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시와 김해시를 최단거리로 잇는 비음산터널 사업이 다시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이 사업은 지난 10년 가까이 창원시민들의 반대 여론에 부닥쳐 김해시의 강력한 요구에도 지지부진해왔다. 그런데 안상수 창원시장이 지난 3일 ‘추진 의사’에 대해 깜짝 발표를 했다. 이로 인해 양쪽 지역의 화두로 떠오르며 논쟁의 불씨를 지폈다.
당장 창원지역에서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거나 “백지화하라”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여론 수렴조차 없는 안 시장의 개인적이고 정치적인 판단이라는 비난이다.
반면 김해시와 시민들은 오래된 숙원사업이 해결될 실마리가 마련됐다며 환영의 뜻을 내비치고 있다.
■안상수 창원시장, 도지사 선거 겨냥하나
안 시장은 지난 3일 김해시청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김해와 창원의 상생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비음산터널 건설 추진 의사를 밝혔다.
터널 개설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이해관계와 민원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했지만, 양 지역에 서로 도움이 되는 일이며 잘될 것이라고도 했다.
지역 언론들은 일제히 터널사업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반면, 지역 정가에서는 안 시장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도지사에 도전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 같은 배경에는 창원시가 그동안 반대 의사를 고수해왔던 것에서 급격한 입장변화를 보인 것이 작용한다. 안 시장의 정치적 의도가 실린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인 셈이다.
■10년간 지지부진했던 터널사업
비음산터널 사업은 지난 2008년 대우건설이 처음 제안했다. 김해시 측에 진례와 창원 토월IC를 잇는 길이 5.9㎞, 폭 20m의 터널을 건설하자고 했고, 예상 총사업비는 1,461억 원이었다.
창원지역에서는 반대 여론이 확산됐다. 터널이 만들어질 경우 창원의 교통혼잡이 심해지고 용추계곡 등 자연환경 훼손이 우려된다는 이유였다. 결국, 노선안 자체가 무산됐다.
이후 2012년 제2의 노선안이 제안됐지만, 이 또한 2014년 10월 창원 쪽 터널 시작지점 일대가 사파도시개발지구로 지정됨에 따라 무산됐다.
이어 2015년 3월에는 창원 용동~김해 진례 송정리를 잇는 길이 4.1㎞, 폭 20m, 총사업비 1,633억 원의 제3안이 제시됐지만, 역시 무산됐다.
창원시도 동읍 우회도로와 창원~부산간 민자도로인 창원제2터널이 개통됐기에 비음산터널까지 개설할 필요가 없다는 반대의사를 유지해왔다.
그런데, 안 시장이 지난 3일 김해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건설추진 의사를 공식화하자 창원지역 여론은 ‘뜬금없다’는 반응이다.
안 시장은 이날 “창원시정연구원의 최종 결과는 연말이나 내년 초에 나올 것이지만, 내년 지방선거 이전에는 두 도시가 이 문제를 두고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김해와 창원 상생발전의 선물로 드리겠다”고 했다.
사실상, 안 시장이 창원시장 선거를 비롯해 도지사 선거에도 관심을 두고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터널사업 추진 백지화하라”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은 10일 성명서를 내고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환경련은 “그동안 김해시의 강력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10년 가까이 반대 입장이었던 창원시가 어떤 이해관계에서 방향을 바꿨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환경련은 또 “반대 이유로 내세웠던 조건들이 무엇 하나 해결되지 않았다”며 “그런데도 김해시 공무원 앞에서 창원시민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정책을 선심 쓰듯 제시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안 시장이) 어떠한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김해에서는 박수를 받았겠지만, 과연 창원시민들도 박수를 보낼 일인지 충분히 점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안 시장을 겨냥해 '무슨 꿍꿍이냐'는 것이다.
정의당 경남도당도 이에 앞서 지난 4일 논평을 통해 “갑자기 시장의 말 한 마디에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처럼 상황 전개가 되고 있다”며 “숱하게 제기돼온 현안 문제들이 갑자기 해결된 것인가”라고 의문을 표시했다.
또 “창원시는 새로운 사업도 아닌데 지역주민들과 충분한 소통의 과정도 거치지 않은 채 뜬금없이 사업추진을 제기했다”며 “그 배경에 대해 의아스러울 뿐”이라고 논평했다.
비음산터널 사업 추진은 창원과 김해 양 지역 모두의 공감대 형성이 전제가 돼야 하는 사업이다. 따라서, 안 시장과 창원시가 어떤 논리와 해법으로 제기된 문제와 의혹에 대처해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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