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특임장관 내정자가 내놓은 청년실업 대책 및 대학 재수 금지 주장에 대한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야당 등 정치권을 넘어 시민사회단체까지 들고 일어났다.
참여연대는 9일 "21세기 대한민국의 유력 정치인이 한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 황당한 발언"으로 "특임장관으로 발탁돼 국정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실세'의 노동시장 및 청년실업에 대한 인식수준을 확인하니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오의 특수 임무는 '청년층 목조르기'?"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통해 "청년들이 쉽사리 중소기업을 선택할 수 없는 이유는 현재 우리나라 노동시장 구조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분절화 돼 있어 한 번 중소기업, 비정규직이라는 덫에 빠지면 그 경험을 바탕으로 더 나은 일자리로 옮겨가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라 지적했다.
이 단체는 또 "더욱이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임금, 후생복지 등 근로조건의 격차가 현격한 상황에서 대학 졸업 이후 1년에 1000만 원씩 되는 대학 등록금 대출을 갚아야 하는 대졸자 입장에서는 이런 선택이 쉽지 않다"며 "이런 구조적 문제를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단순히 청년들이 대기업만을 선호하는 것이 문제라는 식의 발언은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 비판했다.
실업자까지 포괄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세대별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도 이날 성명을 내고 "문제시 되는 발언일지라도 일정 수준의 논리가 담보 되어야 비판과 규탄이 가능한 데 이재오 내정자의 이 발언은 분노나 서글픔을 표현할 여지조차 없다"고 가세했했다.
청년유니온은 "이 내정자의 '무한도전' 급의 예능성 발언이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아닌 언론사 인터뷰에서 등장한 것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슬픔"이라며 "현 정부 실세라는 사람의 사고방식이 이 정도 수준이라면 오늘날 청년 세대들이 처해 있는 구조적 문제의 해결은 요원하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정권 실세의 장래 희망이 예능 프로그램 진행자가 아닌 바에야, '특임' 장관 내정자의 '특수임무'가 이 땅의 청년과 청소년에 대한 목조르기가 아닌지 심각한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진보신당 김종철 대변인도 "이재오 의원 말대로라면 '대기업 입사 자격 취득을 도와주는 전문 중소기업'이라는 창업 아이템이 생겨날 것 같다"고 비판했다.
"재수생 농촌으로 보낸다? 입에서 나온다고 다 말이 아니다"
"대학 입시에서 재수를 금지시키고 공장이나 농촌에서 1~2년 일하게 해야 한다"는 이재오 내정자의 주장에 대해서도 비난이 쏟아졌다. 참여연대는 "개인의 기본권과 시장의 기능, 자유민주주의적 질서를 국가의 힘으로 통제하려는 전체주의적 발상이며 '재수', '공장', '농촌'을 '이류화'하는 왜곡된 엘리트주의의 전형"이라며 "도저히 한 나라의 장관 후보자가 한 것으로 믿겨지지 않는 몰상식한 발언"이라 비판했다.
김종철 대변인은 "재수생을 농촌이나 공장으로 보내야 한다는 주장은 너무 수준 이하여서 평론하기가 곤란하다"며 "입으로 나왔다고 해서 다 말이 아니라는 것을 이재오 의원을 보면서 느낀다"고 말했다.
이재오 "덮어놓고 욕만 하지 마라"
이재오 내정자는 논란이 계속 확산되자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덮어놓고 욕만 할 것이 아니고 내 뜻은 일자리 문제는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내정자는 "<동아일보> 인터뷰 기사 내용을 잘 읽어보면 이해가 되실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특임장관 내정에 대해서도 그는 "젖 먹던 힘을 다해 선거했는데 또 특임을… 아이고 내 팔자야, 편할 날이 없네. 난제가 많은 고난의 자리다. 알고나 하자"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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