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개각에 깔린 '숨은 그림' 두 개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개각에 깔린 '숨은 그림' 두 개

[김종배의 it] 유정복 농림장관 내정을 주목하라

8·8개각엔 '숨은 그림' 두 개가 깔려있다. 시점과 자리다.

먼저 시점. 김태호 총리 내정자가 경남지사 불출마를 선언한 건 지난 1월 25일이었다. "출마만 하면 3선 연임에 무난히 성공할 것이라는 예상"(한겨레)이 일반적이었는데도 그는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리고 돌았다. 그가 정치무대를 중앙으로 옮겨 차기 또는 차차기를 노린다는 설과 함께 총리 하마평이 돌았다. 그럴 만했다. 당시 김태호 내정자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도지사 두 번째 임기를 지내면서 어느 순간 대한민국이 내 가슴에 들어와 있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으니까, 큰 꿈을 꾸고 있다고 대놓고 말했으니까.

다시 나왔다. 반 년여 전의 '설'이 개각 발표 후 다시 도졌다. "이대통령은 올 초 청와대에서 시도지사 간담회 참석차 올라온 김태호 내정자와 독대를 하면서 중용할 뜻을 밝혔고 중앙정치 진출을 계획하던 김 내정자도 불출마를 선언한 것으로 전해졌다"(조선일보)는 얘기가 나왔다.

다시 따져보자. 김태호 내정자가 경남지사 불출마를 선언하기 전에 이명박 대통령과 내밀한 얘기를 나눴고 모종의 내락을 받았다면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수정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40대 주자들이 선전하는 것을 보고 여권 세대교체를 꾀하기로 결심을 굳혔으며 그 결과물이 김태호 총리 내정자라는 가설을 폐기하고 새 가설을 세워야 한다. 이미 그 전부터, 무려 반 년여 전부터 이명박 대통령은 후계구도를 기획하고 준비하고 있었다는 가설이다.

▲ 국무총리 후보자에 내정된 김태호 전 경남지사 ⓒ청와대
충분히 성립 가능한 가설이다. 김태호 내정자가 경남지사를 두 번 지내면서 부산경남지역에 무시 못 할 지지세를 갖고 있다는 점, 김태호 내정자의 이 같은 정치적 자산이 결국 박근혜 전 대표의 영남 패권에 균열을 가져온다는 점, 나아가 영남을 분점한 김태호 내정자가 수도권을 장악하고 있는 친이계와 연합하면 박근혜 전 대표를 제칠 수 있는 여지가 넓어진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 시점, 즉 김태호 내정자가 경남지사 불출마를 선언할 즈음에 박근혜 전 대표가 세종시 반대 일선에 서서 이명박 대통령과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었던 점을 상기하면 이명박 대통령이 후계구도를 좀 더 일찍, 그리고 좀 더 절실하게 고민해야 했던 심정적 계기도 설명된다.

바로 이 같은 가설 때문에 또 하나의 '숨은 그림'인 자리가 더 크게 다가온다. 박근혜 전 대표의 비서실장으로 통하는 유정복 의원이 맡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자리다.

얼핏 봐선 크게 중요하지 않은 자리, 친박에게 생색을 내려고 할애한 자리 같지만 전혀 그렇지가 않다. 자칫하다간 유정복 내정자는 물론 박근혜 전 대표가 '독박'을 쓸지도 모를 자리다.

미국은 기정사실로 간주하고 있다. 한미FTA 발효에 앞서 자동차와 쇠고기 문제를 한국과 재협상하는 것을 기정사실로 간주하고 있다. 곤혹스러워진다. 한국 정부가 미국의 이 같은 입장에 끝내 굴복하면 쇠고기 협상을 진두지휘해야 할 유정복 농식품부 장관의 처지가 난감해진다. 30개월 이상 쇠고기도 무제한으로 수입하라는 미국의 압박을 물리치면 '대박' 치겠지만 행여 굴복하면 국민적 반발과 저항에 직면한다. 촛불시위를 거치면서 상징성이 극대화 된 사안이기에 국민적 반발과 저항은 거셀 것이고 그 여파는 유정복 내정자를 넘어 박근혜 전 대표에게까지 미친다.

이렇게 '숨은 그림' 두 개를 맞추면 하나의 영상이 그려진다. 후계구도를 놓고 이명박 대통령과 친이가 전면적인 공세를 펴는 영상 말이다. 여기에 '드러난 그림' 하나를 마저 덧대면 더 명확해진다. 이재오 특임 장관 내정자가 일각의 예측대로 개헌을 비롯한 정치문제에 집중하는 그림을 마저 덧대면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 친이와 친박 사이에 전개될 정치적 쟁투의 영상이 더 선명해진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