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이 '문준용 의혹 증언 조작' 사태의 파장을 막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선 당시 국민의당 선대위 공명선거추진단장을 맡았던 이용주 의원은 28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검찰에 구속된 당원 이유미 씨가 녹취 등 증거 파일을 날조해낸 사실에 대해 본인과 공명선거추진단 간부들은 물론 이준서 전 최고위원도 모르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이 전 최고위원과 이유미 씨의 '카카오톡' 메신저 대화 내용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준서-이유미 '카톡' 대화 내용 보니…
이 의원이 공개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보면, 이 전 최고위원은 지난 4월 27일 오후 처음으로 문준용 씨의 취업 특혜 의혹에 대해 언급한다. 이 의원은 전날인 4월 26일 밤, 이 씨와 이 전 최고위원이 서울 강남의 한 술집에서 만나 관련 대화를 주고받았다고 했다. 그다음 날 오후, 이 전 최고위원이 이 씨에게 "기자들이 시기적으로 빨리하는 게 좋다고 한다"고 하자, 이 씨는 "주말 안에 해보겠다"고 응답한다.
이어 이 전 최고위원은 사흘 후인 4월 30일 "문준용 어찌되었나? 궁금(하다)"라며 "기자들 전화 오는데, 뭐라고 얘기를 해야 될까? 너무 늦어지면 이슈가 없어진다"고 독촉했다. 그러자 이 씨는 다음날인 5월 1일 오전 11시경, 이 전 최고위원에게 '제보자'와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화면 캡처해 보낸다. 물론 이 대화는 이 씨가 가족들의 휴대폰 3대를 사용해 날조해낸 것으로 밝혀졌다.
이 씨는 이 전 최고위원에게도 "진짜 꼭 (제보자의) 이름하고 프로필 사진 지워 주셔야 한다. 꼭 부탁드린다"고 다짐을 받았다. 제보자의 신원에 대해 "○○님은 남자다. 파슨스에서 같이 유학한 사람"이라며 "둘 다 같이 유학했는데 ○○님이 더 친하다", "○○님 부친이 □□□(중소기업 관련 공공기관) 사장을 하셨다고 했다" 등의 설명을 하기도 했다.
이 씨는 또 5월 3일 오전 0시에 자신이 꾸며낸 제보자와의 통화 녹음파일을 이 전 최고위원에게 메신저로 보냈다. 이 씨는 이 전 최고위원에게며 "목소리 변조를 꼭 해 달라"고 요구하고, 제보자의 신원에 대해 "대기업 다닌다"고 하기도 했다.
잠시 후 이 전 최고위원은 이 씨에게 "문제 발생. 그 남자(제보자 ○○씨)의 동의가 없으면 안 된다네"라고 자신이 접촉한 언론사 기자와의 대화 내용을 전달하며 "그 남자분이 '내 목소리를 녹음했고 이것을 방송이든 당 브리핑이든 어디든 사용하고 공개할 것이다'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며 이 씨에게 제보자의 동의를 받아 오라고 지시한다. 이 씨는 이 전 최고위원에게 "내일 다시 말해보겠다"며 "만나서 서면으로 못 받으면 카톡으로 내용 보내서 동의하는 것(으로) 확인하게 해도 되는 거죠?"라고 물었다.
다시 잠시 후인 5월 3일 오전 3시, 이 전 최고위원은 이 씨에게 "기자랑 그분(○○씨)을 연결해 줄 수 있을까?"라며 "(기자가) 확실히 가야 한다고…(요구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자발적으로 그분이 얘기해 줘야 안전하다고 한다"고 접촉한 기자의 요구 사항을 추가 전달했다.
이 씨는 이에 대해 난감한 기색을 보이며 "아이고, 무리인데. 이번에도 (통화한 것도) 엄청 귀찮아했다"고 한다. 이 전 최고위원은 "신문 매체는 이메일 서면 인터뷰, 종편은 대면 인터뷰(를 주선해 달라)"고 지시하며 "이메일 주소 알려주면 기자한테 바로 전달하겠다"고 했다. 이 씨는 이에 이 전 최고위원에게 ○○씨라는 인물의 이메일 주소를 알려줬다.
