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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공정여행, 같이 가요!

[함께 사는 길] 티베트 마을 주민도, 환경도 행복한 여행

실크로드의 동쪽 주요 도시로는 중국 섬서성의 서안과 감숙성의 란저우를 꼽을 수 있다. 중국과 서역의 교역품들과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졌던 거대 도시들이다. 그중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감숙성의 성도인 란저우 남쪽에는 티베트인들이 모여 사는 지역이 있다. 이름하여 감남장족자치주. 감숙성 남쪽 장족(티베트인을 중국에서는 장족이라 부른다)들의 자치지역이란 뜻이다.

매년 여름마다 국제민주연대 공정여행사업단이 주관하는 실크로드 여행에서는 감남장족자치주의 마을 한 곳과 티베트불교의 성지라 불리는 사찰 한 곳이 여행 일정에 포함되어 있다. 감남장족자치주에서도 가장 끄트머리 오지마을 자가나. 그리고 티베트불교 최대종파인 겔룩파(수장이 달라이라마다)의 6대 사찰 중 하나로 꼽히는 라브랑스. 중국과 서역 간 교역로인 실크로드 여행에서 왜 티베트인들의 땅을 방문하는지 의문을 가진 이들이 많다.

▲ 실크로드, 명사산 모래 미끄럼. ⓒ최정규

실크로드를 걷다

실크로드는 역사 속에서 여러 권력과 민족과 국가가 패권을 다투었던 교역로이다. 북방 유목민족과 남방 농경민족이 대립했던 곳이며, 유럽과 서아시아, 중앙아시아, 동아시아가 교류와 다툼을 반복하며 어우러지던 곳이다. 그 실크로드 역사의 한 장을 차지한 민족이 바로 티베트인들이다. 지금은 비록 중국에 점령을 당해 중국의 한 개 성으로 전락하고(서장자치구) 그마저도 전체 영역의 반 이상은 중국의 다른 행정구역에 편입되었지만(원래 티베트의 영역은 현재 서장자치구 영역의 두 배 이상이다. 옛 티베트 영역의 반 이상은 중국의 운남성, 사천성, 감숙성, 청해성에 편입되었다) 한때는 천산산맥 이남 사막 실크로드 대부분의 영역을 차지했던 강국이었으며 실크로드의 문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던 민족이었던 것이다.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실크로드의 주요 탐방지인 둔황의 막고굴에서 발굴된 수많은 고문서들 중에 티베트어로 쓰인 불경 등 다수의 티베트문서가 포함되어 있는 것을 봐도 그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이렇기에 여러 여행사들에서 시행하고 있는 실크로드 여행 프로그램의 일반적인 루트를 살짝 벗어나 감남장족자치주의 티베트인 마을과 티베트불교 주요 사찰을 실크로드 여행에 포함시키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국제민주연대 공정여행사업단 실크로드 여행에서 탐방하는 티베트 마을 자가나에서는 마을 주민 집에서 민박을 하며 그 집에서 차려주는 음식으로 식사한다. 물론 그곳에서의 민박은 여러 일정 중 일부분에 불과하고, 그 집에서 먹는 식사도 몇 끼 되지 않는다. 하지만 20~30명의 손님을 맞기 위해 집안 식구들과 이웃들까지 동원되어 우리의 숙식 준비를 하고 저녁 식사 후 마당에서 펼쳐지는 그들의 춤과 노래를 준비한다. 다음날에는 우리 여행팀을 이끌고 집 주인의 아들이 마을의 민가와 골목, 아름다운 계곡, 마을 사람들의 성소인 작은 티베트불교사찰 등을 탐방한다. 몇 해 전, 실크로드 여행 프로그램 준비 차 답사할 때 만나서 함께 의논한 프로그램들이며, 이후 여행팀을 모집해 다시 찾아가 진행하고 있는 실크로드 여행 프로그램의 일면이다.

▲ 실크로드, 자가나마을 민박집 마당. ⓒ최정규

불편해도 사랑스러워지는 여행


이러한 여행 프로그램의 구성에는 일반 여행업계와 다른 점들이 발생한다. 첫째, 여행비용의 흐름이다. 일반적인 여행업계의 여행에서는 숙박과 식사, 각종 입장료와 수수료 등 여행객들이 여행 참가에 지불하는 비용의 상당 부분이 여행가는 곳에 남지 않는다. 저개발국가나 저개발지역의 경우 그 현상이 특히 심해진다.

