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만원과 비정규직 철폐’' 목표로 지난 4월 5일 출범한 '만원행동'은 지난 5월부터 6월10일까지 '만원스토리 공모전, 보이는 만원’을 실시했다. 아르바이트생, 현장 실습생 등 직접적으로 최저임금과 관련있는 당사자들이 공모전에 참여했다. 대부분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이었다. <프레시안>은 이들 중 당선작을 선별, 지면에 싣고자 한다. 최저임금으로 일하고 공부하는 청년들의 사연이 극한직업과 다를 바 없는 한국의 노동현실을 들여다보자. 이번 회에는 직접 아르바이트 당사자가 편지글 형식으로 자신이 겪은 일을 풀어놓았다.
지금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을 지영이에게
지영아, 안녕. 네가 이 편지를 보게 될 때는 아마 사람들이 다 집으로 돌아간 늦은 새벽이겠지. 너는 별도 없는 밤하늘 아래, 사람들이 남기고 간 술병과 안주를 치우고 있을테지. 그 캄캄한 밤하늘이 꼭 보이지 않는 네 미래 같다며 자조 섞인 웃음을 짓던 네가 마음이 아파서, 나는 너를 꼭 안아주고 싶었다.
올해 최저시급이 6030원으로 결정 됐을 때 너는 담담하게 말했지. 이제 작년보다 딱 450원어치 더 행복할 수 있을 거라고. 그래, 고작 450원의 행복을 더 벌기 위해 너는 가고 싶던 공연도, 하고 싶던 대외 활동도 포기해야 했다. 편의점에 가서도 가장 싼 삼각김밥 하나 들고 나오는 너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을 보면서 저 학생은 최저시급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며 측은해했지.
그러니까 너는, 6030원을 받고, 그래서 가장 싼 삼각김밥을 먹을 수밖에 없는 너는 그래도 행복한 거 아니냐며, 그때서야 6000원 짜리 국밥을 먹으러 간 날. '이 한 끼가 나보다 더 비싸, 절이라도 해야겠다'며 농담하던 너의 웃음에 짠하게 묻어나던 슬픔.
언젠가 너는 내게 말했지. 산다는 건 동냥과 같아서 터무니없이 적은 돈에도 억지로 감사해야 하는 가혹한 일인지도 모른다고. 죽을 만큼 돈 벌어서 하고 싶은 게 고작 자격증시험 비용 대기, 창문 있는 방으로 이사하기, 남은 돈은 저축하기 같은 거라 부끄럽다는 너를 보며, 2000원 짜리 김밥을 먹고 싶은 게, 브랜드 운동화를 갖고 싶은 게, 방학 때는 아르바이트 대신 인턴을 하고 싶은 게, 다 '욕심'이라면서 자긴 욕심쟁이라면서 웃는 너를 보며, 나는 속으로 울었다.
지영아, 너의 한 시간은 6030원일지 몰라도 너와 함께 공원을 걷는 한 시간은 내겐 억만금과 같다. 너는 존재 자체로 '최고'의 아이다. 그러니 작아지지 마라. 욕심도 아닌 걸 욕심이라 부르며 스스로를 탓하지 마라.
그래, 최저임금이 만원이 된다고 세상이 하루아침에 바뀌진 않는다. 그래도 네가 짊어진 무거운 짐이 하나 덜어지겠지. 너의 답답한 숨통이 조금 트이긴 하겠지. 가끔은 먹고 싶은 것을 죄책감 없이 사 먹고, 생활비를 내고 남은 돈으로 그토록 가고 싶던 공연 티켓을 끊기도 하겠지. 이런 작은 걸 욕심이라 부르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오겠지. 그리고 나는 네가 더 이상 슬픈 눈으로 웃는 걸 보지 않아도 되겠지. 네가, 아니 세상의 모든 '지영이들'의 욕심이 결코 욕심이 아닌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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