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한나라당 원조 소장파인 남경필 의원 주변까지 사찰한 정황이 밝혀지면서 상황은 또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국민은행 하청업체 사장이었던 김종익 씨 사찰이 밝혀진 이후 검찰 수사에서 다른 민간인들도 추가사찰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지만 여당 중진 의원까지 사찰한 사실이 확인된다면 한나라당 전당대회와 청와대 인사 이후 다소 잠잠해지는가 했던 여권 내 권력투쟁이 재폭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에도 지원관실 컴퓨터 자료가 삭제된 흔적이 파악된 것에 대해선 여전히 '뒷배'가 남아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은 "박영준 차장은 중간 허리쯤 될 것"이라면서 "몸통까지 다 쳐내야 이명박 정부에 부담이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압수수색 1시간 전에 파일 삭제한 '뒷배'는?
지난달 21일 국회 정무위에서 민간인 사찰 의혹이 불거진 지 12일 만인 지난 2일 총리실은 "정운찬 총리가 엄격한 조사를 지시했다"면서 자체 조사반을 꾸리며 이인규 전 지원관과 점검 1팀장, 담당 사무관 등을 대기발령했다 .
하지만 이틀 후인 4일 컴퓨터 문서파일이 USB를 통해 외부로 옮겨졌고 5일과 7일, 그리고 9일 압수수색 1시간 전까지 문서파일이 삭제된 흔적이 검찰 수사에서 파악됐다.
이인규 전 지원관 등이 컴퓨터에 접근할 수 없던 시기에 총리실 내 다른 사람이 사찰 증거를 고의로 인멸했다는 말이 된다. 이어 여권 중진 의원 주변에 대한 사찰 의혹이 불거졌다.
게다가 남 의원 주변 사찰은 '하명 사건'을 담당하는 지원관실 기획총괄과로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안팎에서는 지난 2008년 총선 직전 이상득 의원의 불출마를 촉구한 의원들에 대한 광범위한 사찰설이 돌고 있다. 당시 나섰던 55명의 의원들의 핵심은 수도권 소장파 의원들이었다.
당시 남 의원과 함께 이상득 의원 불출마 촉구에 동참했고 이후에도 박영준 차장 등에 대한 문제제기를 멈추지 않았던 의원들의 구체적 실명이 거론되기도 한다. 이중 한 의원의 부인에 대해 한 시사월간지가 지난 4월호에서 'MB정부 출범 이후 컨벤션 업계 휩쓴 ooo의원 부인'이라는 제목의 단독 기사를 냈다가 다음 호에 정정보도문을 게제한 바 있다. 현재 이 기사는 이 월간지 홈페이지에서도 삭제된 상황이다.
영포라인-선진국민연대 등과 각을 세운 여당 의원들에 대한 압박 정황이 매우 구체적이라는 이야기다.
'비주류'를 선언한 홍준표 최고위원은 21일 저녁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사찰을) 누가 시켰고 보호를 누가 받았고 또 관리를 어떻게 했는지가 더 중점이다"면서 "도마뱀 꼬리 자르기식 수사를 하면 국민들이 믿겠냐"고 말했다.
홍 최고위원은 "사찰라인의 문제, 사찰을 왜 했는지 문제의 본질을 봐야 된다"면서 "박영준 국무차장이 처음에 청와대에서 물러날 때도 인사전횡 문제로 물러났는데 그 여파가 이제 지금까지 미쳐서 총리실 사찰문제까지 연결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박 차장에 대해선 "중간 허리쯤 될 것"이라며 정작 '몸통'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남경필 의원 주변에 대한 사찰 파동이 홍 최고위원이 말한 '몸통'의 실체를 드러낼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또 "검찰이 '비선라인'등에 대해선 손도 못대고 이인규 지원관 등의 불법사찰 문제만 건드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있었지만 검찰이 '여당 의워 주변 사찰'을 수사하고 있음을 스스로 확인해 준 마당에 수사범위를 예단하긴 어려워졌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