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현 여권의 난맥상을 수습하는데도 누가 한나라당 대표가 되느냐가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한나라당 내 양대 계파 수장들은 모두 뒤로 빠져 '마이너리그'에 비유되는 이번 전당대회가 '안상수-홍준표' 양강 구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안상수 후보는 친이(親李)계 내에서도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된다.
靑心이 실린 후보, 안상수
지난 대선과정에부터 이명박 대통령의 든든한 우군이었고, 정권교체에 성공하자마자 "지난 10년간 국정을 파탄한 세력이 야당과 정부 조직, 권력 기관, 방송사, 문화계, 학계, 시민단체 등 각계 요직에 남아 새 정부 출범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소위 '좌파 적출론'을 앞세우면서 색깔공세를 폈다.
여당의 입장에서 다시 원내대표를 맡은 이후에는 '4대강', '미디어법', '세종시' 논란 등 고비 때마다 선봉장을 자임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거쳐 온 박희태, 정몽준 전 대표와는 달리 자타가 공인하는 저돌적인 공격수다. 이 대통령의 신임도 두텁다. "전당대회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는 공식적인 입장에도 불구하고, '청심(靑心)'은 사실상 안 후보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일정한 '딜레마'가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윤희웅 조사분석실장은 "6.2 지방선거에서 확인된 민심의 계속적인 이반 가능성과 앞으로 더욱 부각될 박근혜 전 대표의 존재로 인해 이 대통령 및 친이 주류계는 상당한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친이 주류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는 안상수 후보를 전면에 내세워 국정 주도권을 이어가야 한다는 판단을 여권 핵심부가 내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윤 실장은 "각종 우려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와 여권 핵심부가 안 후보를 선호하고 있는 것은 이같은 위기감의 발로"라고 말했다.
"믿을 사람은 안상수 뿐"이라는 여권 주류와, "일방독주형 리더십의 전형"이라는 야권 및 여당 내 비주류 인사들의 상반된 평가는 그래서 나온다. 친박(親朴)계의 거부감은 극단적이다. 한 친박계 인사는 "안상수 후보가 당권을 잡으면 한나라당은 앞으로 겉잡을 수 없는 계파갈등에 휘말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출마한 안상수 후보. ⓒ뉴시스 |
"후반기 국정 안정" vs "'거수기 여당'으로는 공멸"
안상수 후보 측이 내 세우는 경쟁력은 단연 '안정론'이다. 6.2 지방선거 참패로 인해 이미 청와대와 여권이 상당한 상처를 입은 상황에서, 당청이 한 몸처럼 기민하게 움직여야 자칫 표류할 수 있는 집권 하반기의 국정을 연착륙시킬 수 있다는 논리다.
안상수-홍준표의 양강구도 속에서 안 후보 측은 100여 명에 이르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모임인 '국민통합포럼'의 지지와 당심(黨心) 우위를 내 세우며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하지만 안 후보를 바라보는 여권 내부의 시선은 의외로 복잡미묘하다. 집권 후반기로 접어들고 있는 여권 전반의 각종 위험요인을 오히려 증폭시킬 수도 있다는 만만치 않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
'안상수 대표' 체제가 출범함다면 당장 코앞으로 다가 온 청와대 개편과 개각 등 '쇄신'의 효과가 상당 부분 반감될 수밖에 없다. 6.2 지방선거 이후 '새로운 당청관계'를 모색해 보자는 여당 내부의 요구와도 상반된다는 지적이 많다.
안 후보는 "네거티브에 의한 험담"이라며 "(원내대표 시절) 견제할 것은 견제해왔고 협조할 것은 협조해 왔다"고 일축했지만, 안 후보를 제외한 대부분의 후보들이 '수평적 당청관계의 확립'을 내세우고 있는 것과는 온도차가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안 후보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한나라당 권경석 의원은 "안상수 후보가 원내대표로서 청와대의 의중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여 왔다는 지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결과적으로 한 목소리로 수렴이 된 측면이 있지만, 이는 오히려 안 후보가 당 내의 치열한 논란을 효과적으로 관리해 왔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안 후보 측의 한 인사는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안 후보는 오히려 남의 이야기를 잘 듣고 받아들이는 편"이라고 했다.
반면 홍준표 후보는 "지난 1년 동안 당은 청와대의 집행기구로, 시키는대로만 했다. 그런 독선, 독주에 대한 반감으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졌다"고 몰아세웠다. 쇄신파의 김성식 후보도 "기득권을 대표하는 사람들로는 당을 쇄신할 수 없으며, 청와대 대리인 역할을 해 온 사람은 결코 청와대에 할 말을 할 수 없다"고 안 후보를 정조준했다.
親朴-쇄신파-야당-종교계 모두가 '안티 안상수'
당청관계 문제 외에도 위험 요인은 적지 않다. 우선 야당과의 관계는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대 쟁점인 '4대강 사업'에 대해 안 후보는 여전히 강경한 기조를 굽히지 않고 있다. 원내대표로서 미디어법, 예산안 등을 강경하게 밀어붙인 바 있는 안 후보에게 '정치적인 타협'의 여지는 별로 없어 보인다.
정부는 이미 내년도 4대강 사업 예산으로 올해보다 11.1%가 늘어난 5조4000억 원을 요구해 놓은 상태다. 안 후보는 "4대강 사업은 반드시 해야할 사업이라는 것이 나의 확고한 소신"이라고 공언했다. 4대강 논란의 '뒷문지기'를 자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종교계와의 갈등도 풀리지 않을 숙제다. 안 후보는 이른바 '강남 부자 절의 좌파 주지' 발언으로 불교계의 광범위한 반발을 야기한 당사자다. 정치권에서는 "안상수 후보가 당 대표로서 전면에 등장한다면 종교계 전반이 동참하고 있는 4대강 사업 반대운동에 오히려 기름을 붓는 꼴"이라는 우려가 많다.
이같은 각종 위험 요인을 안정적으로 관리하지 못한다면 '여권 안정론'을 앞세우고 있는 안 후보 측의 논리와는 달리 오히려 정권의 레임덕을 가속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한 정치평론가는 "안상수 대표 체제가 출범한다면 대여(對與) 관계, 박근혜 전 대표 측과의 관계, 여권 내 쇄신파와의 관계 등이 오히려 악화되면서 여권 전체의 원심력이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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