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오는 30일 '최저임금 1만 원·비정규직 철폐·노조할 권리 요구'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총파업을 한다. 2015년 진행된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악법 저지'를 위한 총파업 이후 2년 만이다.
그 사이 정권은 바뀌었으나 그때나 지금이나 총파업 관련 비판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귀족노조의 파업', '배부른 파업', '경제가 어려운 데 자기네 잇속만 챙기는 파업'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비난은 경총 등 사용자 단체와 <조선>, 종편 등으로 대표되는 보수언론에서 쏟아진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이번 파업에서 내건 3대 슬로건(최저임금 1만 원·비정규직 철폐·노조할 권리 요구)은 '귀족노조', 그리고 '배부른 파업'과는 거리가 멀다. 민주노총이 최저임금이나 비정규직 문제를 두고 총파업을 한 적은 있으나 지금과 같이 압축해서, 그리고 전면에 내세운 경우는 없었다.
이번 파업에는 청소 비정규직 노동자를 비롯해 학교, 마트, 건설현장 등의 비정규직 노동자 10만 명이 참석한다. 민주노총은 이들이 파업에 참여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파업이 '귀족노조의 파업'이 아닌 이유다.
총파업이 문재인 정부를 압박한다?
주목할 점은 경총 등과는 다른 이유로 이번 총파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점이다. 민주노총의 요구는 이해하나, 문재인 정부 출범 두 달도 안 된 시점에 굳이 파업을 해야 하느냐는 것. 민주노총이 요구하는 사안들은 문재인 정부에서 약속한 사항이니 기다리자는 주장이다. 정부 초기에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게 주요 비난 이유다. 이들은 대부분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층이다.
"문재인 정부 잘 하고 있는데 왜 파업’하냐?
"민주노총의 과도한 정부압박 꼴사납다."
"민주노총의 요구는 촛불채권 가지고 빚 독촉하는 것."
실제 문재인 대통령의 1호 지시는 '일자리위원회 구성'이었고, 첫 번째 외부일정으로 인천공항을 찾아 1만 명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한 약속한 바 있다. 최저임금 1만 원도 단계적으로 상승률을 높여 2020년까지 1만 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노조 조직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선거기간에 제시한 바 있다.
그런데도 민주노총이 총파업 한다는 것은 이제 막 일을 시작하는 정부를 압박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욕심 때문이라고 비판한다. 실제로 그럴까.
민주노총이 이번 총파업에서 내건 세 가지, 즉 '최저임금 1만 원, 비정규직 철폐, 노조할 권리 요구'는 모두 정부가 독자적으로 진행할 수 없는 사안이다.
최저임금은 매해 노동자 대표와 사용자 대표, 그리고 정부 추천 공익 대표들이 모인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결정한다. 시급 100원을 더 올리고, 내리는 것에 며칠 밤을 새가며 노사 대표간 치열하게 싸운다. 여기서 정부 추천 공익 대표들은 원만한 합의안을 도출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만약 정부가 독단적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할 경우, 최저임금위의 독립성 훼손이 도마에 오를 수 있다.
비정규직 문제도 마찬가지다. 공공부분의 비정규직이야 정부에서 직접적으로 손 쓸 수 있는 방법이 있지만 사기업으로 넘어가면 인센티브 등으로 유도하는 방법 이외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국회를 통한 비정규직법 개정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하지만 여소야대 구조 속에서 이는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노조 할 권리도 마찬가지다. 노동법을 적용받기 어려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활동을 할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다. 사용자들은 블랙리스트 등 교묘한 방법으로 노조활동을 방해한다. 정부가 그러한 사용자들을 잡아내는 것은 여간한 의지가 아니면 어렵다. 경총 등의 비판도 감내해야 한다.
총파업, 문재인 정부에는 오히려 더 도움된다
이렇듯 노동개혁은 정부 홀로 진행하기에는 여러 부문에서 힘에 부치는 게 현실이다. 그렇기에 반대로 문재인 정부에 이번 총파업은 노동개혁의 교두보가 될 수 있다. 좀 더 적극적으로 사용자 측을 압박하거나 설득하는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저렇게 목소리를 높이는데, 그들 이야기를 이제는 경청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
그렇기에 민주노총의 이번 총파업은 정부를 향했다기 보다는 '노동적폐' 즉,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훼손해온 사용자 측을 겨냥하고 있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 이번 총파업에 '사회적'이라는 형용사를 붙인 이유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도 옥중 서신을 통해 이러한 총파업의 목적을 이야기했다.
"사회적 총파업은 일부의 우려처럼 새 정부의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니다. 광장의 촛불을 이어받은 내 삶을 바꾸는 투쟁이고 오히려 문재인 정부의 개혁 추진을 위한 강력한 동력이 될 것이다."
민주노총도 "박근혜에 맞선 정치 총파업은 정권 퇴진이 핵심 요구였다면 사회적 총파업은 사회 대개혁을 위한 투쟁"이라며 "사회적 총파업은 노동 적폐 청산과 사회 대개혁, 그 실현을 가로막는 재벌 대기업 등 보수 기득권 체제에 맞선 투쟁이다. 그 행위 역시 사회적 성격을 가진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고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쥐꼬리만한 최저임금을 겨우 받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노조를 만들거나 가입하면 하루아침에 회사에서 쫓겨나고 다시는 발도 못 붙이게 하는 곳이 대한민국이다. 한마디로 노동자가 노동자다운 대우를 받지 못하는 곳이다.
그런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일한 만큼 대우받게 하고, 노동자로서 정당한 권리인 노조활동을 하도록 노동개혁을 하겠다는 게 지금의 문재인 정부다. 그런 문재인 정부와 뜻을 같이 하는 민주노총이 사회적 총파업을 하는 게 그렇게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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