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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뚜기' 저격한 그 검사들, 지금 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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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뚜기' 저격한 그 검사들, 지금 뭐 하나?

[안종주의 안전사회] ‘갓뚜기’, 한때 ‘파렴치 기업’ 낙인 찍히다

'갓(God)뚜기'가 대한민국에서 새로운 유행어가 됐다. 비정규직이 거의 없고 삼성 등 부도덕한 여러 재벌 또는 다른 대기업과는 달리 상속세를 제대로 내고 기업을 물려주었으며 라면 값을 올리지 않기로 유명한 '착한 기업'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윤리경영 기업'에 걸맞은 행보를 해온 오뚜기식품에 붙여진 애칭이다.

오뚜기식품 함영준 회장은 지난 7월 27일 내로라하는 재벌 총수들과 나란히 문재인 대통령 초청 청와대 호프 만찬에 참석해 대통령의 칭찬을 한 몸에 받았다. 갓뚜기의 유래가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지면서 이제 갓뚜기를 모르면 한국인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오뚜기식품이 유명해졌다.

유명세에 힘입어 시장에서는 오뚜기식품 제품이 불티나게 팔린다고 한다. 나도 과거 마트에서 종종 오뚜기 상표의 라면이나 카레 등을 구입해 요리를 해왔다. 하지만 요즘에는 여느 소비자들처럼 아예 대놓고 갓뚜기 제품만 손에 집는다.

오뚜기식품 삼양식품과 더불어 우지라면 파동 때 위기 겪어

하지만 이 오뚜기식품도 한때 불량식품의 대명사 기업으로 낙인이 찍힌 적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물론 나중에 무죄로 드러나 억울한 누명을 벗었지만 말이다. 이른바 1989년 대한민국을 뒤흔든 공업용 우지(牛脂)라면 사건이다. 이 사건 때 오뚜기식품과 삼양식품 등은 소비자와 언론한테서 '기업윤리 타락' '파렴치 기업' 등의 비난에 시달렸다.

10여 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식품 위해 사건을 물은 결과 오래 전에 일어난 사건임에도 우지라면 사건을 첫손가락에 꼽았다. 똑같은 설문조사를 지금 하더라도 같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우지라면 사건은 대한민국 식품안전 스캔들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지금의 20·30대 가운데 우지라면 사건을 잘 모르는 이들이 태반이겠지만 40대 후반 이상의 연령대라면 십중팔구 이 사건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당시 라면은 못 먹을 식품으로 전락했다. 쇠기름, 즉 우지를 라면 등에 사용하던 기업들은 된서리를 맞았다. 오뚜기식품도 삼양식품, 삼립유지, 서울하인즈, 부산유지 등과 함께 임직원이 구속되는 위기를 겪었다. 1989년 11월 3일에 벌어진 일이었다. 검찰, 그것도 무시무시한 서울지검 특수2부가 이들을 전격 구속하면서 국민 대용식품 라면이 하루아침에 불량식품, 안전하지 못한 식품으로 전락했다.

관련 기업은 국민에게 공업용 기름을 먹였다며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라면 시장에서 농심과 더불어 쌍두마차였던, 시장 점유율 30%의 삼양식품은 소비자들한테서 외면당했다. 우지보다 더 값싼 팜유를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수입해 라면 튀김용 기름으로 사용하던 농심은 이 사건에서 한발 비켜나 있었다. 그 덕에 라면파동에도 불구하고 농심은 삼양식품이 차지하던 자리까지 꿰차 부동의 1위를 굳혔다. 라면 시장 점유율 1위는 그 뒤 변함없이 농심이 도전자 없이 지금까지 지키고 있다.

영업정지 3개월과 소비자 신뢰 추락으로 삼양식품을 비롯해 오뚜기식품 등 구속 기업은 부도가 나 회사가 망하거나 부도 직전까지 내몰렸다. 부산유지가 부도가 난 대표적 기업이며 마가린과 쇼트닝의 선두주자였던 서울하인즈와 삼립유지는 롯데삼강에게 그 자리를 내주어야만 했다. 오뚜기식품은 라면에서는 우지를 사용하지 않아 문제가 없었지만 마가린 원료로 우지를 사용해 마가린뿐만 아니라 다른 제품에까지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검찰과 언론, 쇠기름 라면이 암 유발한다는 무시무시한 굴레 씌워

당시 소비자와 검찰, 언론은 동맹군이 되어 오뚜기와 삼양식품 등을 마구 공격해댔다. 기계에 칠할 공업용기름을 사람에게 먹였다는 비난의 화살은 물론이고 공업용 쇠기름을 사용한 라면 등은 단순히 몸에 해로운 정도가 아니라 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까지 끄집어내어 이들 기업을 몰락시키려 들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기업은 삼양식품이었다. 수천만 개의 라면을 폐기처분해야 했다. 시장 점유율은 기존에 유지하고 있던 점유율의 3분의 1인 10%로 급전직하 했다. 3000명이던 종업원을 1000명으로 줄여야 했다. 당시 검찰 출입기자들은 김인호 수사 주임검사와 강신욱 부장검사에게 찬사를 쏟아냈다. 그리고 그 찬사는 이들이 승진에 승진을 거듭할 때도 이어졌다. 많은 기자들이 자진해서 '기레기(쓰레기 기자)'가 된 셈이다.

