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가 장기요양기관의 신청을 기각한 이유
2016년 말 보건복지부는 장기요양기관의 법인 회계 사용과 수입의 일정 비율을 인건비로 사용하도록 고시했다. 기획재정부까지 장기요양보험 재정이 효율적으로 사용돼야 한다고 평가를 할 만큼 일부 장기요양기관의 경영 윤리에 문제가 있었기에 취해진 조치이다.
이 조치는 당연히 민간기관에는 압박으로 받아들여졌다. 장기요양 제공기관들의 장으로 구성된 민간기관단체는 공개 경쟁하도록 설계된 서비스 시장에서 '법인회계 사용'과 '인건비 기준' 준수를 요구하는 것은 민간업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그리고 지난 6월 말, 해당 사건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헌법재판소의 선고 결과가 나온 것이다.
결과는 기각이었다. 헌법재판소는 '장기요양보험은 공적 자금이므로 그 사용을 법인 재무회계를 통해서 투명하게 운영하여 공적 책임을 이행해야 하고, 이는 각 업체의 자율권을 해치는 것이 아니다'라고 봤다. 또한 장기요양요원(요양보호사 등)에 대한 정부의 인건비 고시 기준 준수는 장기요양요원의 근로조건을 통해 장기요양급여의 질을 담보하는 불가피한 일이라 판단했다. 장기요양제공기관들은 장기요양보험의 재정 건전화를 꾀하고 장기요양요원의 근로조건을 보호함으로써 서비스 질 제고에 이바지해야 하는 책임을 확인한 결정이다. 결국 헌법재판소는 장기요양 제공기관이 공공 재정을 사용하기에 규제는 필수 불가결하다고 보았다.
장기요양서비스 인프라의 취약
사실 장기요양 제도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은 데는 정부가 장기요양 정책 방향을 민간 위주로 설계한 책임도 있다.
장기요양보험은 노년기에 돌봄을 제공하는 사회보험이다. 노년기 장기적인 질환으로 인한 돌봄의 책임을 가족에서 사회로 전환한 제도다. 우리나라에서는 장기요양보험이 2008년부터 시행되었다. 장기요양 급여 요건에 해당하는 노인에게 장기요양보험이 비용의 80~85%를 지원한다.
정부는 당시 이 제도를 시행하면서 서비스 제공기관과 돌봄 제공자 인프라를 빠르게 확보하고자 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민간기관의 확대를 추구했다. 허가 방식이 아니라 요건만 되면 지정하거나 신고만으로도 민간기관이 장기요양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 결과 인프라는 빨리 확보되었지만, 전체 서비스 제공 기관 중 소규모 영리 사업자가 3분의 2를 넘게 되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관의 폐업이 잦고 서비스의 질과 요양보호사 등 제공자 일자리 질은 낮은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는 제공기관을 평가하고 부당 청구를 적발해 알린다. 하지만 제공기관의 영업 규제까지는 나아가지 못하던 차였다.
장기요양 서비스 제공기관도 공적 책임과 의무를 지녀야
이번 헌법재판소의 선고는 두 가지의 중요한 의미를 전해준다.
첫째, 자유시장 경쟁을 강조하는 제공기관 사업 방식을 일부 포기해야 한다는 메시지이다. 경쟁과 이용자의 선택을 중요시하기보다는 기관의 책임성과 서비스의 합목적성을 더 중시한 것이다.
둘째, 정부의 제공기관에 대한 통제가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제공기관들은 이윤 추구가 아니라 책임 있는 서비스 제공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 명확해졌기 때문에, 앞으로 장기요양기관들은 신뢰에 기반을 둔 공적 서비스 기관으로서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
노인 인구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다. 장기요양보험 제도와 서비스를 전달하는 기관의 책임은 더욱 중요하다. 향후 제도적 보완을 통해, 지역별 장기 서비스 수요에 맞춰 제공기관의 총량을 규제하는 지자체의 권한이 생겨나야 한다. 또한 서비스 제공기관과 제공자의 서비스 질 관리를 위한 서비스 표준 마련과 이에 대한 교육 훈련, 운영 컨설팅 등을 수행하는 기구도 설립해야 한다.
물론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만으로는 현재 장기요양제도를 완전히 보완할 순 없다. 향후 장기요양 제공기관을 둘러싼 개혁을 촉진하는 데 이번 헌재의 결정이 중요한 지렛대 역할을 하리라 기대한다. 다시 한번 헌재의 선고를 환영한다.
(송인주 서울시복지재단 연구위원은 내만복 정책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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