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한 김두관ㆍ안희정, 李대통령 만나 "4대강 재검토하자"

李대통령 거절…"단체로 다른 지역일 나서지 마라"

6.2 지방선거 이후 청와대에서 열린 첫 시도지사간담회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야당 출신 단체장들 사이에 충돌이 벌어졌다. 뇌관은 예상대로 4대강 사업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23일 민선4기 16개 시도지사들 오찬 간담회 모두 발언에서 "일을 하면서 정치적 견해만 갖고 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야당 단체장들을 우회적으로 제어했다.

이날 곳곳에서 내린 폭우를 소재로 가벼운 인삿말이 오갔지만 이 대통령의 발언에도 뼈가 담겼었다.

"나는 서울시장 때 정치적 생각 없었다"

이 대통령은 "나는 여야를 떠나 여러분을 대하면서 정치적 생각을 갖고 대하지 않는다"며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께서도 정치적 색깔보다는 지역을 발전시킨다, 지역주민의 일자리를 만든다, 약자 또 못 가진 자, 소상공인 이런 쪽에 중심을 두고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내가 서울시장 할 때 정치적 생각이 없었다. 오로지 서울시가 어떻게 하면 발전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만 했다)"면서 "그 당시에 중앙차로, 대중교통 개선하는 문제도 중앙정부와 협조 없이는 될 수 없었다. 야당시장이었지만 중앙정부와 일을 하는 데 불편 없이 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 도지사 신분으로 청와대를 찾아 이명박 대통령을 만난 안희정 충남지사ⓒ청와대

"4대강 재검토 해달라"vs"다른 지역 일 나서지 마라"

하지만 비공개로 진행된 오찬 간담회에서 야당 단체장들은 더 거센 반격에 나섰다. 김두관 경남도지사는 "우리 경남도민들이 걱정이 많고 어제 환경운동단체 사무국장 두 분이 함안보 크레인에 올라가 농성을 하고 있다"며 "그래서 중앙정부의 지원과 협조를 받아야 하는 도지사로서 이 문제에 대해 중앙정부와 다른 입장을 갖고 있어서 그런 점에 대해 참 많이 고민이 되고 힘이 든다"고 먼저 깃발을 들었다.

김 지사는 "우리들 바람은 반대하고 있는 야당, 시민단체, 환경단체 이런 쪽과 나름대로 자리를 마련해서 빠른 시일 안에 정리해 달라는 것"이라며 "그러면 지방정부의 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우리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선 4대강사업 중단 후 국민과 대화를 주문한 것.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가세했다. 그는 "금강사업과 관련된 사업에 대해 재검토할 수 있는 시간을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나도 또한 이것이 정쟁화돼 여야 간에 싸우는 주제가 되길 원치 않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 사업이 국민들간 갈등이 되고 있다"면서 "이 갈등을 국민들간 평화와 통합으로 풀어내기 위한 대통령님과 또 지역의 책임을 지고 있는 도지사의 정치적 지도력이 굉장히 필요한 때"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야권 단체장들이 연합전선을 형성하는데 대해 "단체로 모여서 다른 지역의 4대강 문제까지 나서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받아쳤다.

이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은)정치적인 문제가 아니고 정책적인 문제"라며 "자기 지역의 강 문제에 대해 의견이 얘기하면 충분히 듣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 취임 후 지난 2년 반 간은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단체장이 한나라당 출신이라 이같은 충돌이 벌어진 적이 없었다. 하지만 남은 2년 반은 비슷한 풍경을 목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이날 직무정지 중인 이광재 강원도지사는 참석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