기지회견 당일인 5월 5일, 회견을 앞둔 오전 0시께 이 전 최고위원은 이 씨에게 "(녹음 파일의) 음성변조를 했다"며 "내일 오전 캠프에서 문준용 입사 비리의 건으로 기자회견 하기로 했다"고 알려줬고, 이 씨는 "이번에는 언론에 안 썰리고(잘리고) 잘 확산되기를…"이라고 답했다.
같은 날 오전, 김인원 국민의당 공명선거추진단 부단장이 이 녹음파일을 근거로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를 공격하는 회견을 하고 난 후, 이 씨는 이 전 최고위원에게 "고생하셨다. 방금 보도자료 나오네요"라며 "<중앙>이랑 <조선>도 냈다"고 말을 건넸다. 이 전 최고위원은 "생각보다 기사를 많이 안 쓴다"며 아쉬움을 표하고 "○○님(제보자)도 정의를 위해 오픈(공개)해준 것이니 보람이 있어야지"라고 말했다.
이 씨는 이에 대해 "그 양반은 정의를 위해서는 아니고"라며 "엄청 겁먹었나 봐요. 자기 전화번호 다 지워 달라고 하고. 쫄아 가지고"라고 가상의 제보자의 거짓 반응을 이 전 최고위원에게 전달하기까지 했다. 또 같은 날 오후 8시께 이 전 최고위원이 "기자들이 서면 인터뷰를 메일로 보냈다는데 연락해서 답변 좀 부탁한다고 얘기 좀 해 달라"고 지시하자 이 씨는 "네. 전달하겠다", "회신 부탁하겠다"고 답을 했다.
회견 다음 날인 5월 6일, 문준용 씨와 실제로 파슨스 스쿨에서 동문수학한 문 모 씨가 더불어민주당을 통해 ○○씨의 증언이 '가짜 인터뷰'라고 반박하자, 둘의 대화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 씨에게 문 씨의 해명 글을 전달하며 "이 글이 엄청 퍼 날라지고 있다. 진짜 다른 일 다 제쳐 두고 이번 일에 집중해야 한다"며 "내일 오전에 ○○에게 연락을 해 봐 달라. 그것(○○씨와 문준용 씨의 관계 등 녹음 파일의 신빙성)을 증빙 못 하면 우리가 역풍 분다"고 재촉했다.
이 씨는 그러자 "해 보겠다. 우선 마음을 비우고 있으라"면서도 "그분(○○씨)도 이제 증빙까지 요구하니 '이 정도 했으니 그만 하는게 어떠냐'는 입장이라 정말 난처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위원님, 만약의 경우에 협조 안 되면 여기서 중단하셔야 한다"고 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그러나 "○○의 말이 사실이라면 (문준용 씨 실제 동료 문 씨의 글이) 새빨간 거짓말인데,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진실로 알게 될 것이라고 얘기하면 우리한테 호의적이지 않을까"라며 "아직 서면 인터뷰 회신도 없다고 한다"고 이 씨에게 재차 독촉했다.
이 씨는 "이러지 말자", "너무 무리다", "문준용 씨 관련 내용 그만해야 한다"며 발을 빼려고 했다. "조용히 마무리해야지, 그것 외엔 지금으로서는 너무 위험하다", "제발 더 이상 일이 커지지 않기를 바란다. 자료 달라고 했을 때 못 한다고 할 걸 하고 후회되고 마음이 힘들다"고도 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 씨에게 "지금은 너무 늦었다"며 "○○과 문준용의 관계성을 알려야 하는 게 쟁점이다. 최소한 우리는 알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최소한 알고 있어야 한다"는 이 전 최고위원의 메시지가 발신된 것은 5월 6일 오후 7시. 이용주 의원이 공개한 두 사람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은 여기까지였다.
'녹음파일 검증은?' 지적에 이용주 "녹음파일에 거짓말탐지기 돌릴 수도 없고…"
이용주 의원은 이같은 이준서-이유미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토대로, 이준서 전 최고위원도 이유미 씨에게 속았을 뿐 녹취가 조작된 사실은 몰랐다고 했다. 이 의원은 "경위야 어찌 됐든 공당으로서 검증 과정에서 걸러내지 못하고 그(조작된) 부분이 언론 지면을 통해 외부로 알려지고 사실과 다른 내용이 발표된 것에 대해 당시 공명선거추진단 단장으로서 책임을 느낀다"고 유감을 표하면서도 "이 전 최고위원은 조작 사실을 알지 못했고, 제가 일요일(6월 25일)에 호출해서 저의 질문을 들을 때야 그 내용을 들었다"고 했다.
