 조화를 이뤄 만든 축제.

▲4일 개막한 홍천맥주축제장의 분수대. ⓒ프레시안(서정욱)

동양 최대의 맥주공장 도시에 원주민들이 수제맥주를 만들어 맥주축제를 연다는 건 어쩌면 역발상이다.

그러나 나는 맥주공장 사람들과 원주민들이 함께 만든 조화로운 맥주 축제장을 거닐며 긍정의 메시지를 마음속으로 보냈다.

보편적인 생각으로 보면, 맥주공장 마을에 원주민들이 여는 수제맥주축제는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이곳 맥주 축제는 뮌헨의 맥주 축제와는 분명 다른 조화로운 맥주축제 신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4일 강원도 홍천에서 열린 홍천맥주 축제장을 아빠와 함께 나온 가족 관광객들. ⓒ 프레시안(서정욱)

그런 생각을 하며 축제가 열리는 수변 둑방을 걸었다.

강원도 내에서 유일하게 철도역이 없는 도시. 그런데 홍천 사람들이 맥주 축제를 열었다.

만약 이곳에 뮌헨 중앙역(Hauptbahnhof) 같은 전철역만 이 강변 근처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이 마을의 맥주축제 역시 수도권 2천만 관광인구는 물론 장기적으로 13억 7천만 명에 달하는 유커(중국인 관광객)와 동남아 관광객들을 유치할 수 있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최근 유커와 동남아 관광객들이 과거 단체 관광에서 벗어나 개인과 가족 연인들의 여행소비를 하면서 전철 여행 등 대중교통을 이용한 개인 여행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12월 강원도 영서와 영동을 가로질러 달리게 될 원강선 KTX. ⓒKORAIL 한국철도공사

특히 뮌헨 맥주 축제가 보여주듯, 맥주 축제는 다른 축제와 달리 술을 소비하는 축제이다. 이 때문에 다른 축제보다 관광객들이 더 젊은 축제이다.

젊은 세대는 자동차 운전자도 늘어나고 있지만 전철을 이용한 안전한 여행을 즐긴다.

나는 이곳에 언젠가는 서울에서 오는 전철역이 축제장이 있는 이 강변에 들어설 거라 믿었다. 그러면 홍천사람들과 동양 최대의 맥주공장 사람들이 만든 홍천맥주축제는 더 젊고 활기가 넘치는 열정의 축제가 될 것이다.

▲4일 개막한 홍천맥주축제장을 찾은 국내외 관광객. ⓒ프레시안(서정욱)

200년의 맥주축제 역사를 가진 뮌헨의 경우 다양한 연령대의 관광객들이 모여 맥주와 너무 잘 어울리는 음식으로 부담 없이 먹고 즐길 수 있는 소시지만으로도 멋진 축제를 생산했다.

그들의 축제의 시작은 그 마을 고유 민속을 입은 고전과 맥주회사들이 만들어 지원하는 마차와 악단의 행진으로 시작된다. 게다가 독일 민속 의상을 입은 시민과 전 세계에서 방문한 관광객들이 어우러져 뮌헨 시내 7Km를 걷는다.

▲음악을 들으며 8월의 맥주축제를 즐기는 홍천사람들과 관광객들. ⓒ 프레시안(서정욱)

그리고 낮 12시가 되면 쇼텐하멜 천막에서 '뮌헨의 아이'가 지켜보는 가운데 뮌헨 시장이 맥주통을 개봉하면서 "오 차프트 이스!" (맥주통이 열렸다!)라는 탄성과 함께 뮌헨 맥주축제인 옥토버페스트의 막이 오른다.

텐트 한 개에 6천명을 수용하는 텐트가 12개에서 맥주가 500만 리터, 소시지 100톤이 소비된다고 한다.


나는 이 고요한 8월의 홍천강에서 이제 막 첫 단추를 끼운 홍천 맥주축제가 그런 구상을 갖고 국내 최대의 매주 축제마을이 되길 기대했다.

이제 그 숙제는 홍천사람들과 하이트맥주공장 사람들에게 있다.

ⓒ프레시안(서정욱)

내가 다시 어느 날 8월의 저녁. 이 곳 축제장을 여행할 때는, 오늘 축제의 부족한 부분들을 모두 극복하여 수십 만 개의 맥주 거품이 펑펑 터지는 젊고 신선한 열정의 축제장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들이 조화롭게 상생하는 힘으로 만든 홍천맥주축제장의 저녁이 점점 깊어 갈 무렵. 나는 축제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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