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총리' 정운찬 "아무리 좋은 정책이어도…"

"정략적 이해관계가 국익에 우선했던 대표적 사례로 기록될 것"

정운찬 국무총리가 30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최종 무산된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정 총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만감이 교차했다"며 "세종시 수정안을 관철시키지 못한 데 대해서도 이번 안을 설계했던 책임자로서 전적으로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 총리는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대신 정 총리는 "국회 표결이 끝난 지금 이제는 국무총리로서 이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안타깝지만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며 국회의 결정에 따라 행정중심복합도시법의 취지대로 세종시를 좋은 도시로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세종시 원안대로라면 대통령은 서울에, 총리와 장관들은 충청권으로 나뉘게 되고, 급박한 국가적 현안이 발생했을 때 의사 결정이 늦어져 위기 수습이 어려울 수도 있다"며 "뿐만 아니라 원안대로라면 세종시는 도시로서의 자족능력을 보장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폐기된 '수정안'에 대한 미련을 드러냈다.

또 정 총리는 "과연 우리 역사와 미래의 후손들은 어제의 국회 결정을 어떻게 평가할 지 걱정된다"며 "정략적 이해관계가 국익에 우선했던 대표적인 사례로 역사에 기록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야당과 친박(親朴) 진영을 싸잡아 비난했다.

정 총리는 "이처럼 분명한 잘못을 알고서도 이를 방치하는 것은 제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며 "세종시 수정안은 제가 짊어져야 할 이 시대의 십자가였다. 작년 9월로 다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저의 선택은 똑같을 것"이라고도 했다.

숱한 논란을 불렀던 재임기간에 대한 소회도 밝혔다. 정 총리는 "평생을 대학 강단을 지켜온 저는 정치적으로 많이 미숙하다"며 "그러다 보니 본의와 다르게 공격을 받기도 했고, 이런 저런 실수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무엇보다 저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충청지역 주민들이 처음에는 마음의 문을 닫은 채 저의 참 마음을 외면할 때였다"라며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제 진심이 전달되어, 충청지역 주민들과 흉금을 터놓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라고 했다.

이어 정 총리는 "이제 결론이 내려진 만큼 더 이상 이 문제로 국론이 분열돼서는 안 되며 모든 논란과 갈등도 해소되기를 바란다"며 "국민 여러분의 건승과 행복을 기원한다"고 덧붙였다.