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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한' 이재오의 '만루홈런'…민주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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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한' 이재오의 '만루홈런'…민주당은?

[기자의 눈] 오만과 겸손, 울고 웃는 정치권

요즘 정치권의 화두는 단연 '오만과 겸손'이다. 그 중심에 7.28 재보선을 통해 화려하게 복귀한 한나라당 이재오 당선자가 서 있는 것은 물론이다.

중앙당의 지원유세도 물리친 채 철저하게 낮은 자세를 유지하는 전략으로 여당의 무덤이라는 재보선에서 '만루홈런'을 때려냈다. 그는 2일 한나라당 서울지역 당협위원장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비슷한 기조를 이어갔다.

정몽준 전 대표, 정두언 의원에게는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 당선자는 "2년 넘게 여의도를 떠나 있다 보니 어떻게 하면 국민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눈에 보이더라"며 "그런데 정작 당에 있는 사람들은 모른다"고 뼈 있는 조언도 남겼다. 그는 당분간 "한강 다리를 건너지 않고" 지역구 다지기에 올인한다는 방침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30일 안상수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신임 당직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가진 만참에서 "정부도 더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고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에 당이 낮은 자세로 임한 것이 좋은 평가를 박지 않았느냐"며 "우리가 잘못한 것이 있으면 스스로 깨닫고 임할 때 국민들이 이해한다"고 했다. 이러한 발언이 4대강 사업 등 핵심 쟁점과 관련된 정책기조의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적어도 '자화자찬'을 앞세우던 특유의 화법과는 온도차가 적지 않다는 해석이다.

▲ 이재오 당선자(왼쪽)는 7.28 재보선에서 한껏 몸을 낮추는 전략으로 소위 '대박'을 쳤다. 전문가들은 "능력과 비젼, 성과나 업적뿐만 아니라 '인격' 역시 유권자들에게 각인되는 중요한 요소"라고 지적한다. ⓒ프레시안

"'인격'도 유권자들에게 각인된다"

하기야 되짚어보면 정치인들의 '몸가짐'은 지난 6.2 지방선거에서도 만만치 않은 변수로 작용했던 것이 사실이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도 지사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오 시장은 서울시장 선거과정 전반에 걸쳐 진행된 TV토론에서 상대편인 민주당 한명숙 후보를 그야말로 '깔아뭉개는' 모습을 보여줬다. 남의 말은 끝까지 듣지 않고 잘랐다. 때로는 삐딱한 자세로 상대방을 비웃는 듯한 모습까지 보였다.

김문수 지사의 경우에는 정반대였다. 상대 후보인 국민참여당 유시민·진보신당 심상정 후보와 김 지사의 '끈끈한 인연'도 작용했다는 평가도 물론 있다. 하지만 TV 토론을 통해 보여지는 김 지사의 이미지는 '강직한 공직자'의 표상과도 같았다.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차분한 어조로 반박했다. 두 후보의 집요한 협공을 견뎌내면서도 필요 이상으로 흥분하지도, 논리에서 밀리지도 않았다.

6.2 지방선거에서 두 사람은 모두 재선에 성공했지만, 그 결은 달라 보인다는 게 대체적인 관전평이다. 오세훈 시장은 서울 '강남3구'에서 쏟아진 몰표 덕에 가까스로 이겼다. 약 2만5000표(0.6%)차이였다. 야권이 단일 후보를 내 세우지 못하고 각개약진한 상황에서도 고전한 오 시장과 달리 김문수 지사는 유시민-심상정 후보의 막판 단일화에도 불구하고 약 20만 표(4.4%) 차이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서울 소재 한 커뮤니케이션학과의 교수는 "정치인들의 경우 개개인의 능력과 비젼, 성과나 업적뿐만 아니라 '인격' 역시 유권자들에게 각인되는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며 "잠재적 대선후보군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라면 더욱 그렇다"고 했다.

선거 등 현실적 쟁점에서는 한 발 물러서 있지만, '낮은 자세'는 요즘 박근혜 전 대표의 화두이기도 하다. 박 전 대표가 트위터를 개통한 것도 유권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소통의 필요성 때문이라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박 전 대표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집 안에서 수박을 들고 찍은 자신의 '인증샷'을 올려 화제를 낳기도 했다.

▲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자신의 트위터에 등록한 '인증샷'. 박 전 대표가 트위터를 개통한 것 자체가 '낮은 자세'를 통한 소통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프레시안

민주당, '오만한 정권' 운운할 자격있나

비단 이재오 당선자뿐 아니라 한나라당은 재보선을 앞두고 민심의 흐름에 발빠르게 대응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 지방선거 참패 이후 정몽준 전 대표는 미련없이 당 대표 직을 사임했다. 선거 막판 강용석 의원의 성희롱 파문이 불거지자 당 윤리위가 구체적인 사실관계 확인절차도 없이 일사천리로 강 의원에 대한 출당 결정을 내린 것도 마찬가지 맥락에서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어떤가. 비슷한 시기에 터진 이강수 고창군수의 성희롱 의혹을 적당히 무마하는 데 급급했고, 안일한 공천으로 재보선에서 역대 최악의 참패를 당하고도 반성은 커녕 최소한 몸을 낮추는 시늉조차 생략하는 듯한 분위기다.

사의표명 문제를 두고도 적지 않은 '뒷말'을 낳았던 정세균 대표는 결국 대표직을 내려놓기로 했지만, 차기 전당대회에서 다시 대표직에 도전할 여지는 여전히 남겨뒀다. 게다가 사퇴의 변이 걸작이다. 정 대표는 "당의 안정과 공정한 경선관리를 위해 사퇴하기로 한다"고 했다.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는 게 아니라는 의미다. 이러고도 '오만한 정권'을 운운할 자격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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