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 모두 발언에서 "안전성과 환경에 대한 우려가 있는 원전과 석탄발전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고, 대신 청정에너지인 신재생에너지와 가스 기반의 전력공급을 늘려 맑은 공기와 안전한 사회를 앞당기겠다"며 "탈원전 등 에너지 믹스(mix) 전환 과정은 전문가 의견 수렴 등 충분한 논의를 거쳐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탈핵 정책이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고 졸속 강행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백 후보자에게 공세를 폈다. 바른정당 정운천 의원은 "독재적 발상"이라는 말까지 했다. 또 전기요금이나 발전 비용에 대한 구체적 계획 없이 탈핵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자유한국당 김상훈 의원은 핵발전소 가동이 중단될 경우 전기요금 인상이 예상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백 후보자는 먼저 신고리 건설 중단에 대해 "정부가 공론화위원회의 민주적 절차를 밟아서 투명하고 공정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백 후보자는 비용 문제에 대해서도 "로드맵을 작성할 때 전원별 가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가격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핵발전 비중 축소가) 가능하다는 결론을 갖고 작성했다"고 반박했다.
백 후보자는 전기요금 인상 우려에 대해서도 "앞으로 5년새 거의 없을 것"이라며 "5년 사이에 원료 가격 변동이 없다는 가정 하에서 전혀 가격 인상 요인은 없다"고 했다. 그는 "전기요금은 미래 가격을 거시적으로 봐야 한다. 거시적 동향을 보면 원전은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신재생은 (비용이) 계속 감소한다"며 "전반적으로 선진국에서는 탈원전 추세"라고 강조했다.
핵발전이 LNG 등 화석연료 발전으로 대체될 경우 미세먼지나 이산화탄소 배출이 증가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으나, 백 후보자는 이에 대해 "원전이 서서히 사라질 때 신재생에너지와 LNG가 보충하면서 전체적인 미세먼지나 CO²문제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답했다.
여당 의원들은 현재 핵발전이 비용상 저렴해 보이지만 입지선정 갈등이나 폐기물 처리, 사고 위험 등을 감안할 때 결코 싸지 않다며 문재인 정부 탈핵정책을 지원사격하며 백 후보자를 엄호했다. 백 후보자도 "이제는 외부 사회적 비용을 고려해서 (발전 원가) 적정 가격을 다시 산정할 시점"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통상 현안과 관련해서는, 한미 FTA 재협상 문제에 대한 질의응답이 오갔다. 백 후보자는 "미국의 한미 FTA 개정 요구에 대해서는 국익 극대화와 이익 균형의 원칙 하에 당당하게 대응하고, 중국·일본과는 전략적 경제협력을 강화해 경제적 실리를 제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병역 면제, 국민께 송구"
백 후보자의 도덕성 문제도 불거졌다. 백 후보자는 건강상 이유로 병역을 면제받았는데, 야당 의원들은 고의로 병역을 면탈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백 후보자는 1985년 1급 현역 판정을 받았으나, 유학을 이유로 입영을 연기했다가 1989년 재검에서 5급 판정을 받았다. 면제 사유는 오른쪽 무릎 부상이었다. 백 후보자는 부상 이유에 대해, 1987년 겨울 운전 중 빙판길에서 미끄러져 가로수를 들이받는 사고를 내는 바람에 무릎 관절을 다쳤다고 설명하며 이후 "일상 생활을 못 할 정도로 다리를 절었다"고 했다.
다만 백 후보자는 고의 면탈은 아니었다 해도 "신성한 병역 의무를 다하지 못한 점은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머리를 숙였다.
야당에서는 그러나 "사고 기록도 없다. 엑스레이를 어디서 찍었는지도 모른다"(국민의당 이찬열), "무릎 수술로 병역을 면제받고 취미를 테니스라고 썼다"(한국당 이철우)는 등 고의 병역면탈 의혹을 제기했다. 백 후보자는 이에 대해 "미국에서는 환자가 원한다고 해서 수술할 수 없다"며 면탈 의도는 없었다고 거듭 해명했다.
백 후보자의 겸직 전력도 도마에 올랐다. 국민의당 조배숙 의원은 "백 후보자가 2014년부터 (일본계 기업) 'TCK' 사외이사를 맡았으면서 지난달 22일에야 재직 중인 대학의 허가를 받았다"며 대학교수 겸직을 제한한 사립학교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백 후보자는 사외이사로 연 3600만 원의 연봉을 받아왔다.
특히 TCK는 일본 기업 '도카이카본'이 대주주인 회사로 회사명인 TCK도 '도카이 카본 코리아'의 약자로 알려졌는데, 이 회사는 일본의 2차대전 전범 기업 가운데 하나여서 더 눈길을 끌었다. 백 후보자는 '전범 기업 사외이사' 의혹이 부각되자 지난 5일 사외이사직에서 사퇴했다.
백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2014년이 연구년이어서 미국과 한국을 왔다갔다 하면서 제대로 (겸직신고 등을) 챙기지 못한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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