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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세' 이재오의 귀환이냐, '단일후보' 장상의 역전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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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실세' 이재오의 귀환이냐, '단일후보' 장상의 역전이냐

[7.28 재보선] 은평을, 유세 마지막 날 '대격돌'

서울 은평을은 이번 7.28 재보선의 최대 관심 지역으로 손꼽힌다.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27일 자타가 공인하는 이명박 정부의 '실세'이자 지역에서 잔뼈가 굵은 한나라당 이재오 후보와 극적인 단일화 과정을 통해 야3당의 단일후보로 나선 민주당 장상 후보가 격돌했다.

이재오 "단일화? 선거는 어차피 일대 일"

이날 오전 이재오 후보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한 자전거를 타고 등장했다. 구산역 인근에 모여 있던 기자들이 당장 그를 에워쌌다. "전날 집에도 안 들어가고 찜질방에서 눈을 붙인 뒤 새벽 5시에 자전거를 타고 나왔다"는 이 후보의 얼굴은 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이 후보가 나타나자 지지자로 보이는 한 시민이 갑자기 "나라와 MB를 구하겠습니다"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이 후보의 표정은 굳어졌다. 이 후보는 그 시민을 향해 "제발 좀…, 제발, 절대로 오버하지 말아달라"고 손사래를 쳤다. "지나친 정치쇼"라는 비난도 일었지만, 선거운동 시작부터 중앙당의 지원유세를 거부하며 '나홀로 선거운동'을 선언한 이 후보다. 어떤 식으로든 '이명박' 이름 석 자가 거론되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것일까.

선거 운동 소감을 묻자 이 후보는 "하루 전이나 열흘 전이나 시종이 여일하다"고 말했다. 야권 후보 단일화와 관련해 그는 "단일화가 되나 안되나 어차피 선거는 막판 가면 일대 일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 후보는 "발로 (은평을 지역구를) 세 바퀴, 자전거로 한 바퀴 돌았다"며 "어제부터는 48시간 (유세를) 하고 집에도 안 들어가고 5시에 일어나 선거 운동하다가 인사도 하고 그랬다"고 말했다. 김해진 언론특보는 "이 후보가 전날 새벽 2시에 찜질방에 들어가 자고 오늘 새벽 5시에 나왔으니 3시간도 제대로 못 잤을 것"이라고 귀뜸했다.

"선거 운동 시작한 이래 처음 마이크를 잡는다"는 이 후보는 기자들과 문답을 마친 후 유세 차량에 올라 "사랑하는 은평구민 여러분, 제 얼굴을 유세 차량에서 못 본다고 주민들 성화가 하도 심해 오늘은 유세차량에서 인사를 드린다"며 "저는 은평에서 41년 살아 온, 은평 사는 이재오다. 은평은 제 삶의 전부다. 은평을 위해 제 삶의 전부를 바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원된 당원들이 없는 유세장 분위기는 차분한 편이었다. 차량 주변에는 운동원들 10여 명이 말없이 엄지 손가락을 치켜든 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 후보는 "오늘은 자전거를 타고, 차량도 타고 지역을 돌면서 선거운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 7.28 재보선 마지막 유세일인 27일 한나라당 이재오 후보(오른쪽)와 민주당 장상 후보는 서울 은평을 곳곳을 누볐다. ⓒ뉴시스

장상 "MB정부, 확실하게 심판하자"

민주당 장상 후보는 '단일후보 알리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플래카드와 어깨띠 등의 선전물에 표기돼 있던 '2번 장상'이라는 문구는 모두 '2번 범야권 단일후보 장상'으로 바뀌었다. 첫 유세일정을 연신내역 출근인사로 시작한 장 후보는 이날 대조동, 역촌동, 구산동, 갈현2동 일대를 순차적으로 돌며 유세전을 폈다.

지도부도 총출동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연신내역 물빛공원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정권에 대한 최후의 심판은 국민 여러분의 귀중한 한 표로 결정되는 만큼 꼭 투표해 달라"고 강조했다.

박지원 원내대표와 김민석 최고위원, 민주노동당 이상규 후보, 국민참여당 천호선 후보도 장 후보와 함께 유세차를 타고 지역 곳곳을 누볐다.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 결과를 수용하고 지원유세에 동참한 이상규, 천호선 후보의 얼굴은 밝아 보였다.

앞서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 사퇴서를 제출하고 왔다는 천호선 후보는 "내일 투표에서 저나 이상규 후보를 찍으면 사표가 되고, 그것은 결론적으로 이재오 후보를 돕는 일"이라며 "이재오를 낙선시켜 이명박 정권에 마지막 경고를 보내자"라고 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누나인 노영옥 여사도 동참했다. 그는 "두 번 생각하면 노무현이 보인다"며 "두 번 생각하면 기호 2번 장상 후보가 보일 것이다, 민주당 2번 장상이다, 한 번 더 생각해도 민주당 장상이다"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민주당을 상징하는 연두색 티셔츠에 운동화, 검은 색 등산바지 차림으로 마이크를 잡은 장상 후보는 "감격스럽다"며 "이명박 정권을 확실하게 심판하기 위해 민주당 후보가 아닌 은평을의 후보, 야권의 단일후보 장상을 뽑아 달라"고 강조했다.

"이재오 말고 누가 있나" vs "이재오가 한 게 뭐냐"

판세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선관위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09년까지 실시된 11차례의 재보선 투표율은 평균 32.1%다. 통상 봄과 가을에 실시하는 재보선과 달리 이번 선거는 휴가철인 한여름에 치러지는 터라 20%대 투표율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투표율이 높아야 유리하다고 판단한 장상 후보 측은 아예 "투표 시간은 오후 8시까지"라는 선전물을 내걸었다.

불광역 주변 상가에서 만난 한 시민은 "여름에 휴가 얘기하지, 누가 선거 얘기를 하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이같이 선거 관심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는 '지역일꾼론' 전략을 유지한 이 후보가 유리하다는 평도 나온다.

역촌시장 앞에서 만난 우모 씨는 "이재오 밖에 없지 여기 누가 있느냐. 며칠 전에도 악수했는데, 사람이 인사성이 밝고 참 좋다"며 "은평 사람이니까 은평에서 당선되면 좋지"라고 말했다.

주변에 있던 상인들도 이 후보를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본인을 40대라고 밝힌 한 상인은 "이재오 후보를 몇 번이나 마주쳤다. 지난 번 총선에서 이재오 씨를 찍지 않아서 미안한 감도 좀 있다. 이번에는 이재오를 찍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다른 상인들도 맞장구를 쳤다.

반면 구산역 인근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남편과 나는 무조건 장상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재오 씨가 그 동안 국회의원을 하면서 해 놓은 게 뭐가 있느냐"며 "뉴타운을 만들 때는 원주민들이 보상 협상을 하면서 12번이나 면담을 요청했는데도 안 왔다더라, 그 사람들이 다 여기 인근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장상 후보 측은 은평을 지역에 호남 출신 주민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 야권 후보 단일화를 통한 지지율 상승 효과 등으로 '막판 역전극'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한 캠프 관계자는 "지역 분위기가 아주 좋다, 이재오 후보도 압박을 많이 느끼는 것 같더라"고 했다.

그러나 단일화 효과를 충분히 누리기에는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다는 관측도 있다. 한 시민은 "누가 야당 단일후보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역 곳곳에서는 아직까지 민주노동당 이상규, 참여당 천호선 후보의 선전물이 부착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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