이 의원은 이유미 씨가 검찰 조사에서 이 전 최고위원 등 당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고 진술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 자신이 이 씨의 변호사에게 확인한 내용이라며 "26~27일 검찰 조사에서 이 씨는 제보 내용이 조작됐다는 사실을 이 전 최고위원에게 알린 바 없다고 진술했고, 제보 조작도 혼자 한 사실이라고 진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따라서 현재 이 씨가 '제보 조작을 당에서 지시했다'(고 진술했다)는 내용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검찰에 확인해 보라"고 했다.
이 씨가 주변에 보낸 문자메시지 등에서 "당이 기획해서 지시했다"는 등의 내용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자신이 이 씨의 변호사에게 "경위를 좀 알아봐 달라"고 했더니 "'본인도 당황해서, 의지할 데가 없고 당이 버린 것 같아서 그런 말을 했다'고 한다"는 답을 들었다고 이 의원은 전했다.
이 의원은 이준서-이유미 두 사람의 '카톡' 대화 내용에 대해 "제가 왜 이 씨와 이 전 최고위원이 공모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나 여부(근거)"라며 "양자 간에 제보 조작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이런 내용의 대화가 오고 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의원도 '이준서는 몰랐다'는 부분 외에, 당 공명선거추진단에서 어떤 검증 과정을 거쳐 이 씨의 '제보'를 사실로 믿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당에서 어떻게 이 사태를 책임질지,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도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태다.
이 의원은 '공명선거추진단이 제보자(○○씨)의 신원을 어떻게 확인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통상적으로 공익제보의 경우, 우리 당 이준서 (당시) 최고위원이 제보를 한 것이면 '이 최고위원이 어떤 사람에게 제보를 받았는지'는 직접적으로 확인을 안 한다"며 "다만 이 최고위원이 그 사람을 알고 있는 사람인지, 연락 가능한지를 통상적으로 확인한다"고 했다. 그는 "(당시) 이 최고위원에게 물어본 결과, 이 제보를 가져온 여자는 잘 아는 사람이고, 인적 사항도 있고, 전화가 가능한 상태라고 했다"며 "통상적 제보의 경우 우리가 당사자와 신뢰관계가 있기에 이 최고위원과 신뢰관계가 있다면 직접 접촉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이 의원은 녹음 내용을 들어 보면,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자녀가 모 은행에 취업했다는 등 일반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담겨 있었기에 당 공명선거추진단 간부들에게 "녹음된 대화 내용이 신빙성 있다는 판단 근거로 작용했다"고 받아들여졌다고 전했다. 이 씨가 공개되지 않은 이런 사실을 어떻게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떠도는 얘기를 조합해서 말했을 수도 있고, 이유미 씨가 들었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이 씨가 자신과 만났을 때, 자신이 날조한 대화 내용에 대해 "인터넷에 떠도는 얘기를 종합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부연했다.
검사 출신인 자신이나 김인원 부단장 등이 녹음 파일이 조작된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는 게 부자연스럽다는 지적에 대해 이 의원은 "녹음파일 진위를 어떻게 확인하느냐. 녹음파일 갖다 놓고 거짓말탐지기 돌릴 수도 없지 않느냐"며 "중간중간 (녹음 내용을) 편집한 흔적이 있다면 의심할 수도 있으나, 처음부터 끝까지 그런 것이 없었고 내용 속에 상호 모순되는 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후적으로 돌아봐도, 그 녹음 파일을 직접 듣고 사전에 봤어도 공개했을 것 같다"고 하기도 했다.
이유미 씨에 의해 제보자로 꾸며진 '○○씨'는 실존 인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씨 페이스북에 가보니 파슨스 스쿨을 다녔다는 자료가 나와 있었다"며 "파슨스에 공문을 보내 확인한 적은 없지만 페이스북 내용 등을 확인해 보면 파슨스를 졸업한 내역이 상세히 나와 있다"고 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이유미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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