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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북핵‧미중갈등…'삼각파도'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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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북핵‧미중갈등…'삼각파도' 밀려온다

'사드 철회' 압박하는 중국, '중국 압박' 수위 높인 미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으로 정상 외교의 첫 테이프를 끊은 문재인 대통령이 곧바로 맞게 될 또 한 번의 고비는 오는 7~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다.

청와대는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양자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양자 및 3국 회담이 이뤄질 수도 있다.

초미의 관심사는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문제다. 사드 이슈는 한미 정상회담 의제에 오르지 않았고 공동성명에도 포함되지 않았으나,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전후해 사드 배치를 사실상 기정사실화 하는 듯한 발언을 여러 번 했다.

29일 미 상하원 소속 의원들과의 면담에선 "사드를 번복할 의사를 갖고 그런 절차(환경영향평가)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은 버려도 좋다"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인 30일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초청 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사드는 한국의 주권적 결정"이라며 "중국이 부당하게 간섭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중국의 경제보복 문제에 대해선 "사드 배치에 관한 중국의 염려는 이해하지만 그것을 이유로 경제 보복을 하는 것은 옳지 않고 부당한 일이기 때문에 철회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환경영향평가가 사드 철회를 위한 정지 작업 아니냐'는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치권, 외교가의 의구심을 달래기 위한 외교적 수사라고 해도 중국 입장에선 매우 불편한 발언들이다.

이를 반영하듯 3일 러시아를 국빈 방문한 시진핑 주석은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한반도 사드 배치가 역내 전략적 균형을 위험에 빠트릴 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비핵화와 역내 평화 및 안정의 유지에도 도움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중국과 러시아가 국가 안보와 역내 전략적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들을 공동으로든, 독자적으로든 계속해나갈 것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한반도 사드 배치가 한미일 미사일 방어체계(MD)로의 편입이며 중국의 핵심 이익을 침해하는 동북아 안보 지형의 뇌관으로 보고 있다는 중국의 기존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다.

한미 정상회담 직전인 지난달 28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문 대통령의 대중 특사였던 이해찬 의원을 비공개로 만나 "현실을 인식하라"며 사드 배치 연기가 아닌 철회를 강하게 압박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심상치 않은 미중 갈등, 文대통령 시험대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우리 정부가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쥐어나갈 수 있게 된 점이 적지 않은 성과이기는 하지만, 북핵 문제가 사실상 미중 관계의 틀 내에서 규정된다는 점에서 중국을 설득해 내야 할 난제도 남았다.

무엇보다 한미 정상회담을 전후해 급속하게 거칠어지고 있는 미중 관계는 시진핑 주석과의 양자회담을 추진하는 문 대통령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 정상회담 직전인 지난 27일 미국은 중국을 '최악의 인신매매 국가'로 지정한 데 이어 29일에는 미국 재무부가 중국 단둥은행을 '돈 세탁 우려기관'으로 지정해 미국과의 거래를 전면적으로 중단시켰다.

또한 국무부는 29일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대만에 14억2000만 달러(약 1조 6200억 원) 규모의 무기 판매 계획을 승인해 중국의 반발을 불렀다.

30일 한미 정상회담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통해 들어오는 중국산 철강 제품에 대한 불만을 직접 제기해 중국에 대한 무역 보복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에 그치지 않고 미군 이지스 미사일 구축함 스테뎀이 2일 남중국해 시사군도 주변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실시해 중국의 인공섬인 트리톤섬 안쪽 12해리 이내의 바다를 항해했다. 중국은 곧바로 "심각한 정치적, 군사적 도발"이라고 반발했다.

미국의 이 같은 일련의 대중 조치에는 북한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제재와 압박에 동참하라는 메시지가 담겼다는 해석이다. 오토 웜비어 씨 사망 사건을 계기로 미국의 반북 감정이 폭발한 데다, 중국의 비협조로 북핵 문제가 꼬여가고 있다는 트럼프 정부의 인식이 맞물려 상승작용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가 "미중 관계는 다시 험난한 시기에 접어들 운명"이라고 전망하고, CNN도 "허니문이 끝나고 미중 관계가 냉각되기 시작했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 정권에 대한 전략적 인내는 실패했다. 솔직하게 그 인내는 끝났다"고 문 대통령과 한 목소리를 냈지만, 이 발언은 대북 압박 증강, 중국에 대한 불만 표출이라는 전혀 다른 맥락에서 나왔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3일 시진핑 중국 주석과 통화를 갖고 북핵 문제와 미중 관계 등을 논의하며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정상회담을 갖기로 했다.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선 한미일 3국간 대북 공조체제 강화 차원에서 문 대통령을 포함한 3국 정상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처럼 미중 갈등을 중심으로 한반도 주변국들의 외교 전략이 치열하게 맞붙게 될 G20 정상회의는 북핵 문제와 남북 관계의 '운전석'에 앉은 문 대통령에게 또 한 번의 외교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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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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