둘째, 여행을 기획하는 각종 에이전시들에서는 여행 현지의 사람들과 직접 상담하고 거래하며 현지인들의 삶과 문화를 프로그램에 반영하는 데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그 지역으로 여행을 가되 정작 그 지역 사람들의 문화는 여행에서 소외되며, 여행객들이 지불하는 여행 경비의 대부분은 거대 호텔체인과 여행에이전시와 연결된 대형식당, 항공사 등 대형운송업체, 여행을 광고·판매·진행한 여행에이전시들이 가져가게 된다. 심지어 유명관광지를 개발하여 막대한 입장료 수입을 올리고 있는 정부까지 그 수익을 나눠 먹게 된다. 우리가 여행하는 지역의 주민들은 그들이 수백, 수천 년에 걸쳐 지켜오고 만들어낸 자연과 문화를 상품화하였지만 그에 따른 수익은 다른 곳으로 거의 다 흘러가 버리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그들의 삶과 문화를 보고 느끼고 체험하는 진짜 여행 프로그램은 빈약해져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흐름을 개선시켜보고자 하는 시도가 바로 공정여행이다.

셋째는 여행 현지의 환경에 대한 생각과 행동에 대한 부분이다. 여행 현지에 가서 물을 아껴 쓰고, 전기를 아껴 쓰고,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물론 의식적인 노력이 있어야 함은 사실이다. 하지만 위와 같은 흐름으로 여행을 구성하면 이것은 프로그램 자체에서 상당부분 개선된 형태로 나타난다. 공정여행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행의 체험은 바로 현지인들과 비슷한 식, 의, 주를 체험하는 것이다. 현지인들은 오랜 역사 속에서 그들의 환경에 가장 적합한 식, 의, 주를 구현하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앞서 예를 든 티베트인들의 자가나마을에서 민박을 한다면 고급호텔과 다르게 난방을 하지 않고 그 정도 기후에서는 옷을 껴입고 자는 지역민들의 주거 생활 방식대로 자게 되므로 잘 때 입을 내복을 준비해가야 한다. 민박집 주인들은 평소 그 지역에 나는 식재료들을 위주로 찬거리를 준비하기에 로컬푸드 밥상이 차려진다. 공동욕실 세 개만 있으므로 물 사용도 비교적 적어진다. 지역민들의 삶에 들어가 그들을 좀 더 깊이 보는 여행을 하고 있기에 지역의 환경 생태를 존중하는 마음은 누가 말하지 않아도 생기는 것을 각자 느끼게 된다. 그 지역이 사랑스러워지므로. 또 그 지역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사랑스러워지므로.

여행객도 현지 주민도 환경도 행복한 여행

물론, 모든 여행의 전체 프로그램을 공정여행의 요소로 꽉꽉 채우기는 만만치 않은 일이다. 공정여행을 선택한 모든 여행객들이 다소의 불편함을 이겨 낼 수 있으며, 또 그런 여행을 선택할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조금씩! 하나씩! 바꿔나가야 한다. 한 개 여행 프로그램에서 공정여행의 요소를 조금씩 더 확보해나가고, 그런 여행 프로그램이 많아져야 한다. 그래야 거대 여행에이전시가 좌지우지하여 현지의 문화와 환경이 파괴되고 거대 업소만 판을 치고 정작 현지인들은 허드렛일 만하며 여행산업에서 소외되는 일이 줄어든다. 그래야 여행 현지의 주민들도 자신들의 문화와 삶을 여행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여행객들과 함께할 수 있는 여행의 주체가 되고, 여행객은 의미 있고도 재미있는 여행을 할 수 있으며, 여행지의 환경은 모두에게 존중될 수 있다. 그래야 여행객도 행복하고, 현지 주민도 행복하고, 환경도 행복하다. 그런 여행은 지속가능하다.

▲ 실크로드, 티베트인들의 자가나마을. ⓒ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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