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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도 '로봇기본법' 발의...로봇도 인간 윤리 준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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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도 '로봇기본법' 발의...로봇도 인간 윤리 준수해야

민주당 박영선 의원 대표 발의...로봇에 인격체 권리 부여 등 내용 담아

현실이 서서히 미래에 다가가고 있다. 새로운 사회를 카테고리화한 '4차 산업혁명'이 출판·언론업계의 마케팅 용어로 사용되고, 정부 쌈짓돈을 빼먹으려는 사기꾼 집단의 언어로 전락하는 와중에도 한편에서는 정보기술과 생명공학이 빠른 속도로 접점을 찾아가고, 로봇공학이 무서운 속도로 발전한다.

프로그램 언어를 배워야만 컴퓨터와 대화 가능하던 시절, 클릭해야만 컴퓨터를 가동하던 시절은 태곳적 이야기가 된 지 오래다. 손가락으로 터치하면 인공지능(AI)이 반응하는 스마트폰의 시대에 감격한 게 엊그제인데, 벌써 AI와 사람이 육성으로 대화하는 시대가 열렸다.

아마존의 AI 음성인식 비서 '알렉사'가 911에 폭력 사건을 신고해 주인을 구한 게 지난 10일 미국 뉴멕시코 주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미 영국 런던에는 에로틱 사이보그가 일하는 카페가 등장했다. 감정도 나눌 수 있는 섹스로봇은 올해 약 1만2000파운드가량에 시판될 것으로 예상된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필립 K. 딕 지음, 박중서 옮김, 폴라북스 펴냄)가 그린 미래가 도래한다면 우리 사회에 어떤 충격이 가해질까. 영화 <더 문>(던컨 존스 감독)에서 로봇 팔의 단순한 움직임에 섬뜩함을 느낀 이라면 한 번쯤 사물인터넷(IoT) 시대 AI에 포위된 우리 일상이 과연 축복일지 아닐지 상상해보았을 것이다.

로봇이 사람 노동을 대부분 대체하고 예술의 영역에서도 사람을 밀어낸다면, 사람의 노동에는 어떤 가치가 매겨질까. 어쩌면 <은하영웅전설>(다나카 요시키 지음, 김완 옮김, 디앤씨미디어 펴냄)의 제국 황궁 ‘노이에 상수시’에서처럼, 특권층만이 사람을 노동자로 부리는 시대도 상상해봄 직하지 않을까.

생명공학과 정보기술, 로봇공학의 조우도 극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13일 조지 처치 하버드대학교 의대 교수팀은 대장균의 유전체에 사진과 동영상 데이터를 업로드한 후,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는 연구 결과를 <네이처>에 발표했다. 그렇다면 사람도 클라우드가 될 수 있다. 유기체인 DNA에 데이터 업로드와 다운로드를 마음껏 하는 시대를 상상할 수 있게 됐다. IoT를 넘어 '지구인터넷(Earth on Internet)' 시대가 열릴 수 있다.

이와 같은 기술 진보 속도가 영화 <매트릭스>(워쇼스키 남매 감독)를 현실화하는 데까지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할까. 유발 하라리의 최근작 <호모 데우스>(김명주 옮김, 김영사 펴냄)가 상정한 미래가 여러 미래상 중 정말 우리의 결정적 현실이 된다면, 그리하여 기억이 데이터화해 불멸함에 따라 사람이 죽지 않는 시대가 이론의 영역을 넘어 현실에 이른다면 사람은, 나아가 생명은 앞으로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신 기술 시대는 우리 삶에 막강한 충격을 가할 것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우리의 인식 체계, 철학 체계를 이전과 다른 방향으로 뒤틀 것이다. ⓒ게티이미지

19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로봇기본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로봇에 특정 권리와 전자적 인격체로서 지위를 부여하고, 로봇이 인간의 윤리규범을 준수하도록 강제한다.

법안의 세부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선 "국가는 로봇에 특정 권리와 의무를 가진 전자적 인격체로서 지위를 부여하고, 로봇에 의한 손해가 발생할 경우 책임 부여와 보상 방안 등에 관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법안은 그리고 "국무총리 소속으로 국가로봇윤리·정책위원회"를 설치하고, "국가로봇정책연구원"을 설립해 로봇공존사회가 도래함에 따라 변화하는 교육·고용·복지 등의 충격을 예측하고 대응해나가도록 했다.

법안은 사회적 약자도 로봇기술 이용의 기회를 누리고 혜택을 얻을 수 있도록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게끔 하고, 로봇 등록제도 개설과 로봇 제조자의 손해 배상 의무 등을 포함했다.

과학자와 공학자가 미래를 현실로 끌어당기는 동안, 다른 이들은 현실과 미래의 접점을 찾아야 한다. 신세계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인문학적으로, 경제학적으로, 철학적으로 사유하고 고민해야 한다. 신기술 시대가 디스토피아일지 유토피아일지는 우리가 얼마나 사유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새 시대는 우리를 과거와 완전히 다른 어떤 것으로 데려갈 것이기 때문이다. 중세 시대 사람은 신을 위해 사는 종이었으나, 인본주의 시대를 지난 우리는 신이 사람의 행복을 위해 복무해야 함을 안다.

유럽연합(EU)은 이미 지난 1월 아이작 아시모프가 제시한 '로봇 3원칙(로봇은 사람을 해치지 않아야 하고, 사람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며, 자신을 보호할 권리가 있다)'을 토대로 '로봇시민법' 결의안을 냈다. 이 법안의 중요한 점 하나는 새 로봇 설계 시 반드시 연구윤리위원회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규제안을 담았다는 것이다.

기술자들이 질주함에도 우리는 미래를 먼 산 바라보듯 관조하기 쉽다. 하지만 신기술이 우리에게 미칠 영향에 대비하는 건 기술 발전만큼 중요하다. 전투용 로봇 개발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이냐에 관한 국제적 토론이 필요하다. 이미 곤충 크기의 작은 스파이·암살 목적의 로봇은 개발 가능한 시대에 이르렀다. 테러 집단이 이를 획득한다면 어떻게 될까. 기술 강대국이 곤충형 로봇을 이용해 적대 국가의 권리를 침해하는 걸 무작정 허용하는 건 괜찮을까.

드론이 가장 먼저 상용화하리라 기대되는 분야는 범죄자 감시다. 이를 무작정 허용한다면 만인에 관한 기술 감시 시대가 열릴 수도 있다. 인권 수호 의지와 범죄 예방 수요간 합의점을 찾아야만 한다. 기술 발전에 대중이 무작정 휩쓸려서는 안 된다.

로봇기본법 발의 소식이 반가운 이유다. 이 법안은 그간 미래 사유가 부족했던 우리에게 어떤 계기를 만들어줄 수 있다. 이 법안을 계기로 우리는 치열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그에 앞서 우리는 깊은 사유를 나눠야 한다. 그 과정에는 당연히 기술 시대를 잘 모르는 보통 시민도 참여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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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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