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의 참여와 일부 종목에서 남북 단일팀 구성에 대한 기대감을 밝혔다. 남북 체육 교류를 계기로 꽉 막힌 남북 대화의 물꼬를 터보자는 제안이다.
문 대통령은 24일 새 정부 출범 후 첫 남북 체육 교류 행사인 2017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 연설에서 "오늘 이곳에서 세계태권도연맹(WTF)과 국제태권도연맹(ITF)이 하나가 되고 남북이 하나 되고 세계가 하나 되기를 바란다"며 이 같이 밝혔다. ITF는 북한이 주도하는 태권도 경기 단체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치러지는 세계태권도연맹 대회에서 국제태권도연맹(ITF)이 시범을 보이는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양 연맹의 화합과 친선은 물론 남북화해협력과 한반도 평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스포츠는 모든 장벽과 단절을 허무는 가장 강력한 평화의 도구"라며 "평화를 만들어 온 스포츠의 힘을 믿는다. 이번 대회를 통해서 새 정부의 첫 남북 체육교류 협력이 이뤄진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태권도에서 이뤄낸 이번 성과가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며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이 참여한다면 인류 화합과 세계 평화 증진이라는 올림픽의 가치를 실현하는데 크게 기여하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바라건대 최초로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여 최고의 성적을 거뒀던 100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세계청소년축구대회의 영광을 다시 보고 싶다. 남북 선수단 동시 입장으로 세계인의 박수 갈채를 받았던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의 감동을 다시 느껴보고 싶다"며 "북한 응원단도 참가해 남북 화해의 전기를 마련하면 좋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이번 대회에 이어 올해 9월 평양에서 열리는 국제태권도연맹 대회에도 세계태권도연맹 시범단의 답방을 추진한다고 들었다"며 "답방이 꼭 성사되어 한반도 평화의 큰 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번 대회에는 ITF 시범단과 함께 23일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북한의 장웅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이 참석해 있다. 시범단은 장 위원을 포함해 모두 36명으로 이 중 32명이 북한 국적이다. 장 위원은 2002년부터 2015년까지 ITF 총재를 지냈고 지금은 명예총재를 맡고 있다.
문 대통령은 대회에 참석한 내외빈들에게 인사말을 전하며 "제일 가까이 있지만 가장 먼 길을 오셨을 것 같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민족 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대한민국을 방문하신 장웅 IOC 위원님과 리용선 국제태권도연맹(ITF) 총재님, 북한 ITF 시번단에게도 진심어린 환영의 말씀을 드린다"고 각별한 배려를 했다. 정부도 시범단의 항공료와 숙박비 등 체류 경비 7000여 만 원을 남북협력기금을 통해 지원키로 했다.
장 위원은 전날 입국장에서 평창 올림픽 남북 분산 개최와 일부 종목의 단일팀 구성에 대해 "언론에서 많이 논의되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IOC 위원으로 왔기 때문에 평창 올림픽과 관련해 가타부타 논의하거나 평가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장 위원은 다만 "(남북의) 국가올림픽위원회가 약속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IOC가 개입해야 한다"며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오면 논의해보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최근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평창 겨울올림픽 준비 상황을 점검하는 자리에서 "평화 올림픽의 핵심은 북한의 참가 여부에 있다"며 북한 마식령 스키장을 활용한 남북 분산 개최와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 추진 의사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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