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니, 그는 예술과 과학을 접목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있었다. 올바른 과학 문화를 위해 애쓰는 활동들이다. 사회적 문제에도 과학적인 태도와 시각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 책의 처음 장은 바다에 대한 이야기인데 화성 탐사 로봇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큐리오시티'. 이 로봇을 들어 보신 분 계신지? 나는 이 책에서 처음 봤다. 그 로봇이 보내온 둥글게 마모된 자갈을 보고 지구의 과학자들은 환호했다고 한다. 돌이 마모되었다는 것은 과거에 물이 있었다고 추정할 근거가 되기 때문이란다. 물은 모든 생명의 근원으로 물이 있다면 생명의 존재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면서 지구의 바다로 이야기가 넘어간다. 어째서 지구에만 바다가 있을까? 금성이나 화성은 지구와 비슷한 크기이지만, 자외선에 의해 바닷물은 모두 증발해 버렸다. 자외선이 물을 쪼개 산소와 수소로 나눠서 수소는 우주로 날아가고 산소는 무거워서 암석에 존재하는 철에 결합하여 갇혀 버렸다고 한다.
지구의 바다를 구한 건 박테리아였다. 박테리아들이 광합성을 하며 산소를 대기 중에 배출했고 이는 바다가 손실되는 것을 막아 줬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박테리아로 인해 존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지구의 생명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물론 어릴 적 무서운 과학 선생님들의 악몽으로 일찌감치 '과포자(과학 포기자)'인 내가 바로 이해하기에는 생소한 단어들이 조금씩 더 많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물로 시작한 이야기는 최초의 생명에 대해 이야기한다. "최초의 생명체엔 효소 역할을 하는 단백질과 생명의 설계도 역할을 하는 DNA를 대신하는 작은 RNA 조각(리보자임)이 들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단다. 산소에 대한 세 번째 장에서는 생명의 역사를 1년이라고 치면 매월 어떤 생명체가 태어나고 인간은 언제쯤 태어났는지를 비교해서 이야기한다. 그리고 멸종과 대폭발, 공생의 탄생과 성의 탄생, 상어의 진화, 페니스의 탄생, 육상 진출과 대멸종, 공룡의 대표선수 격인 티라노사우루스, 그리고 새의 탄생까지 어려울 것 같은 이야기들이 재미있는 유머와 사실적 근거들을 바탕으로 파노라마를 보듯 펼쳐진다. 뒷부분 이야기까지 가지 않고 새의 탄생에서 내가 멈춘 이유는 새로운 사실에 대한 충격 때문이다. 새가 공룡이라는 것이다.
"새가 공룡의 후예라는 것은 더 이상 논란거리가 아니다. (중략) 최근 20년 동안 초기 조류 및 깃털 공룡 화석이 수천 점이나 발견되었으며 그 결과 우리는 좀 더 구체적인 증거를 찾게 되었다."
그리고 더 놀라운 이야기로 나아간다.
"요즘은 현대 새와 같은 모습을 가진 중생대 화석이 거의 매주 발견되고 있다. 더 이상 새가 공룡의 후예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못하다. 6500만 년 전 대부분의 공룡들이 멸종할 때 살아남은 조류형 공룡이라는 표현이 옳다. 새는 공룡의 후예가 아니라 살아남은 공룡인 것이다."
요즘 같은 더위에 '치맥'을 즐기시는 분들은 그러니까, 공룡을 들고 계신 거다.
<공생 멸종 진화>의 저자 이정모 관장은 서대문 자연사박물관 관장을 역임하고, 지금은 노원구 하계역 인근에 있는 서울시립과학관 관장으로 있다. 서대문 자연사박물관은 국내 유일의 구립 자연사박물관이다. 각 층은 자연반(1층), 생명반(2층), 지구반(3층)으로 나뉘어 있는데, 1층 자연반은 "환경 보존의 중요성과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을 알아보고, 우리 주변의 산과 강에서 살고 있는 동·식물의 생생한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거대한 공룡의 골격이 실물 크기로 조성되어 있고 거대한 고래의 모형이 공중에 매달려 있어서 특히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끈다. 2층 생명반에서는 "최초의 생명체로부터 고생대의 삼엽충, 중생대의 공룡, 신생대의 인류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변천해 온 생명의 진화 과정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다. 3층 지구반은 "지구의 탄생으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탐험하게 되며, 태양계의 행성들, 지진, 화산 등의 역동적인 지질 현상, 동굴의 형성 과정, 다양한 광물과 암석,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에 대해서도 알아"보는 시설들이 아기자기하게 배치되어 있다. 대체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 많은 어린이들이 가족과 함께 혹은 학교 단위로 찾아오지만, 어릴 적 호기심을 잃지 않은 어른들이라면 보고 즐기기에 충분하다.
서울시립과학관은 노원구 하계역 인근에 있다. 하계역에서 약 1.1킬로미터 정도를 걸어가거나 버스를 타면 걷는 구간을 400미터 정도로 줄일 수 있다.
1층은 '공존'이라고 이름 붙은 G전시실로 생존과 환경, 건축 그리고 아이디어 제작소와 지진 체험관이 있다. 사이언스 홀이 있는 1/2층에는 세미나실과 도서실이 있다. 2층의 ‘연결’이라고 이름 붙은 B전시실에서는 뇌과학, 우주, 수학, 3D 스페이스를 경험하고 살펴볼 수 있다. O전시실에는 '생존'이라 이름이 붙어 있고, 인체와 유전, 물질 등에 대해 알아볼 수 있으며 오픈 랩이 있다. 교육실이 있는 ∏(파이)층을 지나 3층에는 '순환'을 의미하는 R전시실이 있다. 힘과 에너지 등에 대해 직접 체험하고 만져 보고 배울 수 있다. 이곳은 어린이들보다는 최소한 중고생 이상의 청소년과 성인들을 주 대상으로 하는 곳이다. 이들이 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직접 보고 만지고 실험해 볼 수 있는 다양한 시설들이 설치되어 있다. 당연히 호기심 많은 어른들도 즐기기에 충분한 곳이다. 이곳은 "실패를 하면서 배우는 것"이라는 이정모 관장의 말처럼 직접 실험해보고 실패하더라도 실망하지 않고 그 이유를 찾아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그러다 보니 설치된 장비들이 거의 날마다 망가진다고 한다. 그러니 간혹 실험해 보고 싶은 장비들이 망가졌더라도 실망하지 마시라. 미래의 어느 과학자가 겪고 간 실패의 흔적일 수도 있으니!
과학자들과 만나면서 호기심은 활활 불타오르고 있다. 아마도 실패할 것들이 더 많은 호기심들이다. 그런 호기심과 실패를 통해 우리가 배움을 잃지 않고 더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는 고민을 해 볼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제 다시 책으로 돌아가 이정모 관장의 글로 마무리해 보자.
"이 책(<공생 멸종 진화>)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같이 살자'이다. 인류가 지속하려면 다른 생명과 같이 살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잊고 살아간다. 먹고사는 문제에 쫓겨서, 마치 영원히 살 듯 허겁지겁 살아간다. 시간을 내서 이 책을 들고 서대문 자연사박물관과 서울시립과학관을 찾아가 보시라. 과학의 은혜를 입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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