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경제 성장 출구는 북한…안보 리스크 넘어서면 기회"

방미 기업들 '미국에 투자하라'는 트럼프에 128억불 '선물 보따리'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한미 양국은 한미 동맹을 토대로 상호 번영의 역사를 함께 써 온 불가분의 경제 동반자"라며 미국 기업인들의 적극적인 한국 시장 투자를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방미 첫날인 이날 저녁 미국 워싱턴 D.C에서 한미 상공회의소가 공동의로 주최한 '한미 비즈니스 서밋' 기조연설에서 "안보 위주의 전통적인 동맹이 경제적 협력을 통해 더욱 확대되고 견고해졌다"며 "앞으로의 한미동맹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분야에서 포괄적인 동맹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 출구로 북한을 생각하고 있다"며 "그러나 한반도의 평화가 전제되지 않으면 안 된다. 핵 문제부터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북핵 해결을 위한 구상과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분단된 한반도는 경제 분야에서도 아픈 부분"이라며 "안보 리스크는 우리가 넘어야 할 과제이지만, 그것을 넘어서면 우리는 새로운 기회와 만날 수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최근의 정치적 격랑과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 어려움 속에서도 한국경제 체질에 대한 시장의 믿음은 확고하다"며 "미국 방문이 한미동맹의 견고함을 다시 확인하고, 양국 간 경제협력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무역 불균형 문제에 대한 불만을 표해 온 트럼프 대통령을 의식한 듯 "한국에게 미국은 2번째로 큰 교역 상대국이며, 최대의 투자처다. 한국 역시 미국의 6번째 교역 상대국"이라며 "교역의 확대가 양국 국민의 실생활을 윤택하게 만들고 있다. 한미 양국 기업인들의 활발한 상호 투자는 양국의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미 경제협력이 그동안의 상호간 교역과 투자 확대를 넘어 세계시장을 함께 개척하는 '전략적 경제동반자'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일자리 중심의 경제정책 기조를 설명하며 "일자리를 늘리면 가계소득이 높아진다. 늘어난 가계소득이 내수를 활성화해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경제성장이 다시 일자리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려는 것"이라면서 "재정, 세제, 금융, 인허가 등 가용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하고, 여타 정책도 일자리 중심으로 재편할 계획"이라고 했다.

또한 "기업지배구조를 투명화하고, 일감 몰아주기, 불공정 거래행위 등을 근절할 것"이라며 "진입장벽, 가격규제 같은 경쟁 제한적 요소도 재점검하여 개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방미 기업들 미국에 128억 달러 푼다

국내 기업들도 문 대통령의 방문에 발맞춰 일제히 대미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하며 '미국에 일자리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해 온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선물 보따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밝힌 투자계획에 따르면, 이번 방미에 동행한 52개 기업들은 향후 5년간 128억 달러(약 14조6000억 원)를 미국 현지 공장 설립, 생산설비 확충, R&D 투자, 현지기업 M&A 등에 투자할 방침이다. 이 외에도 LNG, LGP 구매, 항공기 구입 등 5년 간 224억 달러 규모의 구매도 이뤄질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28일(현지시각) 워싱턴 D.C에서 사우스캐롤라이나주와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3.8억 달러 규모의 가전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삼성이 미국에 짓는 첫 번째 가전 공장이다. 오스틴 소재 반도체 공장에 대해서도 2020년까지 15억 불 규모를 투자할 예정이다.

LG 전자는 2019년까지 테네시주에 2.5억 달러를 투자해 가전 공장을 건설, 연간 100만 대의 세탁기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뉴저지주에는 3억 달러를 투자, 신사옥을 건립할 계획이다.

오클라호마, 텍사스 등에서 셰일가스 개발 및 LNG 생산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SK는 향후 5년 간 에너지 분야 등에 최대 44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는 친환경 자율주행차 등 미래기술 개발, 신차, 신엔진 개발 등의 분야에 향후 5년 간 총 31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두산 그룹은 현지공장 증설 및 차세대 제품 개발, 연료전지 및 에너지저장장치 R&D 투자에 총 7.9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 밖에 CJ 그룹이 총 10억5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LS 그룹은 총 3.2억 달러 투자계획을, GS 그룹은 1000만 달러 투자계획을, 한진 그룹은 700만 달러 투자 계획을 각각 밝혔다.

또한 크루셜텍, 데이터스트림즈, 엑시콘 등 중견 중소기업들도 첨단 신산업 시장 위주로 각각 6500만 달러, 3700만 달러, 6000만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의료 바이오 기업인 뉴트리바이오텍도 1억 달러를, 오스템임플란트는 3000만 달러를, 대화연표펌프는 7000만 불을, 효림산업은 2300만 불을 각각 투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