김대중 정부에서 강신욱 검사는 대구·인천지검장과 서울고검장으로 영전하였다. 2000년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공식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법관에 임명됐다. 민변은 강 대법관 후보가 검사 시절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최근 강기훈 씨에 대해 무죄 판결과 국가배상 판결이 남) 수사 때 강압과 증거은폐를 하는 등 사법 정의와 인권을 유린했다는 등 여러 이유 조목조목 들이대며 당시 반대를 했으나 소용없었다.

오뚜기식품과 삼양식품의 무죄와 강기훈 유서대필 검찰 조작사건 등과 맞물려 있는 강신욱 검사가 우리 사회에서 대법관까지 오른 것을 보면 우리 사회에 정의가 살아 있다는 것은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식품안전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의 정서를 자극해 기업을 죽음의 길로 몰아넣고 국민을 우롱한 장본인이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김기춘과 함께 반성조차 하지 않음에도 좌천은커녕 최고 자리에까지 오른 것은 우리 사회가 두고두고 곱씹으며 반성해야 할 대목임에 분명하다.

열흘 만에 들통 난 검찰 수사-엉터리 분석 결과를 근거로 기소

당시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벌였음은 삼양식품 부회장과 오뚜기식품 사장 등 관련 기업 고위 임원 10명이 구속된 지 열흘 만에 들통이 났다. <한겨레신문>은 같은해 11월 12일자 사회면 머리기사로 "국립보건원-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쇠기름 산가판정 최고 10배 차이, 검찰 채택증거 놓고 법정 논란 일 듯"이란 제목의 특종기사를 통해 수사 대상이 된 기업들이 <식품공전>의 기준에 맞게 우지를 정제해 제품을 만들어왔다는 것을 밝혀냈다.

검찰이 국립보건원의 제대로 된 우지 산가 분석결과는 휴지통에 버리고 서울시환경보건연구원의 엉터리 분석결과를 토대로 기소했다는 것을 당시 보건사회부 출입기자인 내가 밝혀내 보도한 것이다. 이는 고등법원 항소심과 대법원 상고심에서 기소 대상자 10명 모두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는데 결정적 증거 가운데 하나로 인용됐다. 하지만 오뚜기식품 등을 비난하는데 열을 올렸던 대부분의 언론은 당시 <한겨레신문> 보도 내용을 다루지 않고 외면했다.

오뚜기식품은 이처럼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갓뚜기로 성장할 수 있었다. 오뚜기가 그래서 더욱 돋보이는 대목이다. 그 우여곡절 가운데 1989년 이른바 공업용 우지라면 사건 때 뒤집어썼던 누명과 굴레가 가장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오뚜기는 이를 잘 극복해냈다. 그리고 마침내 3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면서 기업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가 깃든 애칭, '갓뚜기'를 얻는데 성공했다.

갓뚜기 열풍에 라면업계 1위 농심 긴장, 오뚜기 새 신화 만들지 관심

당시 식품학자들은 상식적으로 보아도 이해하기 어려운 수사를 검찰이 무리하게 한 것에 대해, 그것도 사장 등 10명을 전격 구속 수사한 것에 대해 다양한 억측을 내놓고 있다. 검찰이 왜 수사하게 됐는지에 대해 30년 가까이 수사 당사자들이 굳게 입을 다물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검찰 총장은 김기춘이었다. 김기춘 씨가 박근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있다 물러난 뒤 2016년 9월 농심의 비상근 법률고문으로 옮겨 월 1000만 원 정도의 보수를 받았다는 게 드러났다. 우지라면 사건의 최대 수혜자한테서 거액의 연봉을 받은 것이 공개되면서 우지라면 사건의 정치적 결탁설과 같은 음모론이 다시금 대두되기도 했다. 하지만 진실은 아직까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최근 갓뚜기 열풍이 불면서 라면 시장에서도 농심의 점유율이 하락 추세에 있다고 한다. 농심의 라면 시장 점유율이 50% 밑으로 떨어진 반면 오뚜기는 25%를 돌파해 희비가 엇갈린다는 것이다. 농심이 부동의 1위를 차지하게 된 것은 자력이 아닌 타력으로 또는 운이 좋아 이룬 결과이다. 반면 오뚜기의 돌풍은 그들 스스로 만든 것이다. 갓뚜기가 식품 시장에서 새로운 신화를 쏘아 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주요 기업인들을 초청해 개최한 '주요 기업인과의 호프미팅'에서 함영준 오뚜기 회장과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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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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